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우주센터 가는 길…선형 펴고 4차선 확장 시급
2025년 06월 11일(수) 19:35
전남의 혈맥을 새로 잇다
시즌 Ⅱ 4 고흥~봉래 도로 확장
우주산단 등 조성으로 통행량 급증
도로 확장 우주산업 중심지 면모 갖춰야
2022년 4월 국토부 6차 건설계획 포함
한차례 고배 후 올 1월 신속 예타 결정
기재부 8월중 발표 예타 통과 희망적

고흥 봉래면 예내리~고흥읍 호형리를 잇는 31.7㎞ 길이의 고흥~봉래 구간은 왕복 2차로에 불과해 4차로 확대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차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했지만, 고흥이 우주산단 부지로 선정됨에 따라 대한민국 우주기지의 진입로의 면모를 갖춰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현재 신속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고 있다. 좁은 폭과 굴곡진 모습의 고흥 포두면 세동리 산 27-3 일원을 지나는 국도 15호선.

국도 15호선은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출발해 전북 남원시까지 닿는 대한민국의 종축 국도 중 하나다. 고흥에서 시작해 보성, 순천, 화순, 곡성, 전북 순창을 두루 잇는 총 길이 223.5㎞의 도로다. 국도 15호선은 지난 2021년 고흥~봉래 구간이 국도로 승격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고흥 봉래면 예내리~고흥읍 호형리를 잇는 31.7㎞ 길이의 고흥~봉래 구간은 국가지원지방도였으나 국가기반시설인 나로우주센터가 조성되면서 그 진입도로로써의 중요성 등을 감안해 국도로 승격됐다. 그러나 이 구간은 왕복 2차선에 불과하다. 특히 폭이 좁고 굴곡이 심해 개량 공사를 거쳤지만 여전히 불편함을 가진 구간으로 4차선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되어 온 구간이다.

특히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비롯해 국도 15호선의 기점은 대한민국 우주항공의 전진기지로 탈바꿈 되어가고 있는 과정임에도 2차로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4차선 확대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흥은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기지인 나로우주센터가 들어서면서 이 지역을 우주항공 메카로 만들기 위한 정부 주도의 사업들이 잇따랐다.

당장 ‘고흥 우주발사체 국가산업단지’와 ‘우주발사체 기술사업화 센터’, ‘민간 전용 우주발사장 핵심 인프라’ 조성 사업 등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사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또 국방시설인 ‘복합안보우주센터’가 조성 중이며, 우수발사체 사이언스 컴플레스 등 우주항공과 관련한 다양한 기관, 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최근에는 민간 기업들도 속속 입주하면서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고흥 나로우주센터로 진입하는 길목인 나로2대교.
전남도와 고흥군은 고흥 우주국가산단과 민간 발사장을 이용하는 이들의 교통 편의를 개선하고 우주발사체 클러스터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고흥~봉래 구간의 차선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주국가산단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진입도로인 국도 15호선은 폭이 좁고 굴곡이 심한 데다 경사도 마저 높아 민간 발사체와 핵심부품 육상 운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고흥 우주국가산단에 입주해있는 기업과 기관들은 고흥~봉래 구간의 고질적인 불편함 때문에 통행량이 적은 늦은 밤에 부품을 이송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상 운송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운반 비용이 크게 드는 데다 최첨단 부품이 염해를 입을 가능성도 크고, 기상, 풍랑 등 고려해야할 점이 많다.

열악한 도로환경으로 인해 교통사고도 많아, 고흥 지역민은 물론 우주산단 입주 기업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당장 전남도가 파악한 이 구간의 교통사고는 지난 2022~2024년 2년 간 295건에 달했고, 사고 처리된 건만 97건이었다.

최근엔 교통량도 늘어나고 있어, 차로 확장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여수~고흥 간 연륙·연도교의 개통으로 교통량이 늘어나고 있는데, 국토연구원 예측에 따르면 지난 2022년 8194대 수준이었던 1일 교통량은 오는 2035년이되면 1만4785대로 1.8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흥~봉래 구간의 확장 필요성은 비단 우주산단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고흥지역 경제와도 맞물려 있다. 차로 확장으로 고흥에서 생산한 농수산물과 물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흥은 전국 유자 생산량의 60%, 석류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주 산지다. 또 과거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었던 나로도항은 1년 위판량만 540억원으로 전국 상위 15%의 항구이기도 하다. 또 전남도내 김 생산량이 가장 많은 지역(2억4000t·309억원)이기도 하다. 고흥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의 편하고 빠른 이송이 가능해지면 시장 경쟁력이 상승할 여지도 생겨난다.

고흥 포두면을 지나는 국도 15호선.
이 구간을 왕복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대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5142억원으로 추정된다. 차선이 확장되면 우주발사체 클러스터까지 이동시간은 기존 60분에서 20분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전남도와 고흥군은 지난 2018년 정부의 ‘제5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2021~2025)’에 이 구간의 차선 확대를 반영해달라고 건의한 것을 시작으로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정부를 상대로 고흥~봉래 구간의 차선 확장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이 구간의 첫 확대 시도였던 ‘제5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과 관련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B/C(경제성평가)가 0.29를 기록하면서 탈락했다. 통상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할 경우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으면 재차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는 데에는 10년 가량이 걸린다. 그러나 고흥이 우주발사체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2023년 3월)되면서 전남도는 이 사업에 대한 두번째 예비타당성 조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2022년 4월 국토부에 제 6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건의안은 6차 건설계획에 포함됐고, 국토부는 2년 여 간의 내부 점검을 거쳐, 올해 1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희소식이 들려왔다. 기재부가 고흥~봉래 구간에 대한 신속 예타를 발표한 것이다. 신속 예타는 통상 도로의 경우 9개월 여가 소요되는 예타를 6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

신속 예타 선정에 따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3월 예타를 수행, 현장조사를 완료했다. 예타 결과는 오는 8월경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는 이번만큼은 예타 통과가 가능할 것이라는 보고있다. 고흥군이 개발 촉진 지역인 데다 지역 낙후도 등을 고려했을 때 낮은 경제성 평가에도 불구하고 통과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민들을 중심으로 우주산업 국가 클러스터에 걸맞는 진입도로의 필요성도 주장되고 있고, 정부가 신속 예타를 결정한만큼 지역의 숙원사업인 고흥~봉래 구간의 차선 확장 사업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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