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광주시 광산구 산정지구에 민간분양 6800세대 등 1만 3000세대 규모의 공공주택 조성 계획을 강행하고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 침체와 내수부진, 고분양가 등 광주 시내 미분양이 약 7000세대에 달하는 상황에서 LH가 또다시 아파트 수천세대를 시장에 내놓기로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근 정부가 지방 건설경기 부양책으로 LH를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 매입하기로 한 상황에서, 사업 주체인 LH가 미분양이 가득한 광주에서 아파트를 추가 공급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LH의 산정지구 조성사업을 두고 광주 미분양 상태를 해결하기는커녕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17일 LH 광주전남지역본부와 광주시 등에 따르면 LH는 지난 1월 산정지구 사업부지 내 토지소유자 등을 대상으로 산정지구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고 최근 토지 지적물에 대한 현황조사를 위해 세부계획을 논의 중이다.

산정 공공주택지구사업은 정부의 2021년 2월 대도시권 주택공급 확대 계획에 따라 산정·장수동 일대에 168만 3000㎡(약 51만평) 부지에 오는 2030년까지 영구임대 7000가구, 민간분양 6800가구, 단독주택 200가구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LH의 대규모 공동주택 공급이 예고되면서 이미 미분양이 가득한 광주시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당장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광주시내 준공 전 미분양 아파트는 6782세대에 달한다.

조금 지난 통계수치지만 광주에서는 지난 9월 이후 미분양이 물량이 해소되기는커녕, 청약에 나선 3개 단지(436세대)의 청약 실적이 저조하다는 점에서 미분양이 증가했을 것이라는 데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광주시는 부동산 경기침체로 미분양이 심각한 상황에서 민간공원특례사업으로 1만 2000여가구가 공급중이거나 공급을 앞두고 있고, 여기에 광천동 재개발(1만여 세대), 신가동 재개발(6000여세대), 전방·일신방직 개발사업 등 초과 공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올해만하더라도 4725세대, 2026년 1만1237세대의 입주물량이 예고돼있다.

광주시도 이 같은 점을 감안, 강기정 광주시장이 직접 반대의견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광주시는 민간분양 세대를 영구임대로 전환해 달라고도 요청했지만 LH와 국토부는 사업 내용 변경을 전혀 고려하고있다.

광주시의 요구를 묵살한 LH를 두고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LH가 결국 지역 부동산 경기는 나몰라라하고 아파트 장사로 돈 벌이를 하겠다는 심보라는 것이다.

특히 LH는 지난달 지방에 쌓여있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직접 매입하기로 한 상태다. 정부의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의 일환으로 다 지었는데도 팔리지 않은 준공 후 미분양을 매입해 지방 건설경기를 부흥시키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미분양 매입에 나서기로 한 LH가 팔리지 않은 아파트가 가득한 광주에서 아파트 공급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올만하다.

이봉수 현대계획연구소 소장은 “LH 입장에서는 주거안정의 불확실성 면에서 공동주택을 비축하는 입장을 내보일 수 있지만 지금 기준으로 보면 LH의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부정적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며 “LH가 광주시의 요구에도 분양세대를 임대로 바꾸지 못하는 건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