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관리 부실 사실로…전남 구제역 ‘방역 참사’였다
2025년 04월 07일(월) 20:05
1차 확진 농가 출하 직전 소 48마리 항체형성률 12.5%에 그쳐
작년 항체형성률 전국 최저에도 전남도·영암군 조치 소홀 지적
농림부 발표로 백신 접종 기피 의혹 드러나…철저한 대책 시급

<광주일보 자료사진>

91년 만에 전남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농가의 소홀한 백신 접종 및 방역당국의 허술한 관리 등이 맞물리면서 빚어낸 ‘방역 참사’라는 지적<광주일보 3월19일 7면>이 정부의 공식 발표로 확인됐다.

광주일보가 단독으로 확보, 공개한 출하 직전의 소들에 대한 백신 접종 기피 의혹도 정부 발표로 사실로 드러났다. 이번에 드러난 백신 접종·관리의 부실한 시스템 개선을 위한 공중보건수의사 확충, 방역 공무원 현장 참여 확대, 축산 농가 대상 철저한 자가 접종 교육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가들, 백신 접종 대충대충=농림축산식품부는 7일 영암군 구제역 확산 원인을 “농가의 백신 접종 소홀과 차단방역 미흡”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사실상 농가의 부실한 접종이 구제역 확산으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농림부 판단이다.

농림부는 “구제역 발생농장 대부분이 농장 내 일부 한우에서만 양성으로 확인된 점을 볼 때 모든 한우에 대해 백신접종을 실시하지 않고 일부 한우는 백신접종을 누락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살처분된 소들의 백신 접종에 따른 항체형성률도 부실 접종 실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기준치(80%) 미만의 항체형성률을 보인 농가들의 경우 사실상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농림부 등 방역당국은 영암에서 처음으로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에서 사육중인 출하 직전의 소 48마리를 대상으로 항체형성률을 확인한 결과, 12.5%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1차 확진 농가의 경우 구제역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구제역 감염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육 중인 모든 한우(184마리)가 살처분됐다.

농림부는 살처분된 소들 중 출하 직전의 소만 따로 항체형성률을 조사해 10%대에 그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통상 출하 시기(32개월)를 앞두고 최대한 비싼 값에 팔기 위해 소의 체중을 불리는 비육 말기(28개월)에 있는 수소는 백신 접종에 따른 스트레스가 체중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농가가 백신 접종을 꺼린다는 게 방역당국 수의사들 설명이다. 이런 관행이 백신 접종 기피로 이어지면서 항체형성률이 낮게 나왔다는 게 농림부 분석이다.

광주일보가 확보한 ‘영암군 구제역 확진 한우 살처분 현황’ 자료에서도 영암에서 살처분된 수소 중 54마리(43.6%)는 25~36개월 사이의 비육 말기 소들이었다.

방역당국은 최초 확진 농가 외 다른 확진 농가에서 사육하던 한우에 대한 항체형성률도 조사한 결과, 기준치를 밑돌고 있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3차 확진농가의 항체형성률은 43.8%에 그쳤고 4차 확진농가(62.5%), 5차 농가(65%), 6차 농가(46.2%), 7차 농가(74%), 11차 농가(75%) 등도 기준치에 못 미쳤다.

◇부실접종, 알고도 외면했나?=농림부가 내놓은 자료는 전남도와 영암군의 방역 공백 상태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농림부가 밝힌 지난해 12월 기준 영암지역 내 사육중인 소들의 대한 항체형성률은 92.3%로, 전국 모든 자치단체 중 가장 낮았다. 전국 평균 항체형성률 97.3%에도 미치지 못했고 전남지역 22개 시·군의 평균(97.3%)보다도 낮았다.

전국 평균보다 5%포인트 차이가 날 정도로 항체형성률이 낮았다면 원인을 찾아내기 위한 점검을 진행했어야 한다는 게 방역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영암에서는 또 지난해 2개 농가가 항체형성률 기준치 미충족(80%미만)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농림부가 도축장·농장을 대상으로 항체형성률 조사를 거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우가 전국 평균 3.3% 수준인 반면, 전남도는 3.8%로 비교적 높았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백신 접종 실태 뿐 아니라 방역 수칙 준수 여부 등을 확인해 개선점을 마련하는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게 방역 전문가들 지적이다.

농림부는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의 경우 출입구에 차량 차단 장비를 설치하지 않거나 농장 전용 의복·신발 미비치, 농장 축산차량 미등록 등 방역 수칙을 위반했고 차량이 농장을 드나들 때 소독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구제역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시·도와 기초자치단체가 구제역 발생 전에도 축산농장 및 관련 작업장의 소독시설 및 소독 실시여부를 정기 점검하도록 한 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전남도와 영암군 등이 안이하게 자가 접종 실태를 관리하거나 느슨한 방역 체계를 운영, 91년 만의 구제역 발생으로 이어졌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중보건수의사 등 방역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농가에 자율적으로 맡겨놓은 백신접종 대신, 방역 당국이 공무원과 수의사를 투입해 백신 접종을 진행하거나 공무원들이 농가 백신 접종 현장을 지켜보는 시스템을 갖추는 등 접종 과정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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