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랫말에 담은 45년 恨과 설움
2025년 05월 21일(수) 20:55
ACC, 24일 ‘오월어머니의 노래’
故 문재학 열사 모친 김길자 여사 등
15명의 어머니들 무대에 올라
각자 사연 담긴 15곡·합창 공연
6월 18일 일본 오사카서 공연도

ACC 예술극장 극장2에서 오는 24일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기념한 공연 ‘오월어머니의 노래’가 펼쳐진다. 지난해 공연 모습. <ACC 제공>

“17살 고등학생이 된 재학이는 하복을 맞춰 놓고 입어보지도 못했어. 친구가 죽어 장례를 치르고 온다 했는데, 설마 그 어린애한테 총을 쏠 줄은 생각도 못했어. 징한 놈들이제. (중략) 엄마는 오래 오래 우리 아들 자랑을 할거야. 그리고 천국에서 만나자 그때 널 보면 뭐라고 하지. 재학아! 엄마 안보고 싶었어?”

다시 만날 수 없는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설움이 절절한 이 곡의 제목은 ‘엄마 안보고 싶었어?’.

소설 ‘소년이 온다’의 모티브가 된 고(故)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인 김길자 여사가 직접 쓴 가사에 5·18 당시 고립됐던 광주의 모습을 ‘바위섬’에 빗댄 곡으로 유명한 가수 김원중이 곡을 붙이고, 함께 불렀다.

45년이 흘렀지만 아들을 떠나보낸 어머니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애달프다. “사람들에게 얘기하세요, 내 아들은 폭도가 아니라고” 한 줄의 노랫말 속에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국가폭력의 참상과 그 뒤에 남겨진 이들의 깊고도 긴 슬픔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올해도 그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무대가 찾아온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들이 가슴 깊은 곳에서 토해내듯 부르는 노래가 다시 한 번 울려 퍼진다.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전당장 김상욱)이 제작한 ‘오월어머니의 노래’가 오는 24일 오후 5시 ACC 예술극장 극장2에서 펼쳐진다.

이번 공연은 1980년 5월,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긴 세월을 견뎌온 오월어머니들의 삶과 목소리를 통해 그날의 희생과 넋을 기리고자 마련된 자리다. ACC는 지난 2022년부터 어머니들의 삶과 애환을 담은 노랫말로 곡들을 제작해 그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부르는 공연으로 오월의 기억을 전하고 있다.

오월어머니 15명이 무대에 올라 각자의 사연이 담긴 개인곡 15곡과 합창곡 ‘5·18 어매’를 들려준다. ‘5·18 어매’는 “한 많은 사연 말도 못 한 채, 울어 예는 5·18 어매…”로 시작되는 곡으로, 민중가수 박종화 씨가 어머니들의 한을 담아 작사·작곡했다. 열다섯 분의 어머니는 김길자, 김옥희, 김점례, 김정자, 박유덕, 박행순, 박형순, 원사순, 이근례, 이명자, 이향란, 임근단, 임현서, 정동순, 추혜성 등이다.

우선 공연 1부에는 남편을 잃은 ‘아내의 노래’ 9곡이 무대에 오른다. 당시 주남마을 통장으로 마을을 돌아다니며 위험을 알리다 계엄군의 총격에 상무관 30번 주검으로 돌아온 남편, 고(故) 선종철을 그리며 부르는 김옥희 어머니의 ‘30번 남자’가 공연의 막을 연다. 2부 공연에서는 동생을 잃은 ‘누이의 노래’ 1곡과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노래’ 5곡이 이어진다. 동생 고(故) 박관현의 누나 박행순 씨가 ‘걱정마세요’를, 고(故) 장재철의 어머니 김점례 어머니는 ‘재철아!’ 등을 노래한다.

국악인이자 배우인 오정해씨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대에 함께 올라 오월어머니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낭독한다. 관객들은 오 씨의 목소리를 따라 가슴 아픈 사연 하나하나를 마주하며, 오늘의 자유와 평화가 어떤 희생 위에 놓여 있는지 되새겨보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올해 공연은 오는 6월 18일 일본 오사카에서도 펼쳐진다.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민주·인권·평화라는 보편적 가치를 세계에 알리자는 취지로 기획됐으며, 광주와 오사카 공연은 모두 ACC 공식 유튜브 채널과 오마이TV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김상욱 ACC전당장은 “이번 공연은 이 땅의 평범한 어머니들이 겪은 비극을 예술로 승화한, 진실의 울림”이라며 “인간의 존엄과 진실, 그리고 그리움을 담아낸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CC는 앞으로도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지역 문화예술과 함께 호흡하는 공간으로서 항상 함께하겠다”고 덧붙였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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