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 블랙홀 캄보디아…더딘 수사에 속타는 가족들
2025년 10월 13일(월) 20:30
광주 3명도 캄보디아 실종 신고
“살려주세요” “계좌번호 알려 달라”
전화·문자 후 수개월째 연락 두절
납치·감금에 하루하루 애타는데
실종자 소재 파악조차 안돼 답답
외교부에 신변 요청해도 묵묵부답

/클립아트코리아

최근 경북 예천 출신 한국인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범죄 조직의 고문에 시달리다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광주 지역에서도 가족이 캄보디아에 납치 피해를 당한 것 같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경찰은 올해 초부터 유사한 실종 신고를 연달아 접수하고도, “대사관 측에서 답을 안 해준다”며 수개월 동안 관련 수사를 전혀 진행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경찰은 광주에서 캄보디아 지역으로 출국 후 실종된 20대 3명에 대한 행방을 뒤쫒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월 광주시 광산구에 거주하는 20대 A씨가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연락이 두절됐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중순께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올해 1월 18일 어머니에게 “돈을 보내줄테니까 엄마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남긴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A씨 가족들은 지난 3월 6일 A씨에 대한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지난 8월 20일에는 광주시 광산구에 사는 20대 B씨가 캄보디아에서 연락이 두절됐다는 실종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직업이 없던 B씨는 지난 6월 26일 가족들에게 “일하러 가겠다”고 말한 후 태국으로 출국했으며, 이후 소식이 끊겼다.

B씨 가족들은 실종신고 접수 이후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는데, 당시 B씨 목소리로 추정되는 “살려주세요” 음성을 듣고 전화가 끊겼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B씨의 마지막 통신 기록은 지난 8월 10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확인됐다.

가족들은 B씨가 캄보디아로 갔던 사실을 몰랐으나, B씨로부터 “캄보디아에서 수영장 안전요원을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 명의의 카드 사용이나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정황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같은 달 광주북부경찰도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실종된 20대 C씨에 대한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C씨는 지난 4월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끊겼으며, C씨의 부모는 4개월여만에 경찰에 신고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수개월째 경찰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지만, 정작 경찰은 지나치게 태평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선 경찰서 경찰관들은 “대사관이나 외교부에 재외국민 소재 확인을 위한 협조 요청을 하는 것 말고는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북부경찰은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외교부에 재외국민 신변 확인을 요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회신받지 못하고 있어 수사 진척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광산경찰의 간부급 경찰관은 “일부 실종자의 경우 단순 가출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꼭 범죄에 연루됐다고 볼 수는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광주광산경찰 관계자는 “대사관도 우리나라 국민이 어디에 있는지를 어떻게 다 알고 있겠냐”며 “대사관측에서도 행적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추적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늦을 수밖에 없다. 우선 사람을 찾아야 납치가 됐는지 여부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경찰청은 캄보디아 관련 실종 신고가 접수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캄보디아에서 취업 사기 이후 감금을 당했다며 한국 공관에 들어온 신고는 330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4건, 2022년 1건으로 감소했다가 2023년 17건, 2024년 220건으로 급증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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