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이용 제약 없어야
유 현 섭
광주광역시지체장애인협회 사무처장
2015년 06월 16일(화) 00:00
“제가 이곳에 3번을 다녀갔는데 그때마다 와! 멋있다. 이렇게 생각하며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오늘 여러분들과 함께 직접 돌아보니 정말 문제가 많다는 것을 발견했고 깊은 반성과 함께 이동 약자들의 편의시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들과 함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편의시설 사용자점검을 마치고난 광주시의회 모 의원의 한 말이 시사하는 바를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건축물을 아름답게 지어야 하는 것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아름다움에 앞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 안전과 편리다. 국가, 문화, 성별, 나이, 장애 등 그 어떤 이유로도 그 건물을 이용하는 데 있어 차별·분리·배제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 건물이 다중이용시설인 공공건축물 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번 점검을 통해서 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안전과 편리성은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낙제점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외부로부터 각 출입구까지의 접근성, 각 건물의 주출입문·경사로·점자블록·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등 건물 간 이동성, 화장실·관람석·휴게실 등 편리성, 화재·재난 등 응급상황에 대비한 피난·대피시설. 어느 것 하나 대로 된 것이 없다. 한 마디로 2015년에 완공을 앞둔 건물이 안전과 편의성 면에서는 80년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이용하기 편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보편화하고 있으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free)는 2015년 7월 29일부터 의무화(공동건축물에 적용) 된다. 이런 시점에 최소한의 법적 요구를 규정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마저 충족지 못한 건물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편의시설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작게는 4·19, 5·18 등 광주정신을 담아야 하고 크게는 아시아문화를 창출하고 선도하는 요람이 되어야한다. 이런 무형의 가치와 콘텐츠(Contents) 못지않게 건축물로서의 가치와 상징성 또한 매우 중요하다. 문화전당은 1년 농사를 목표로 짓는 비닐하우스나 일시적 광고를 목적으로 하는 모델하우스가 아니다. 7500여억 원의 천문학적 예산으로 건축이 되는 문화전당은 적어도 100년, 200년 대대손손 물려 가야할 대한민국의 문화유산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아름다움과 함께 안전과 편리성도 충분히 고려되었어야 했다.

우리의 장애인복지 현실을 보면 눈부신 경제성장과 함께 많은 양적 성장을 가져왔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상당히 개선되었다고 본다. 그렇지만 장애인들의 고통이나 어려움까지를 온전히 이해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그래서 서두에 모 시의원의 얘기를 인용한 것이다. 문화전당이 장애당사자가 설계나 시공과정에 참여했더라면 장애인과 장애인 단체가 나서 접근권 대책위를 구성하고 편의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 나라와 도시의 인권수준은 장애인을 위한 제도와 도시환경이 얼마나 잘 되어있는지를 보면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더군다나 인권·민주·평화를 표방하는 광주라면 더욱더 이런 점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모든 사람이 어떤 제약도 없이 전당을 향유할 수 있도록 시정·보완되어야 한다. 더 이상 예산 타령이나 물리적 환경 등을 이유로 편의시설을 외면시 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엄중히 경고한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편한 환경이라면 모두가 편한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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