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활주로 끝 ‘둔덕’ 왜 콘크리트로 만들었나
2024년 12월 30일(월) 20:15
제주항공 참사 풀리지 않은 의혹
랜딩기어 수동으로 내릴 수 있는데 왜 못했을까
긴급조난 신호 뒤 수분만에 착륙 시도한 이유는
동체착륙 뒤 제동조치 이뤄지지 않은 점도 의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틀째인 30일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는 전날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폭발한 여객기의 꼬리 부분이 동강난 채 흩어져 있다. 활주로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스키드 마크가 사고 당시 긴박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기장이 무안국제공항 관제탑과 교신과정에서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를 언급하며 조난신호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항공 관련 전문가들은 버드 스트라이크 이후 곧바로 이어진 동체착륙, 랜딩기어 미작동, 감속 조치 미실행, 활주로 끝 방향각 설치 등에 대해 다양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30일 정부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사고기 조종사가 (오전) 8시 59분에 조류 충돌에 따른 ‘메이데이’(Mayday·국제 긴급신호)를 선언하고 복항(고 어라운드·착지하지 않고 고도를 높이는 것)을 했다”며 “당시 보낸 신호가 처음이자 유일한 조류 충돌 신호”라고 설명했다.

관제탑은 이 보다 2분 전인 오전 8시 57분 조류 활동(충돌) 경고를 했고, 2분 뒤 조종사는 ‘메이데이’ 조난 신호를 보낸 뒤 ‘버드 스트라이크, 버드 스트라이크, 고잉 어라운드’라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사고기 조종사는 복항을 한 뒤 동체착륙을 시도한 셈이다. 국토부는 “복항하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관제사와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설명해 조종사와 관제탑과의 교신이 일부 끊김이 생겼다는 점도 확인됐다.

하지만 항공 전문가들은 다양한 사고원인을 제기하고 있어 의혹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먼저 해외 항공 전문가들은 무안공항 활주로 끝 외벽 앞에 설치된 둑형태의 두꺼운 콘크리트 구조물을 사고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사고기는 이 구조물을 충돌한 후 바로 외벽에 부딪히면서 기체가 두 동강이 나고, 불이 났고 사고를 키웠다는 것이다.

이 구조물은 공항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안테나인 ‘로컬라이저’다. 로컬라이저가 지상 위로 돌출되지 않았다면 사고 피해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로컬라이저가 금속 형태가 아닌 콘크리트의 돌출 구조로 만들어지는 것은 매우 드물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나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국제 규정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토부도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왜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내리지 않았냐는 의문도 풀리지 않고 있다.

해당 여객기의 경우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내릴수 있지만 조종사가 이를 시행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봉식 초당대 항공정비학과 교수는 “운전석에서 기장의 의자를 뒤로 밀고 커버를 열고 레버를 당기면 랜딩기어가 내려오게 돼 있다”면서 “사고 영상을 보면 앞쪽 랜딩기어는 분명 나오지 않았고 뒤쪽 2개도 모두 안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엔진 2개가 모두 이상이 있을 때 APU(보조동력장치)가 작동되기 전까지 항공기 내 전자기기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 유압펌프와 전기계통으로 작동하는 랜딩기어가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동으로도 랜딩기어 하나당 20~30초의 시간만 들이면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장 등 조종사가 이러한 시간을 확보할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 있었는지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긴급조난 신호를 보내고 수분만에 바로 착륙을 시도한 점도 설명돼야 할 부분이다. 일단 메이데이를 선언하면 항공에서 회항을 거듭하다 지상에서 소방당국과 공항 관계자가 비상 착륙 준비를 마치면 동체착륙을 시도하는 것이 기본이고 원칙이라는 점에서다.

마지막으로 동체착륙시 충분한 제동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의문을 낳고 있다.

해당 여객기는 상공에서 내려온지 얼마 되지 않은 ‘얼음덩어리’ 상태로 착륙당시 속도는 145노트 (시속 268㎞) 안팎이지만 플랩플랩(감속을 위한 브레이크의 일종), 엔진 역추진 등의 제어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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