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 있던 어르신도 ‘벌떡’…광주 청년들이 만든 기적”
2025년 05월 13일(화) 09:50
[광주다움 통합돌봄 방문 맞춤 운동 강사·물리치료사 3인방]
“대부분 경계심·우울감 커…뇌병변 환자 등 일어설 때 큰 보람”
“봉사하는 선한마음은 기본…돈버는 수단으론 버티기 힘들어”

광주다움 통합돌봄 가정 방문 맞춤 운동 서비스 운동 강사(물리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는 조형빈(왼쪽부터)·황민규·선준혁씨.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2023년 4월 전국 최초로 ‘누구나 돌봄’이라는 이름 아래 출발한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이제 광주를 넘어 전국적으로도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사회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가정 방문 맞춤 운동 서비스’는 만족도가 매우 높은 서비스로 통한다. 서비스 이용 시민도 2023년 860명, 2024년 974명, 올 3월 기준 470명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광주에는 초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시대를 맞아 지역사회 돌봄의 중심에서 땀 흘리는 청년 물리치료사들이 있다.

광주일보가 만난 청년 물리치료사 조형빈(27)·선준혁(28)·황민규(28)씨는 골절·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 뇌성마비, 뇌혈관 질환 등을 앓는 신청 대상자의 집에 방문해 그들이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돕고 운동·재활 방식 등을 가르치는 게 주 업무다.

모두 3년 차인 이들은 물리치료사가 되기까지의 길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일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만큼은 그 무엇보다도 크다고 입을 모았다.

조형빈 물리치료사.
조형빈씨는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좋아했는데, 경기를 볼 때마다 운동선수가 다치면 가장 먼저 뛰어가 치료해 주는 사람이 멋있게 보였다”며 “이후 몸에 대해 공부할수록 평소 궁금했던 유익한 정보 등도 얻을 수 있어 물리치료사라는 직업이 끌렸다”고 말했다.

조씨처럼 광주다움 통합돌봄 사업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는 또 다른 청년 물리치료사들 역시 입문 동기가 남달랐다.

선준혁씨는 생명과학을 좋아해 보건 계열 진로를 고민하다 물리치료사를 택했고, 축구선수로 활동했던 황민규씨는 부상으로 물리치료사에게 재활 도움을 받으면서 물리치료사의 꿈을 꾸게 됐다고 했다.

각자의 고민과 이유는 달랐지만 ‘몸을 돌보는 일’이라는 공통의 목표는 그들을 지금의 같은 자리에서 함께 버티게 했다.

하지만 처음 진로를 고민할 당시만 해도 이들 모두 ‘물리치료사’라는 직업의 구체적 진로 방향을 놓고 적지 않은 갈등을 겪었다고 한다.

특히 물리치료사라는 직업 영역이 신경계와 근골격계, 전기치료, 도수치료 등 여러 분야로 나뉘어 있어 세부적인 분야 선택도 쉽지 않았다.

조씨는 “첫 직장을 구할 때 신경계를 선택할지 근골격계를 선택할지 정말 고민이 많았다”면서 “뇌 질환 환자 등을 케어하는 신경계를 선택해 3년째 근무 중인데, 요즘 들어 힘은 더 들지만 보수가 더 나은 골절·관절염 등을 재활하는 근골격계로의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이 일하는 곳은 병원이 아닌 ‘환자의 집’이다 보니, 병원에서는 접하기 힘든 다양한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

황민규씨는 “대상자 대다수가 연령대가 높고 몸이 안 좋다 보니 경계심이 많고 우울감도 크다”면서 “치료 중 갑자기 우는 분도 계신다. 물리치료사 입장에서는 감정이입을 최소화하고, 대상자가 운동에 집중할 수 있게끔 도와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컨트롤이 힘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조형빈씨는 “가끔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 치료 의지가 낮은 환자를 만날 때도 있는데, 감정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치료 프로그램을 끝까지 마무리하기 위해 집중한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물리치료는 결국 ‘사람을 대하는 서비스직’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고 했다.

황민규 물리치료사.
청년 치료사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 기대했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도 차근차근 메워가는 중이다.

선준혁씨는 “학교에서 배웠던 것과 현장에서 실전으로 하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다르다”면서 “취업 후에도 치료법을 계속 공부해야 하고, 단순 직업정신 외에도 봉사 정신이 없다면 버티기 어려운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이들 3인방을 버티게 하는 것은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일에 대한 보람과 만족감이다. 자신들의 치료를 받고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하던 뇌 병변 대상자가 걷고, 누워 있던 대상자가 스스로 일어설 때는 짜릿함까지 느낀다고 했다.

물리치료사의 장점 중 하나인 유연한 이직과 다양한 경험의 기회도 이들이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는 또 다른 이유다.

조씨는 “보통 직장은 한 번 들어가면 그곳에서 계속 경력을 쌓아야 하지만 물리치료사는 다른 직업에 비해 이직할 수 있는 길이 넓다”면서 “본인이 원하는 분야나 지역을 찾아 직장을 옮기기도 쉽다”고 설명했다.

선준혁 물리치료사.
요즘 청년들의 ‘탈광주’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청년 3인방이 광주에 둥지를 튼 이유도 색다르다.

서울 출신인 황민규씨는 호남대학교에 입학한 인연으로 광주에 처음 왔고, 지난해 결혼을 하면서 완전한 광주시민이 됐다고 한다. 황씨는 “처음엔 가족도 없고 억센 사투리 억양 등도 적응이 안 됐는데, 이제는 여유롭고 따뜻한 광주가 고향인 서울보다 훨씬 더 좋다”고 말했다.

광주가 고향인 선씨는 “첫 직장을 알아볼 때 수도권 지역 근무도 고민하긴 했지만, 나고 자란 고향 광주에서 이웃 시민들을 돌보는 현재의 삶이 매우 만족스럽다”며 활짝 웃었다.

청년 치료사들은 전국적으로 인정받은 ‘광주다움 통합돌봄’ 정책에 대한 의견도 꾸밈없이 제안했다.

이들은 우선 광주다움 통합돌봄에 대해서는 “지역에 꼭 필요한, 너무 잘 만든 프로그램”이라며 일제히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다만 ‘대책 없는 치료사의 심리적 소진’ 등은 아쉬운 점으로 지적했다.

조씨는 “대상자 중 거동이 불편해 혼자 집 밖에도 못 나오는 분들도 많다”면서 “특히 보호자조차 없는 분이 많고 ‘광주다움 통합돌봄’이라는 프로그램 자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분도 있다. 이들을 추가로 발굴해 지원을 강화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선씨는 “일한 지 3년째인데 아직도 대시민 홍보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면서 “일을 하는 3년 내내 신청하신 분이 있는 반면 ‘이런 게 있는지 몰랐다’며 올해 처음 신청한 분도 있다”며 아쉬워했다.

황씨는 “치료대상자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오히려 치료사 스스로가 우울감에 빠질 때도 있다”며 “운동 강사(치료사)를 대상으로 하는 1대1 심리 상담 등이 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이들은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선씨는 “봉사 정신과 선한 마음은 물리치료사가 되기 위한 필수 요소”라며 “정체되지 않고 더 나은 치료사가 되기 위해 치료법을 연구하는 ‘욕심’도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씨는 “기본적으로 봉사 정신이 있는 분들이 일을 했으면 좋겠다”면서 “돈 버는 수단이나 진로로만 보지 말고 ‘내가 이 일을 정말 좋아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황씨는 “대개 중장년층이 대상자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예의범절을 미리 배우면 일에도 큰 도움이 된다”면서 “취업 분야에 대한 고민이 많을 텐데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다양한 시도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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