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원으로 극장서 ‘시네바캉스’
2025년 07월 30일(수) 20:55
정부 ‘영화관람 할인권 사업’ 시행
청소년 3000원 등 문화 피서 장려
광주극장, 다양한 감성 작품 향연
‘뱀파이어’·‘라탈랑트’ 등
1930년대 월드시네마 걸작선도
무더위가 절정에 이른 요즘, 바다도 계곡도 아닌 시원한 극장에서 즐기는 영화 한 편의 여유는 더위를 식히는 또 다른 방법이다. 단돈 4000원으로 마음을 적셔줄 명작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광주극장에서 마련됐다.

광주극장은 올여름 관객들을 위해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연이어 선보인다. 특히 정부의 ‘국민 영화관람 할인권 사업’이 시작되면서 성인은 4000원, 청소년은 3000원에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예술적 감성을 채우며 더위도 피할 수 있는 알뜰한 문화 나들이가 가능해진 셈이다. 이번 여름 상영작은 아이들의 세계를 따뜻하게 그린 작품부터 고전 명작, 음악 다큐멘터리, 미술 다큐멘터리까지 다채롭다.

우선 지난 23일 개봉해 상영 중인 ‘이사’는 부모의 이혼을 겪는 소녀 렌의 시선을 통해 가족 해체의 아픔과 성장의 순간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나는 엄마 아빠가 싸워도 참았어. 근데 왜 엄마 아빠는 못 참는 거야?” 여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렌의 성장 일기는 사랑스럽고도 아련한 감정을 관객에게 전한다. 소마이 신지 감독의 대표작으로, 1993년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으며, 2023년 4K로 복원돼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복원 영화상을 수상했다.

이어 오는 8월 6일에는 소마이 신지 감독의 또 다른 작품 ‘여름정원’이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찾아온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하는 호기심을 갖게 된 세 소년은 홀로 사는 괴짜 노인을 관찰하기 시작하고, 이들은 점차 가까워지며 특별한 우정을 쌓는다. 유모토 가즈미의 소설 ‘여름이 준 선물’을 원작으로, 죽음과 생, 호기심과 성장의 감정을 감각적으로 포착한 작품이다.

같은 날 개봉하는 ‘수연의 선율’은 완벽한 가족을 꿈꾸는 13살 수연과, 그 안에서 사랑받고 싶어 하는 7살 선율의 마음을 담아냈다.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를 잃고 보육원에 가기 싫었던 수연은 한 입양가족에 스스로를 들이민다. 하지만 그 가족 안에 이미 입양된 선율 역시 상처를 품고 있었다. 사랑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 이 작품은 최종룡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30일 개봉한 ‘우리 둘 사이에’는 장애 여성의 임신과 출산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정면으로 마주한 소셜 성장 드라마다.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여성 서사와 자기결정권의 의미를 깊이 있게 묻는다. 섬세한 각본과 연출이 돋보이는 성지혜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다.

미술과 디자인을 다룬 아트 다큐멘터리도 이번 시네바캉스의 색다른 묘미다. 지난 30일 개봉한 ‘반 고흐, 밀밭과 구름 낀 하늘’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가장 많이 수집한 컬렉터, 헬레네 크뢸러 뮐러의 시선을 통해 반 고흐를 새롭게 조명한다. 20세기 초 회화와 드로잉을 포함해 무려 300점에 달하는 반 고흐의 작품을 구매했던 그녀의 수집은 생전에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두 사람 사이의 깊은 예술적·영적 유대감을 보여준다. 타협 없는 예술성과 신념이 시대를 넘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담아낸 작품이다.

오는 8월 13일 개봉하는 ‘제프 맥페트리지: 드로잉 라이프’는 애플, 나이키, 에르메스 등 세계적 브랜드가 주목한 그래픽 아티스트 제프 맥페트리지의 창작 세계를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일상의 기쁨에서 영감을 얻은 그의 디자인이 어떻게 세계인의 감성을 사로잡았는지를 솔직하게 풀어낸다. 맥페트리지 특유의 재치와 따뜻한 시선이 빛나는 작품이다.

‘스탑 메이킹 센스’(8월 13일 개봉)는 전설적인 밴드 토킹 헤즈의 콘서트 실황을 담은 음악 다큐멘터리다. 1984년 미국 판타지스 극장에서 촬영된 네 차례 공연을 담아내며, “역대 최고의 콘서트 영화”라는 극찬을 받은 이 작품은 조나단 드미 감독과 촬영감독 조던 크로넨웨스의 감각이 빛나는 명작이다.

이외에도 광주극장은 1930년대 명작들을 만날 수 있는 월드시네마 걸작선도 마련했다. 칼 드레이어 감독의 흡혈귀 영화 ‘뱀파이어’(1932)는 8월 2일과 10일, 장 비고 감독의 아름다운 수채화 같은 영화 ‘라탈랑트’(1934)는 8월 3일 상영된다.

광주극장 김형수 전무이사는 “다양한 감성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이는 이번 시네바캉스를 통해 관객들이 더위를 식히며 마음의 여유도 함께 누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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