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발트’ 색이 환기하는 저항, 진실, 상흔을 사유하다
2025년 09월 02일(화) 19:10 가가
은암미술관 광주와 대구, 제주 작가들 경산 ‘코발트광산’ 모티브로
‘2025 달빛연대포르젝트@광주:코발트’전시 3일부터 오는 27일까지
‘2025 달빛연대포르젝트@광주:코발트’전시 3일부터 오는 27일까지
![]() ![]() |
공동창작 작품 ‘아시아의 눈물’ |
![]() ![]() |
강요배 작 ‘코발트’ |
‘코발트’를 모티브로 광주와 대구 작가들이 역사적 상흔을 공유하며 연대를 굳건히 하는 전시를 연다. 오는 3일부터 27일까지 은암미술관(관장 채종기)에서 열리는 ‘2025 달빛연대포르젝트@광주:코발트’가 그 것.
이번 전시 큐레이터를 맡은 김준기 전 시립미술관장은 “광주와 대구, 제주 출신 작가들의 면면이 말해주듯, 이번 전시는 해방 이후 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한 지역의 상흔을 작품으로 형상화하고 국가 폭력 하의 민중항쟁의 의미를 조명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권정호 작가의 ‘무제’라는 작품에서는 분노와 슬픔, 떨림이 투영된 붓질을 읽을 수 있다. 김 큐레이터에 따르면 대구지하철 참사를 보고 내면에서 솟구치는 감정을 캔버스에 응축했다고 한다.
1층 전시실 한쪽 벽면을 가로질러 설치된 대형 작품은 ‘아시아의 눈물’(9.7m). 박성우 작가를 비롯해 전상보, 전정호, 홍성담, 홍성민 작가가 공동 제작했으며 역사적으로 지배와 수탈의 대상이 됐던 아시아의 고통과 눈물을 화폭에 담았다. 화면을 응시하다 보면 문득 ‘아시아의 눈물’이 ‘아시아의 환희’로 바뀔 날은 언제쯤일까, 라는 생각과 마주하게 된다.
김미련 작가의 ‘자익’은 시대와 현실을 비트는 설치 작품이다. ‘america’와 ‘merc’라는 글자 사이의 간극은 관객들에게 적잖은 사유를 요한다. 작가는 해방 이후 지속되고 있는 미국의 영향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바람소리’를 작품으로 내건 김화순의 그림은 이색적이다. 반투명 비닐에 작품을 그렸는데, 그림과 글씨를 동시에 담아 청각과 시각의 공감각 감성을 선사한다.
이번 전시 주제와 작품 명이 동일한 강요배 작가의 ‘코발트’는 실내를 압도한다. 생명평화 기치를 내걸고 미술활동을 해온 강 작가의 이번 그림은 코발트 광산을 답사하고 받은 영감을 과감한 붓질로 형상화한 것이다. 천에 새겨진 코발트 빛깔은 국가 폭력에 의해 숨져간 이들의 넋이 박제된 것처럼 깊은 슬픔과 한의 이미지를 발현한다.
이밖에 남태령을 넘던 농민시위대의 모습을 강렬하게 구현했던 박경훈 작가의 그림, 윤사원 열사의 피리 부는 장면을 형상화한 주홍 작가의 작품도 한 시대를 대변하고 은유하는 작품들이다.
은암미술관 행사 이후에는 오는 30일부터 10월 11일까지 대구항쟁예술제와 연계한 전시가 대구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한편 개막식은 5일 오후 5시 미술관에서 펼쳐진다. 노래모임 새벽광장이 광주정신을 대표하는 ‘광주여무등산이여’ 등을 연주한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