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이례적 먹통 왜?…사고 원인 놓고 다양한 분석
2025년 01월 12일(일) 19:40 가가
제주항공 참사 블랙박스 사라진 4분
항공전문가들에게 들어보니
별도 전력 공급 안된 것 이례적
조류 충돌 후 전 시스템 마비됐나
항공기 설계상 문제로 전력 차단?
9시1분 교신…100% 차단 아닐수도
비행·음성기록 없어 ‘원인 불명’ 우려
항공전문가들에게 들어보니
별도 전력 공급 안된 것 이례적
조류 충돌 후 전 시스템 마비됐나
항공기 설계상 문제로 전력 차단?
9시1분 교신…100% 차단 아닐수도
비행·음성기록 없어 ‘원인 불명’ 우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직전 4분간 블랙박스에 정보가 저장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전력 계통까지 ‘셧다운(전원 공급 중단)’됐을 것으로 상정한다.
일반적으로 엔진에 이상이 생기더라도 항공기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에는 별도의 전력이 공급되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사고기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에서 이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김영록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광주일보와의 통화에서 조류 충돌 이후 화재가 발생하는 등 복합적인 상황이 발생해 전 시스템이 마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기가 오전 8시 59분께 ‘고어라운드(복행)’를 선언한 뒤 급히 선회해 3분여만에 활주로 반대 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하는데, 이는 통상 절차를 벗어난 것이라고 했다.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통상 공중에서 크게 선회해 기존과 같은 방향으로 재착륙을 시도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긴급 선회와 재착륙 시도를 하게 된 이유로 복행 과정에서 사고 피해가 급속히 커졌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복행 절차는 이륙 절차와 비슷하게 엔진의 힘(추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데, 이 때 조류 충돌 사고가 추가로 발생하면 엔진이 급격하게 손상된다는 것이다. 또 화재가 발생하면서 동력 계통뿐 아니라 전력 계통까지 손상을 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인찬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사고기의 시스템 문제로 FDR과 CVR 등 일부 전력이 차단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완전히 전력이 끊긴 것은 아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복행 직후 블랙박스 전력이 차단됐는데도 관제탑 교신을 거쳐 착륙 허가를 받고, 조종간으로 날개를 움직여 동체 착륙까지 했다는 점에서다.
실제 국토부는 사고 당시 오전 9시 1분 사고기 기장과 무안국제공항 관제탑과 교신을 통해 19번 활주로로 착륙하는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동체 착륙 직후 역추력 장치 등은 먹통이 된 것으로 추정했다.
최 교수는 CVR, FDR로 공급되는 전력은 사람이 직접 전원부 스위치를 끄거나 전력 차단기(서킷 브레이커)를 조작하지 않으면 차단될 수 없다는 분석도 내놨다. 다만 사고 직전 4분의 긴박한 시간 동안 승무원들이 직접 전력을 조작했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최교수의 분석이다.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두 엔진이 모두 꺼진 이후, 항공기 설계상의 문제로 블랙박스에 전력이 차단됐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엔진이 완전히 꺼져 주 전원 장치가 고장난 경우 ‘스탠바이 파워’ 시스템을 통해 배터리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데, 사고기의 FDR, CVR 등은 비상 시에만 전원을 공급하는 ‘스탠바이 버스’에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 전원을 상시 공급받는 ‘핫 배터리’는 계기판이나 교신기 등에만 연결돼 있다.
스탠바이 버스에 전력이 공급되려면 전력 계통이 ‘비상 상황’임을 인식해야 하는데, 사고기는 랜딩기어(착륙 장치)에 걸려 있는 스위치를 통해 비상상황 여부를 판단하도록 설계돼 있다. 즉, 랜딩기어가 접혀 있거나 지면에 닿으면 ‘지상’으로 인식돼 비상 상황 스위치가 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핫 배터리’로 전원 공급을 받는 교신 장치, 계기판 등은 정상 작동했으며, 그 덕분에 블랙박스가 먹통이 된 이후로도 관제사와 교신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권 교수 분석이다.
권 교수는 “사고 기종을 설계하면서 엔진 두 개가 다 고장날 수 있다는 가정을 못 했거나, 일반적으로 공중에서 엔진이 꺼지면 대처할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며 “불과 4분여만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항공기 제작 시 의도했던 대로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보조 배터리가 없어 전력이 차단됐다’는 문제 제기와 관련, “사고기 제작 당시 법적으로 보조 배터리 장착이 의무화 되지 않아 실제 장착 여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보조 배터리와 별개로 스탠바이 파워 시스템이 28볼트 메인 배터리로 작동하므로 사고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CVR, FDR 기록이 없는 한 정확한 사고 원인을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011년 제주공항 서쪽 130㎞ 해상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991편 화물기 추락사고’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상하이로 향하던 화물기가 ‘화재 발생’ 보고를 한 이후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사망한 사고로, 국토교통부는 4년간 조사 끝에 CVR, FDR을 찾지 못해 ‘원인 불명’ 결론을 내놨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한 사고 직전의 기록 4분이 사라졌으니, 정확한 사고 경위를 확인하기 상당히 어렵게 됐다”며 “주변 정황을 통해 사고 상황을 유추하고 추정해 해석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원인 불명’으로 판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이들은 기본적으로 전력 계통까지 ‘셧다운(전원 공급 중단)’됐을 것으로 상정한다.
일반적으로 엔진에 이상이 생기더라도 항공기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에는 별도의 전력이 공급되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사고기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에서 이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사고기가 오전 8시 59분께 ‘고어라운드(복행)’를 선언한 뒤 급히 선회해 3분여만에 활주로 반대 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하는데, 이는 통상 절차를 벗어난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긴급 선회와 재착륙 시도를 하게 된 이유로 복행 과정에서 사고 피해가 급속히 커졌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최인찬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사고기의 시스템 문제로 FDR과 CVR 등 일부 전력이 차단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완전히 전력이 끊긴 것은 아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복행 직후 블랙박스 전력이 차단됐는데도 관제탑 교신을 거쳐 착륙 허가를 받고, 조종간으로 날개를 움직여 동체 착륙까지 했다는 점에서다.
실제 국토부는 사고 당시 오전 9시 1분 사고기 기장과 무안국제공항 관제탑과 교신을 통해 19번 활주로로 착륙하는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동체 착륙 직후 역추력 장치 등은 먹통이 된 것으로 추정했다.
최 교수는 CVR, FDR로 공급되는 전력은 사람이 직접 전원부 스위치를 끄거나 전력 차단기(서킷 브레이커)를 조작하지 않으면 차단될 수 없다는 분석도 내놨다. 다만 사고 직전 4분의 긴박한 시간 동안 승무원들이 직접 전력을 조작했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최교수의 분석이다.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두 엔진이 모두 꺼진 이후, 항공기 설계상의 문제로 블랙박스에 전력이 차단됐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엔진이 완전히 꺼져 주 전원 장치가 고장난 경우 ‘스탠바이 파워’ 시스템을 통해 배터리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데, 사고기의 FDR, CVR 등은 비상 시에만 전원을 공급하는 ‘스탠바이 버스’에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 전원을 상시 공급받는 ‘핫 배터리’는 계기판이나 교신기 등에만 연결돼 있다.
스탠바이 버스에 전력이 공급되려면 전력 계통이 ‘비상 상황’임을 인식해야 하는데, 사고기는 랜딩기어(착륙 장치)에 걸려 있는 스위치를 통해 비상상황 여부를 판단하도록 설계돼 있다. 즉, 랜딩기어가 접혀 있거나 지면에 닿으면 ‘지상’으로 인식돼 비상 상황 스위치가 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핫 배터리’로 전원 공급을 받는 교신 장치, 계기판 등은 정상 작동했으며, 그 덕분에 블랙박스가 먹통이 된 이후로도 관제사와 교신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권 교수 분석이다.
권 교수는 “사고 기종을 설계하면서 엔진 두 개가 다 고장날 수 있다는 가정을 못 했거나, 일반적으로 공중에서 엔진이 꺼지면 대처할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며 “불과 4분여만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항공기 제작 시 의도했던 대로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보조 배터리가 없어 전력이 차단됐다’는 문제 제기와 관련, “사고기 제작 당시 법적으로 보조 배터리 장착이 의무화 되지 않아 실제 장착 여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보조 배터리와 별개로 스탠바이 파워 시스템이 28볼트 메인 배터리로 작동하므로 사고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CVR, FDR 기록이 없는 한 정확한 사고 원인을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011년 제주공항 서쪽 130㎞ 해상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991편 화물기 추락사고’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상하이로 향하던 화물기가 ‘화재 발생’ 보고를 한 이후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사망한 사고로, 국토교통부는 4년간 조사 끝에 CVR, FDR을 찾지 못해 ‘원인 불명’ 결론을 내놨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한 사고 직전의 기록 4분이 사라졌으니, 정확한 사고 경위를 확인하기 상당히 어렵게 됐다”며 “주변 정황을 통해 사고 상황을 유추하고 추정해 해석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원인 불명’으로 판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