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부른 ‘판독 하청’ 안전장치 마련해야
2026년 02월 03일(화) 00:20
광주·전남 대형 병원들이 환자 동의 없이 MRI와 CT 등 영상 판독을 의원급 1차 병원에 외주를 주는 것은 의료계에선 공공연한 사실이다. 문제는 환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간혹 판독 오진으로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에는 광주의 한 종합병원에서 암 추적검사를 받던 50대가 1년 전에 이미 갑상선암이 임파선까지 전이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논란이 됐다. 해당 종합병원이 동네 의원에 영상 판독을 맡겨 대리 판독을 한 탓에 발병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2023년에는 광주보훈병원을 찾은 환자가 장 천공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했는데 병원 측이 동네 의원에 영상 검사를 맡겼고 이 의원이 진단을 잘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사망자 유족에게 3500만원의 합의금을 지급한 보훈병원은 동네 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광주지법은 최근 보훈병원의 책임을 30%, 동네 의원의 책임을 70%로 묻는 판결을 했다.

판독 하청에 따른 의료사고에 대한 병원 측의 책임 분담률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이지만 외주를 준 대형 병원의 책임을 제한 함으로써 판독 하청을 용인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는 새겨 들어야 한다.

유사한 사고를 예방하려면 원청 격인 종합병원 측의 영상 판독과 진료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강화해야 한다. 외주 판독한 영상을 재검토하는 등 관리 감독 체계를 재정립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이 판독 하청에 면죄부를 주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된다. 종합병원들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판독 하청을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인식하고 설혹 사고가 나더라도 돈이 덜 든다는 생각을 갖게 해선 안될 일이다. 판독 사후 검증 체계를 강화해 환자 안전을 도모하는 조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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