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2024년 12월 15일(일) 21:30 가가
계엄을 처음으로 법제화한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 혁명기인 1791년 국가 위기관리를 위해 계엄을 고안했다. 이른바 국가긴급권이다. 적의 공격시 질서유지를 위해 민간관리에게 부여된 모든 권한을 군사령관에게 이관한다고 규정했다. 일제는 1882년 프랑스를 모방해 계엄령을 제정하고 일본과 우리나라에 적용했다. 계엄 종류를 임전지경(臨戰地境·전시와 사변)과 합위지경(合圍地境·적의 공격이나 포위, 기타 사변)으로 나눠 전자가 선포되면 계엄사령관이 해당 지역에서 군사사무에 관한 전권을 행사하도록 했다. 후자에서는 지방행정·사법사무를 모두 관장하도록 규정했다.
우리나라는 1948년 헌법(제64조)에 “대통령은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한다”는 조항을 처음으로 명시했다. 헌법을 토대로 이듬해 법률 제 69호로 계엄법이 제정됐다. 우리 계엄법은 일본의 계엄법을 본 떠 임전지경을 ‘경비계엄’, 합위지경을 ‘비상계엄’으로 번역해 명문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3 선포한 비상계엄의 뿌리다. 집권자들은 계엄을 남발하고 악용했다. 대법원은 그동안 판례에서 5·16 군사 쿠데타, 유신조치, 부마항쟁, 5·17 비상 계엄 전국 확대의 경우 비상 계엄을 선포해야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병력으로 질서를 유지할 상황도 아니었고 단지 정권에 반대하는 자들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판시했다.
헌법 학자들은 ‘헌법이 자유의 기술이라면, 계엄은 자유를 위한 극한의 기술’이라고 정의 한다. 국가와 국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자유를 억압·유예하고 국민을 향해 총칼을 들이댈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이 헌재의 심판을 받게됐다. 이제 무시무시한 계엄을 명시한 헌법과 형법을 근본적으로 다시 봐야 할 때가 됐다. ‘대통령이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군사를 동원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는 조항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어느 선까지 허용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다.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