[김성훈 광주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장]청소년을 내버려두자!
2016년 04월 26일(화) 00:00
“오늘의 청소년들은 사치를 좋아한다. 그들은 버릇이 나쁘고 권위를 비난하고 어른을 공경하지 않는다. 오늘의 아이들은 폭군(tyrants)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기원전 469∼399년)의 말이다. 청소년은 언제나 우리에게 ‘청소년 문제’라는 논의 주제를 던진다. 그들은 과연 문제인가? 청소년은 통상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는다. 자유에 대한 갈망과 미래에 대한 불안, 친구와의 관계, 외로움 사이에서 방황하고 침묵하고 좌절한다.

사춘기를 경험하면서 혼란스러움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내고,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안정단계에 접어든다.

성인들은 사춘기를 심하게 겪는 아이를 보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한다. 이때는 꽃이 더 아름답게 피기 위한 과정처럼 기다려 주는 것이 답이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으로 하여금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냉정하게 들여다 볼 시간조차 박탈하고 있다. ‘미래’와 ‘희망’이라는 족쇄에 가두어 학교, 학원에 붙잡아 둘 뿐이다.

조금 냉소적으로 말한다면 우리 사회에 청소년은 없고 단지 ‘학생’시기만 있을 뿐이다.

학생은 학교에서 공부와 성적을 외치고 학교를 마치고도 학원과 집에서 공부와 성적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쉬는 날에는 입시에 방해되는 ‘○○는 하지마라’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또한, 끊임없이 올바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요구당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청소년으로 산다는 것 자체가 큰 고통이다. 청소년들이 시들어 가면서 신음하고 있다. 이런 청소년들이 “내 꿈이 무엇인지 몰라요”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할 때면 가슴이 아프다.

얼마 전 지역 청소년들과 어른들이 어린이청소년친화도시추진 워크숍을 한 적이 있다. 어린이청소년이 행복한 도시의 최우선 의제로 ‘한 달에 한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는 시간을 달라’는 것이 1위로 뽑혔다. 우리는 이 날을 ‘냅둬날(day)’라고 부르기로 했다.

문득, 2014년 서울광장에서 한 청년이 기획한 세계 최초 ‘멍 때리기 대회’가 떠올랐다. 이 대회 우승자는 9살 초등학생이었다. 그 말도 안 되는 대회가 올해는 3년째를 맞는다. 지난해 북경으로 건너가 2회 대회가 개최됐고, 올해는 5월7일 ‘수원국제멍때리기 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웃픈(웃기고 슬픈) 일이지만, 우리 젊은이들의 무기력과 고달픔을 단면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변명이 필요하다면 이런 관심은 어떨까?

2014년 일본 가와사키에 ‘꿈의 공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곳에서는 학생들이 놀든, 수다를 떨든, 공부하든, 멍을 때리든 출석을 인정해 주고 있다고 했다.

일본 연구진은 청소년 무기력이 극도로 심해지고 등교를 거부하는 원인을 ‘자존감’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200여차례나 모여 토론했고, 시민단체가 가와사키시에 18세 이하 청소년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 자기 책임하에 할 수 있는 ‘꿈의 공원’ 조성을 요구했고, 지난 2003년 7월 문을 열었다.

경쟁에 지치고, 힘들고, 학교 가기를 거부하는 어린이들은 이곳에서 자유롭게 공부도 한다.

불안하더라도 청소년을 내버려 두고, 그들을 믿어보자. 자기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있는 타인은 없다.

“공부해라”, “하지마라”, “너도 커 보면 안다”, “나중에 커서 해라”라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 아니라 그냥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자. 시간을 주고 스스로 말하게 하고 춤추게 하자

청소년들에게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그런 다음에 역할을 맡기고 책임을 나누게 하자. 그들로 하여금 도전하게 하자. 실험하게 하고 땀 흘리게 하고 창조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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