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풍경에 녹아든 우리 정원의 美
2024년 12월 13일(금) 00:00 가가
정원의 황홀
윤광준 지음
윤광준 지음
“자연을 끌어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으로 들어가 동화되고 싶은 게 우리 정원이다. 애써 다듬거나 인위적으로 가지를 잘라 모양을 내는 일은 최소한에 그친다. 나무와 화초는 자연의 순환과 변화의 시간들을 이어가고 사람은 지켜볼 뿐이다. 삶의 시간을 비추는 거울로 자연만큼 맑은 것은 없다.”
윤광준 작가는 불혹을 넘어서며 ‘정원이란 아름다운 세계’를 자각했다. 일본 정원으로 이름난 아다치(足立) 미술관을 찾은 이후 ‘왜 인간은 정원을 만들며 정원을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궁금해진 작가는 20여 년 동안 틈틈이 전통 정원과 해외 정원들을 찾아다녔다. 이러한 발품 속에서 정원이 작가의 삶 속으로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특히 우리 정원의 아름다움과 독특함을 깨닫게 됐고, 별서정원과 근대정원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앞서 ‘심미안 수업’과 ‘내가 사랑한 공간’ 등을 펴낸 남다른 안목의 작가는 ‘한번 가볼 만한 우리의 정원이거나 아름다움이 넘치는’ 정원들 가운데 인상적인 22곳의 한국 정원을 신간 ‘정원의 황홀’에 담아냈다. 신간은 1부 ‘독특한 매력을 품은 한국정원과 세계의 빼어난 정원’, 2부 ‘우리나라의 누정과 별서를 찾아서’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1부에서 이웃나라(중국·일본) 정원과 영국·프랑스 등 해외정원과 한국정원을 비교한다. 19세기 일본은 서양의 가든(Garden)을 ‘집안에 있는 동산’이란 의미의 정원(庭園)으로 번역했다. ‘담장 안쪽의 뜰’로 정원을 한정한 일본과 달리 조선 정원은 자연과 경계를 두지 않고 트여 있었다. 한국은 원경(遠景), 일본은 중경(中景), 중국은 근경(近景)을 중시했다. 저자는 “섭렵의 숫자가 늘어나니 외려 한국 정원의 아름다움과 매력이 더 크게 다가왔다”며 “돋보이는 건, 헐렁해서 편안하고 여유롭다는 점이다”라고 밝힌다.
2부는 일제강점기 지식인이 세운 밀양 삼은정을 비롯해 아산 외암마을 송화댁, 안동 하회마을 병산서원 만대루, 함안 무기연당, 영덕 침수정, 대구 사유원 등 22곳의 우리 정원 매력을 소개한다. 이 가운데 전남 지역 담양 소쇄원과 보성 강골마을 열화정, 담양 명옥헌, 화순 임대정 원림도 포함돼 있다.
저자가 본 한국정원의 특징은 ‘움직임을 최소화시킨 건물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게 하는 것’과 ‘자연스러움’이다. 선조들은 ‘주변의 경치를 끌어들이는 정원조성 기법’인 차경(借景)으로 멀리 있는 산을 눈앞에 끌어들여 ‘조망형 정원’을 지었다. 특히 정자나 누각의 안팎을 비워놓는 까닭에 대해 드넓은 초원지대에서 살았던 ‘북방 기마민족의 기질’이라는 가설을 세우기도 한다.
“건물을 지탱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벽만 남기고 나머지는 없애버린 이유다. 눈앞을 가리는 장애물을 없애야 바깥이 잘 보이게 된다. 답답함을 참지 못하는 우리의 기질은 누각과 정자란 건물에서 완성되었다. 믿거나 말거나 내가 세운 가설이다.”
저자는 화순 임대정 원림에 대해 “지형을 그대로 살려 정자와 연못만을 파서 만든 정원은 뜬금없이 데이비드 보위가 출연한 영화 ‘라비린스’의 미로를 연상시켰다. 동화적 상상력의 공간을 들어가 본 기분이랄까”라고 묘사한다.
저자는 우리 땅 곳곳에 자리잡은 정원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풀어낸다. 저자가 직접 카메라에 담은 각 우리 정원의 서정적 사진들 또한 정원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한다. 독자들을 우리 땅에 아무렇지 않게 자리 잡고 있는 정원들의 매력 속으로 시나브로 빠져들게 만든다. <아트레이크·2만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2부는 일제강점기 지식인이 세운 밀양 삼은정을 비롯해 아산 외암마을 송화댁, 안동 하회마을 병산서원 만대루, 함안 무기연당, 영덕 침수정, 대구 사유원 등 22곳의 우리 정원 매력을 소개한다. 이 가운데 전남 지역 담양 소쇄원과 보성 강골마을 열화정, 담양 명옥헌, 화순 임대정 원림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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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을 치워 자연과의 경계를 튼 인공의 숲’인 화순 임대정 원림. <아트레이크 제공> |
“건물을 지탱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벽만 남기고 나머지는 없애버린 이유다. 눈앞을 가리는 장애물을 없애야 바깥이 잘 보이게 된다. 답답함을 참지 못하는 우리의 기질은 누각과 정자란 건물에서 완성되었다. 믿거나 말거나 내가 세운 가설이다.”
저자는 화순 임대정 원림에 대해 “지형을 그대로 살려 정자와 연못만을 파서 만든 정원은 뜬금없이 데이비드 보위가 출연한 영화 ‘라비린스’의 미로를 연상시켰다. 동화적 상상력의 공간을 들어가 본 기분이랄까”라고 묘사한다.
저자는 우리 땅 곳곳에 자리잡은 정원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풀어낸다. 저자가 직접 카메라에 담은 각 우리 정원의 서정적 사진들 또한 정원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한다. 독자들을 우리 땅에 아무렇지 않게 자리 잡고 있는 정원들의 매력 속으로 시나브로 빠져들게 만든다. <아트레이크·2만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