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과 교육- 김창균 광주시교육청 중등특수교육과장
2024년 12월 11일(수) 00:00
추운 겨울을 상징하는 주전부리 간식 중에서 대표를 꼽으라면 단연 붕어빵이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감은빛 빵틀에서 노릇하게 익어 나오는 붕어빵에 대한 추억은 한겨울을 따뜻한 기억으로 자리하게 하였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원재료 가격 상승이 매우 가팔라 ‘붕플레이션(붕어빵+인플레이션)’이란 말이 오르내린 지 오래다 보니 파는 사람이나 사 먹는 사람이나 모두 아쉽게 되었다.

애초에 붕어빵은 비싸서는 안되는 서민 음식이었다. 목적을 갖고 찾는 이보다는 길 가다가 눈에 띄면 들어오는 손님을 주로 하기에 목 좋은 곳에는 으레 붕어빵 장수가 있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워진 최근에는 추억을 더듬고자 해도 발품을 팔아 어렵게 가게를 찾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년의 역사를 가진 붕어빵이 호락호락 힘을 잃지는 않는 모양이다. 겨울에는 언제 붕어빵을 만날지 모르니 가슴속에 3000원쯤은 지니고 다녀야 한다는 MZ들은 전국 붕어빵 가게 위치를 알려주는 앱에 평점과 리뷰까지 올리고 있다. 얼마 전 아들 녀석의 성화에 온 동네를 돌아봐도 못 찾은 적이 있는데, 주위에서 소개해 준 어느 오픈 지도에서는 서로가 발품을 팔아 가게 위치와 추억을 소상히도 나누고 있었다.

붕어빵은 ‘붕어빵이다(같다)’라는 관용어도 만들어 내었다. 일정한 틀에서 찍어내기에 생김새가 똑 닮은 것에 대한 비유로 아버지와 아들이 빼닮은 걸 빗대어 사용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개별성을 인정하지 않고 표준화된 인재만을 양산하는 학교 현장을 지적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교각살우(矯角殺牛)라고 했던가. 일률적인 잣대로 가르치다 보니 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성어처럼 수포자(수학 포기자)와 같은 파생물을 만들어 내는 현실에 대한 비유로 다루어진다.

하지만 붕어빵에는 경쟁자 잉어빵이 있다. 밀가루 반죽으로만 만들어 담백함을 내세우는 붕어빵과 달리 잉어빵은 기름이나 버터를 넣어 식감은 더욱 말랑한 편이다. 생김새도 붕어빵은 몸통과 배에만 팥앙금이 들어가고 속이 비치지 않는 반면, 잉어빵은 표면에 기름기가 많고 전체적으로 앙금이 들어가며 반죽이 얇은 편이다. 붕어빵 장수는 우위를 점하기 위해 팥과 슈크림 앙금을 넘어서서 피자 반죽을 넣은 피자붕어빵, 이른바 피붕이라는 새로운 호적수를 내세우기도 하였다.

붕어빵에 대한 기호도 팥앙금이 들어간 ‘팥붕파’와 슈크림이 들어간 ‘슈붕파’로 구도가 갈리고, 먹는 방식을 놓고도 머리와 지느러미 중 어느 부위부터 먹느냐로 논란을 부르기도 하였다. 지금의 MBTI 열풍 이전에 붕어빵 먹는 부위에 따른 성격 테스트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렇듯 붕어빵을 먹으며 나누는 소소한 이야깃거리는 길거리 붕어빵만의 감성을 불러일으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돌아보면 한겨울을 상징하는 거리 간식으로 군고구마와 군밤도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거리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고 그 자리를 붕어빵이 차지하였다. 경쟁과 승패를 가르는 제로섬(zero-sum) 경쟁에서 승자가 된 것이다. 그 배경에는 공급자의 시각에서 벗어나 수요자의 기호를 적극 고려하는, 쉽게 말해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적극 호응하는 변화의 노력이 있었다.

물가 상승의 여파로 저렴한 간식의 지위가 위태로워진 순간에도 붕어빵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다. ‘겨울 삶의 질은 붕세권(붕어빵+역세권)에 있다’는 말처럼 요즘의 붕어빵은 값싼 가격으로 다가오는 서민의 벗을 뛰어넘어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다가선 느낌이다. 밀키트나 프랜차이즈 붕어빵도 등장했지만 노점 붕어빵에 대한 갈증은 사그라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니 교육을 굳이 붕어빵에 비유한다면 상황 변화에 대한 대응 노력을 앞세워야 하지 않을까. 우리 교육에 꼭 필요한 것은 다양성 교육이며, 시험이 교육과정을 우선할 수 없다고 수능을 창시하였던 박도순 교수는 강조하였다. 또한 창의성과 다양성을 저해하는 획일적 교육 시스템을 지적하는 것은 학생 하나하나의 잠재력을 발현하여 세상을 올바르게 이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함이다.

이즈음에서 획일화에 대한 힐난을 붕어빵에 전가하는 것은 붕어빵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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