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드러낸 광주 유해물질 측정 시스템 개선 시급
2025년 05월 27일(화) 20:20
금호타이어 화재가 준 교훈
지역민들 건강·대기환경 영향 주는 핵심 중금속 측정 매뉴얼 없어
기관별로 제각각 조사에 선별적인 정보 제공으로 혼선·불신 야기
시민 눈높이 고려 지자체·국가 차원 실효성 높일 매뉴얼 마련해야

지난 17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광주일보 DB>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를 계기로 대형 재난 시 유해물질 측정과 관련 시민들의 혼선을 줄이고 실효성을 높일 지자체·국가 차원의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화재로 광주시와 영산강유역환경청, 보건환경연구원 등 기관들의 무신경함과 무책임, 소극적인 업무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점에서 지역민들이 믿을 수 있는 유해물질 모니터링 시스템과 컨트롤타워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광주시는 ‘매뉴얼이 없다’며 화재가 난 뒤 나흘 뒤에야 중금속 검출 여부를 측정하는가 하면, 화재 전후의 오염물질 검출 여부를 비교할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등 부실한 재난 대응 실태를 드러내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27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시와 영산강유역환경청 등은 이번 금호타이어 화재와 관련, 대처 과정에서 기관마다 다른 기준으로 대기오염여부를 측정, 발표하면서 시민들에게 혼선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의 경우 화재가 발생한 17일부터 이동식 측정차량 1대를 투입해 아황산가스, 이산화질소, 오존, 일산화탄소,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등 6개 항목을 1시간 단위로 실시간 모니터링했다. 연구원은 또 20일부터는 중금속 등을 측정한다며 VOCs 27종을 수동 포집 방식으로 채취했다.

연구원은 송정역·광산구청·어린이집 등 다중이용시설에서는 벤젠, 에틸벤젠, 톨루엔, 자일렌, 스티렌 등 VOCs 5종과 포름알데하이드 등 6종도 측정했고 19~26일 사이에는 ‘악취 조사’를 내세워 9개 지점에서 VOCs를 비롯한 23개 물질을 측정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도 이황화탄소, 산화에틸렌, 벤젠, 황화수소 등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59종을 측정했다.

연구원, 영산강청이 같은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제 각각 측정하는가 하면, 장소도 임의적으로 선정한 뒤 측정해 공개했다.

측정 결과에 대한 판단도 제 각각이었다. 연구원은 광주시 조례로 정한 ‘시 대기환경기준’을 적용했는데, 영산강환경청은 대기오염 평가 지표로 쓸 수 없는 ‘TWA(시간가중평균노출기준)’를 썼다.

연구원은 또 다중이용시설 조사 과정에서는 난데없이 ‘신축 공동주택의 실내공기질 관리 기준’을 적용해 판단했다.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오염도 측정이 ‘긴급 측정’ 위주로 이뤄지고, 현장에서 각 부서가 자체 판단해 측정을 하면서 정보의 혼란이 심해졌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에겐 왜 그 기준을 적용했는지 여부나 측정 검출 수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 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오히려 기준치를 벗어난 수치를 누락하거나 제 멋대로 해석해 공개하면서 왜곡된 해석을 불러왔다.

광주시 안팎에서는 “측정치를 비교할 만한 과거 데이터나 판단 기준, 매뉴얼이 하나도 없어 대처가 어려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내 공기질, 중금속 등 측정이 금호타이어 화재가 ‘완진’된 뒤에야 시작된 것도 매뉴얼 부재로 어떻게 대처할 지 몰라 우왕좌왕하다 늦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환경운동연합도 “광주시, 광산구, 영산강유역환경청, 광주고용노동청 등 각 기관이 협조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대응하면서 일관성 있는 대책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점을 들어 대형 화재, 화학 사고 등에 대응하기 위한 매뉴얼과 일관된 기준을 신설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철갑 조선대 작업환경의학과장은 “국민환경기초조사 결과나 국립환경과학원이 과거 유사 화학사고 당시 진행했던 피해 분석, 현상 진단, 원인 규명 연구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환경오염물질에 대한 축적된 연구결과 등 자료들을 종합해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환경보건 감시체계 개편과 화학물질 위해성 평가 및 관리체계 구축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와 관계기관은 대형 화재와 화학물질 노출에 대비하는 통합적 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하며, 피해자들을 위한 체계적인 건강 영향 조사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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