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소리꾼’ 김수인, 8시간 완창에 도전
2025년 10월 07일(화) 18:31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 18일 오후 1시 ‘동초제 춘향가’

소리꾼 김수인이 오는 18일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동초제 춘향가’ 완창 무대를 선보인다.<본인 제공>

“뿌리가 단단해야 어떤 새로운 도전을 하더라도 빛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악계의 라이징 스타 김수인. 무대마다 팬들이 객석을 가득 메우고, 커피차와 생일 카페가 이어지는 풍경은 신예 소리꾼의 뜨거운 인기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MZ 소리꾼’, ‘힙한 소리꾼’으로 불리는 그가 오는 18일 오후 1시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판소리 ‘동초제 춘향가’ 완창 무대에 오른다. 8시간에 달하는 대장정은 젊은 소리꾼에게도 결코 만만치 않은 시험대다.

소리꾼으로서 큰 도전을 앞둔 김수인(30)은 어떤 마음으로 무대에 오를까. 광주일보가 그에게 도전에 담긴 이야기와 소리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김수인은 광주시 무형유산 제1호 동초제 흥보가 보유자 김선이 명창의 아들이다. 태교 때부터 소리를 들으며 자랐고 다섯 살 무렵 정식으로 배움을 시작했다. 2013년 임방울국악제 학생부 장원을 수상하는 등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지만, 한때는 무용과 가야금에 더 마음이 쏠리기도 했다. 그러다 스승 한승석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소리의 매력을 새롭게 깨닫고 소리꾼의 길을 확고히 했다.

그 과정은 단순한 가업의 계승이 아니었다. ‘명창의 아들’이라는 호칭이 자랑스러우면서도 부담이 될 수 있었지만 그는 담담했다.

“어머니가 계셨기에 더 예의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실력에 대한 강박은 없었어요. 오히려 제 이름으로 활동하게 된 지금 더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2020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그는 ‘춘향’, ‘리어’, ‘베니스의 상인들’, ‘이날치전’ 등 주요 무대에 섰다. 김준수, 유태평양 등 오랜 시간 무대를 지켜온 선배들의 존재는 든든한 자극이 됐다.

“창극단에 들어와 가장 크게 배운 건 예술을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입단 전보다 훨씬 진지하게 예술을 바라보고 탐구하게 됐어요. 선배들을 보면서 자연스레 자세가 달라졌죠. 녹슬면 안 된다는 긴장감 속에서 매일 배우고 있습니다.”

그는 JTBC ‘팬텀싱어4’에 출연해 크로스오버 그룹 ‘크레즐’로 활동하며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혔다. “팬텀싱어를 하면서 여러 장르의 가수들과 부딪히며 화음과 앙상블을 익혔고, 판소리의 감정을 다른 음악에도 자연스럽게 녹이는 법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그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았다. “어머니는 늘 전통을 놓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 뿌리를 지키는 게 결국 예술가의 품격이라고요.”

소리꾼 김수인.<본인 제공>
김수인이 이번에 선택한 ‘동초제 춘향가’는 고(故) 김연수 명창이 정정렬제 바탕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극적 짜임새가 치밀해 창극 대본으로도 활용될 만큼 완성도가 높고 대목이 많아 완창에는 높은 집중력과 체력이 필요하다.

“가장 어렵고 긴 바탕을 젊을 때 해내야 다른 완창에도 자신감이 붙을 것 같았어요. 싱싱하고 신선한 소리를 낼 수 있을 때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무대에서는 공연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눈대목뿐 아니라 평소 잘 오르지 않는 대목들도 함께 선보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김수인이 특히 공을 들인 대목은 ‘박석고개’다. 어사또가 된 이도령이 남원으로 향하며 고개에 올라 지난 추억을 떠올리는 장면이다.

보통 남성 소리꾼들이 ‘어사출도’ 대목처럼 당당하고 웅장한 소리로 힘을 드러낸다면 ‘박석고개’는 한결 섬세하고 서정적인 결을 지닌다. 그는 “이 대목은 늘 숙제처럼 느껴집니다. 한 폭의 산수화를 그리듯 정서를 세밀하게 담아내야 하는 곡이라 관객들이 그 아름다움을 함께 느껴주면 좋겠어요”라고 전했다.

반대로 ‘어사출도’와 ‘이별가’ 등 오랜 시간 다듬어온 장면에서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완창은 눈대목과 낯선 대목을 모두 아우르는 무대이기 때문에 그동안의 학습과 노력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자리예요. 관객이 그 과정 자체를 느껴주길 바랍니다.”

완창 공연 이후의 목표를 묻자 김수인은 잠시 웃으며 ‘가야금’을 꺼냈다. “판소리 완창에 이어 언젠가는 가야금 산조나 병창 완창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가야금을 단순한 부전공이 아니라 또 하나의 예술 축으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이어 “전통 형식을 지키면서도 젊은 세대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습니다”고 덧붙였다.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젊은 국악인 김수인. 그의 소리는 여전히 도전의 한가운데에 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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