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핀 쪽으로 뽀짝, 희망으로 뽈깡! - 정봉남 제3회 동구 무등산 인문축제 PM
2025년 05월 15일(목) 00:00
온 국민이 계엄에 저항하고 분노할 때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어둠 속의 희망이었다. ‘빛과 실’이 되어 과거가 현재를, 죽은 자가 산 자를 도울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살아 있는 한 희망을 상상하는 일, 그 오래고 깊은 사랑’에 대해 질문하게 했다. ‘가장 어두운 밤에도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진 존재인지 묻는 언어’를 통해 문학과 삶에 대한 희망을 노래할 수 있었다.

문병란 시인의 시 ‘희망가’를 다시 읽는 조용한 일렁임 또한 곳곳에서 마주했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맛 향기를 지닌다” 시인의 목소리는 우렁우렁 여전히 가슴을 울린다.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 6장의 소제목이 ‘꽃 핀 쪽으로’다. 소설을 읽으면서 오래 참아왔던 눈물은 울음과 통곡이 되어 6장에서 쏟아지고 만다. 소년 동호가 엄마를 부를 때, 심연 가득 뜨겁게 메아리치던 그 말은 캄캄한 데가 아니라 꽃 핀 쪽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었다. 꽃 핀 쪽으로 뽀짝, 다가가려는 열망이 민주주의와 광장을 지켰다.

무등산 증심사지구 일원에서 펼쳐지는 인문 예술 축제가 올해로 3회를 맞았다. 동구 무등산 인문축제는 ‘인문 For:rest’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데, 인문의 숲이라는 뜻과 함께 쉼과 지구, 나와 내일이라는 주제를 해마다 깊이있게 탐구한다. 올해는 예술적 상상력과 질문으로 ‘지구를 위한 인문축제(인문 For:Earth)’를 펼친다. 등급도 차별도 없는 무등(無等)의 품, 아름다운 오월의 숲에서 자연과 인문과 예술이 더해진 색다른 사유의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유일한 축제다.

올해 슬로건은 ‘꽃 핀 쪽으로 뽀짝, 희망으로 뽈깡!’이다. 뽀짝, 뽈깡의 뉘앙스를 아는 분들이라면 크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전라도 말로 전하는 희망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폭력에서 존엄으로, 차별과 혐오를 넘어선 풍경으로, 그늘진 곳에서 꽃 핀 쪽으로, 우리의 삶이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시대가 묻고 인문이 답하는 여정이 ‘인문축제’의 정체성이라면 무등산은 이름부터 이미 민주주의를 사유하는 최적의 장소이고, 무등산이 품은 사람과 자연과 문화는 무등의 인문정신을 체감하는 바로미터다. 사람과 장소와 그곳에 깃든 이야기야말로 진짜 콘텐츠가 아니던가.

그곳에 가야만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하고 새로운 문화, 올해 무등산 인문축제의 핵심 콘텐츠가 민주주의를 사유하는 것과 생태 감수성과 지속가능성의 메시지를 다양한 예술로 표현함으로써 새로운 인문 경험을 제공하는 두 가지 측면에 주목하는 이유다.

각박한 시대일수록 더욱 그리워지는 감정은 본질적인 것, 당연한 것의 힘이다. 본질이 사라진 자리에 형식만 남지 않길 바라면서 무등산 인문축제는 지구의 아름다움을 맞이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연결의 감각을 회복하고 공존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우며 즐거운 불편과 유쾌한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 고요를 찾아 쉼을 누리고 숲에서 작가와 만나 삶을 이야기하며 함께 읽은 진심어린 문장들을 되새기는 사람들, 숲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고 편백숲에 사는 생명들을 기록하며 새끼 두꺼비의 이동을 살펴 발걸음을 조심하는 사람들, 쓰레기 없는 축제를 만들고 지구력을 높이려는 사람들과 함께라서 더욱 특별하다.

소년 ‘동호’가 봄날의 오월을 지나 그해 여름으로 건너가지 못했던 시간을 기억하며 두 손을 모은다. 상처 입은 영혼들이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 핀 쪽으로” 나아가 평온하기를. 그리하여 우리의 마음에도 체온을 덥히는 온기가 머물기를….

무등의 초록이 깊고 푸르러지는 계절에 인문축제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나러 뽀짝, 뽈깡! 걸음하시길 기쁘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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