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화재 3일째 대기 중 유해물질 수십종 검출 확인
2025년 05월 28일(수) 20:50
광주시, 비공개했던 영산강환경청 VOCs 59종 측정자료 뒤늦게 공개
2가지 이상 물질 동시 노출시 유해성 증가 가능성에 안일한 대처 지적
전문가들 “유해물질 노출량·시민 건강 영향 등 파악해 대책 마련해야”

지난 17일 광주시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 불이 나 화염과 함께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광주시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시민 알권리를 보장 한다면서도 자의적으로 선택, 공개해 비판을 받자 뒤늦게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발생 이후 측정한 대기오염물질 항목별 수치를 공개했다.

특히 ‘미미한 수준’ 이라는 광주시 등의 애초 발표와 달리, 금호타이어 화재 발생 이후 대기 중 수십 가지 종류의 유해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2가지 이상의 유해물질이 동시에 유출됐을 경우 유해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경각심을 느슨하게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광주시가 28일 오전 9시 30분께 영산강유역환경청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59종에 대한 측정 자료 전체를 공개한 결과, 금호타이어 화재 발생 이후 평소 검출되지 않던 유기화학물질들이 사흘 째인 지난 19일 낮 12시를 기점으로 일제히 검출되기 시작했다.

석유제품이 탈 때 나오는 독성 화합물 ‘아크로레인’(0.030ppm), 메탄올(0.031ppm), n-노네인(0.011ppm), 벤젠 (0.041ppm), 클로로포름+디클로로메탄(0.016ppm), 에틸렌옥사이드(0.012ppm), 자일렌+에틸벤젠(0.008ppm), 메틸싸이클로펜탄(0.010ppm) 등이 잇따라 확인됐다. 1-헥산, 싸이클로헥산, 메틸싸이클로헥산, 이소프렌, 아세톤, 아세트알데히드, 염소, 메틸삼차부틸에터 등도 이 시각을 기점으로 검출량이 나왔다.

아크로레인의 경우 환경청이 임시방편삼아 적용했던 TWA(시간가중평균노출기준) 기준인 0.1ppm에는 미달했지만 미국 환경보호청이 정한 급성노출가이드레벨(AEGL)의 1단계(0.03ppm)에 달하는 수치다.

AEGL은 산업재해, 화학사고, 테러 등으로 인해 일반 대중이 단시간 고농도의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될 경우를 가정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대응하기 위한 기준이다.

AEGL 1단계는 ‘어떤 물질에 대해 일반 대중(민감한 사람 포함)이 불쾌감, 자극 또는 자각되지 않는 경미한 생리적 영향을 경험할 수 있는 공기 중 농도’다. 나머지 물질 등도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화재사고로 유출될 경우 표기된 측정치보다 유해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산업계 분석이다.

고용노동부는 TWA 노출기준에 대한 고시로 ‘2종 또는 그 이상의 유해인자가 혼재하는 경우에는 각 유해인자의 상가작용으로 유해성이 증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 환경청도 ‘급성 노출 지침 수치 개발 표준운영절차서(Standing Operating Procedures for Developing AEGLs)’ 을 통해 ‘두 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에 동시에 노출될 경우, 상가적(additive), 상승적(synergistic), 길항적(antagonistic) 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AEGL 값을 적용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광주시가 섣불리 ‘안전하다’, ‘미미한 수준’이라고 시민들에게 근거없는 안도감을 줘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또 이들 기준은 애초 이번 화재 현장에서 대기오염을 측정하는 데 쓰일 수 없는 지표라고 지적한다.

TWA는 작업 환경을 전제로 만들어져 대기오염의 평가 등 지표로 쓸 수 없으며, AEGL도 미국인의 건강자료를 기반으로 설정됐기 때문에 한국인의 생리학적 특성 및 국내 노출 환경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광주시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동시다발적으로 유해물질이 검출되고, 그 위험성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근거 없이 ‘미미한 수준’이라고 측정 결과를 공개해 시민들에게 섣불리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으려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송창영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은 “소수의 유해물질만 측정하고 복합적 노출 경로와 단기간 급성 노출에 대한 영향을 판단할 수 없다면 건강 확인에 한계가 있다”면서 “어떤 물질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노출됐는지, 이로 인해 인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 파악해야 주민 건강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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