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얼음덩어리 기체’ 속도 못 늦추고 동체 착륙 조치도 미흡
2024년 12월 29일(일) 21:35
사망자 많은 이유는
착륙 당시 속도 시속 268㎞ 안팎…제어장치 작동 안돼 강력 충돌
전문가 “랜딩기어 수동 작동 안되고 복항 과정 문제점 발생 가능성”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구급대원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최현배 기자choi@kwangju.co.kr

참사를 빚은 제주항공 여객기의 랜딩기어(착륙장치)가 펴지지 않은 것에 대해 항공기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엔진이 고장나더라도 사고 여객기의 경우 랜딩기어를 수동으로 내릴수 있다는 점에서다. 동체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항공기에서 속도를 줄이기 위한 추가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배경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29일 전남도, 전남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0분께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하며 울타리 외벽을 충돌해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점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는 점은 대부분 동의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랜딩기어 미작동 원인으로 조류 충돌 가능성이 작다고 지적했다.

조류충돌이 발생해도 양쪽 엔진 가운데 하나라도 손상을 입지 않으면 이륙까지도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해당 여객기의 경우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내릴수 있다는 점에서 항공기전문가들은 착륙을 시도하다 재상승해 복행(Go around)한 점을 들여다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봉식 초당대 항공정비학과 교수는 “운전석에서 기장의 의자를 뒤로 밀고 커버를 열고 레버를 당기면 랜딩기어가 내려오게 돼 있다”면서 “사고 영상을 보면 앞쪽 랜딩기어는 분명 나오지 않았고 뒤쪽 2개도 모두 안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자세한 사고 이유는 조사를 거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는 추측이지만 기장이 비상 조치를 못 했을 상황도 상정할 수 있다”면서 “동체착륙을 하는 경우 상공에서 계속 선회비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연료를 다 소모하는 데 그런 부분도 안보였다”고 설명했다.

또 비행기 날개 등에 있는 플랩과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것도 동체 착륙을 위한 충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착륙전 복항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사고의 원인 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조류 충돌이 비행기의 엔진에 이상을 발생시켜 유압장치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랜딩기어 미작동으로 이어질 수 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여객기와 무안국제공항 관제탑의 교신 내용을 확인하면 어느 정도 사고 원인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동체착륙시 충분한 제동조치가 더해지지 않아 사고피해가 더 컸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해당 여객기의 착륙당시 속도는 145노트 (시속 268㎞) 안팎으로 랜딩기어와 플랩 등의 제어장치가 작동하기 않았다면 같은 속도로 벽체에 충돌 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또 해당 여객기는 상공에서 내려온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얼음덩어리’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원경 초당대 항공운항학과 학과장은 “하늘에서 온도는 330m올라갈때마다 기온이 2도씩 떨어진다는 점에서 해당 여객기의 외부 온도는 영하에 해당한다”면서 “차가운 얼음덩어리 기체가 활주로에서 미끄러지면서 순식간에 외벽까지 충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장이 비행기를 바로잡기 위해 최후까지 노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행기가 활주로 중간지점에서 착륙을 한 점은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 각도를 낮게 잡았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즉, 동체가 미끌어지는 상황에서도 직진했다는 점에서 기장이 끝까지 조종대를 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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