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넘치는데 김포족 늘었다…김장철 수급 ‘딜레마’
2025년 11월 09일(일) 17:05
가을배추 생산량 120만t·무 35만t…지난해보다 3.2%·7.2% 증가
김장 ‘줄인다’ 16.3%·‘늘린다’ 15%…소비 감소에 상품 구매 늘어
올해 김장철에는 ‘김포족’(김장포기족) 증가 및 안정적인 배추·무 등 김장 재료 수급이 겹쳐 이례적으로 역전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수요량은 급증하는 반면 공급량이 따라가지 못해 수급 불안 및 가격 상승 현상이 당연시됐던 것과 상반된다.

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가 발표한 ‘2025년 소비자 김장 의향 및 주요 채소류 공급 전망’에 따르면 올해 직접 김장을 하는 소비자는 전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장 의향 조사 결과 ‘비슷하다’는 응답이 68.7%로 가장 많았지만, ‘줄인다’가 16.3%, ‘늘린다’는 15.0%로 김장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김장 수요가 줄어든 이유로는 ‘가정 내 김치 소비량 감소’가 49.0%를 차지했고, 상품김치 구매가 편해서(18.4%), 남아있는 김치가 많아서(16.3%)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가정에서 직접 김장하는 비중은 2022년 65.0%에서 올해 62.3%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김치를 직접 담그는 이유로는 ‘가족의 입맛을 맞출 수 있어서’가 53.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상품김치를 구매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2022년 25.7%, 2023년 29.5%, 2024년 29.5%, 2025년 32.5%로 대폭 증가했다. 김치를 사서 먹는 이유로는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어서’(39.5%), ‘김치 담그기가 번거로워서’(33.1%) 등 소비자 편의성과 관련된 응답이 많았다.

과거 함께 모여 김장을 했던 ‘김장 모임’도 사라지는 추세다. 김장 모임에 참여하는 가구는 평균 2.1가구, 인원수도 5.1명으로 전년과는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눈에 띄게 축소됐다.

올해 김장 재료로는 김장배추의 58.9%를 절임배추가 차지했고, 신선배추는 38.7%를 기록했다.

절임배추 비중이 높은 이유로는 ‘절임 과정이 번거로워서’(55.8%)가 가장 많았고, ‘김장 시간 단축’(32.5%) 등이 꼽혔다. 이 밖에 김장용 양념도 직접 제조 비율이 올해 85.8%로 전년(96.5%) 대비 10.7%포인트(p) 하락했다.

김장 재료에서도 절임배추와 완성된 양념을 구매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편의성 위주의 재료 수급이 우선시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장용 배추 평균 구매량은 4인 가구 기준 18.3포기로 1년 전보다 0.2포기 감소했다. 김장 무 평균 구매량은 가구당 8.4개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김장 자체를 줄이거나, 김치 소비를 줄였지만, 농가에서는 배추와 무 등 김장 재료 생산량을 늘렸다.

올 가을배추 생산량은 120만t, 가을무 생산량도 35만t으로 전년에 견줘 각각 3.2%, 7.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폭염·장마 장기화 등 이상기후로 작황이 부진했던 반면, 올해는 생육 여건이 양호했기 때문이다.

원활한 수급 상황 및 수요 감소 등으로 김장 비용은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KREI는 보고서를 통해 “주요 김장 재료들의 공급이 원활해 올해 김장철 물가 부담이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평년보다는 배추(-3.8%)·무(-11.2%) 등 생산량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여전히 공급 불안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일 ‘2025년 김장재료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하고, 정부 비축물량 배추 8500t, 무 2000t을 시장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또 전국 대형마트·온라인 쇼핑몰 등을 중심으로 김장 재료 할인 행사를 통해 소비자 부담을 완화할 방침이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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