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문화시민]<1>프롤로그 왜 예술교육인가
2016년 04월 20일(수) 00:00
아는만큼 보인다 즐긴다
링컨센터 예술학교 日 가나자와 예술촌
문화애호가 길러내는 인큐베이터 역할 톡톡
亞문화허브 지향 광주 예술교육 서둘러야
화사한 봄꽃들이 만개한 4월 중순, 광주 중외공원내 자리한 광주시립미술관의 전시장을 찾았다. 평일인데도 미술관은 전시중인 조각가 김영중 특별기획전 ‘평화행진곡’(3월5∼5월1일)과 서양화가 오승우 초대전(3월2일∼4월27일)을 관람하기 위해 삼삼오오 몰려든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미술관 입구계단에 꾸며진 김숙빈의 위트넘치는 조각 작품과 고근호의 ‘어린 왕자’ 조각상이 주변의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한폭의 풍경화를 연출했다. 특히 미술관 부설 어린이 갤러리는 오전부터 ‘꼬마 관람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싱그로운 봄, 숲속의 대향연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재현한 ‘두근 두근, 고물고물’(3월5∼6월19일)을 체험하기 위해 찾은 주인공들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전시장 옆에 자리한 창작실에는 마침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수채화 교실 수업이 한창이었다. 얼핏 둘러보니 20∼70대까지 남녀 40 여 명의 수강생이 ‘작품 제작에 한창이었다. 한 수강생은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삶의 활력소가 생겨 하루 하루가 즐겁다”며 “수업을 마치면 자연스럽게 시립미술관의 기획전을 둘러보게 된다”고 말했다.

문득 몇년 전 목격한 일본 가나자와 시민예술촌에서의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도 평일 오전이었다. 당시 소극장에선 서너 명의 주부들이 연극 연습에 한창이었다. 일본어로 대사를 주고 받아 내용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표정에선 전문 배우 못지 않는 진지함과 열정이 묻어났다.

가나자와는 인구 47만 명의 중소도시이지만 시민 세 명 중 한 명이 아마추어 예술가라고 할 만큼 문화가 생활 곳곳에 흐르고 있다. 그 중에서 가나자와 시민들의 문화향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예술촌이다. 1993년 다이와 방적공장이 이전하면서 철거위기에 처했던 공장과 부지(9.7ha)를 가나자와시가 매입해 시민들의 예술공간으로 리모델링한 곳이다. 전문 예술가들의 발표무대는 많은데 비해 정작 시민들의 예술활동과 교육을 위한 전용공간이 없는 데 착안했다. 한 해 120억 원의 운영경비 가운데 90%를 가나자와시에서 부담한다.

뉴욕링컨센터는 세계적인 명성에 걸맞게 미래지향적인 면모로 전 세계 아트센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 1975년 설립된 링컨센터 산하 예술교육기관(Lincoln Center Institute for the Arts in Education·LCI)은 규모나 내용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예술교육학교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미적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LCI 소속 예술가들이 특정교과목에 무용, 연극, 음악공연을 접목시킨 자체 커리큐럼으로 잠재된 학생들의 감성을 끌어 내고 있다. 매년 미 전역에서 수십만 명의 초,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LCI를 통해 미래의 문화관객이 되기 위한 자질을 배운다.

이처럼 예술교육은 시민들의 문화향유기회를 제공하고 문화마인드를 끌어 올린다는 점에서 근래 국내외 문화예술기관들의 화두로 떠올랐다. 문화향유는 과거의 경험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경험소비재의 특성 때문에 가능한 다양한 예술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어린 시절 국악을 가까이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분명 국악에 대한 감성에 다를 수 밖에 없다. 예술교육은 미래의 문화애호가를 길러내는 인큐베이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술교육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광주의 예술교육과 인프라는 시대의 흐름에서 비켜서 있다. 자난해 11월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의 개관으로 광주는 다른 도시들 보다 문화인구의 저변이 풍성해야 함에도 주요 문화예술기관들의 예술교육에 대한 지원과 투자는 미미한 실정이다. 시립미술관 어린이 갤러리의 경우 예산과 인력, 노하우 등의 부족으로 현재 광주 YMCA 문화센터가 위탁운영하고 있다. 예술교육을 총괄하는 전문 에듀케이터가 없는 데다 한 해 수 십여개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예산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아시아의 문화허브를 지향하는 광주는 올해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광주의 ‘문화발전소’인 문화전당이 착공된지 11년만에 지난해 역사적인 개관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창설 2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와 문화전당의 시너지가 결합되면 광주는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도약하는 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세계적인 복합문화공간이 광주에 문을 열었지만 문화전당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은 미흡한 실정이다. 창설 20주년을 맞은 비엔날레의 관람객은 매회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고 광주시립미술관이나 대표적인 공연장인 광주문예회관의 관객수도 도시의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아무리 훌륭한 시설과 콘텐츠가 넘쳐나도 시민들이 이를 향유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문화전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많은 시민들이 콘텐츠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문화주권의식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본보는 창사 64주년 특집으로 ‘이제는 문화시민-선진예술교육현장탐방’ 시리즈를 연재한다.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문화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문화향유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부산, 대구, 성남, 대전, 런던, 파리 등 국내외 선진 예술교육현장을 찾아가는 이 시리즈는 문화 광주의 미래를 열어가는 의미있는 여정이 될 것이다.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취재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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