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박근혜 정부 당시 기무사 계엄 문건으로 본 尹대통령 계엄 실패 이유
2024년 12월 05일(목) 18:40
당정 협의 통해 여당 의원 설득해 '계엄 해제 건'의결 불참 유도 못해
국회 봉쇄로 의원들 현행범 사법처리로 의결 정족수 미달 유도 택한 듯

지난 2017년 2월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대비계획 세부자료’문건 중 ‘국회에 의한 계엄해제 시도시 조치사항’ 부분 캡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불과 6시간만에 해제됐다.

계엄담화문 발표 이후 2시간 30여분만에 국회에서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실패 이유는 지난 2017년 박근혜 정부 당시 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 문건에서 추정해 볼 수 있다.

2018년 공개된 이 문건은 ‘군사Ⅱ급 비밀’로 ‘대비계획 세부자료’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비상계엄 시나리오다.

이 문서에는 서울지역 위수령(衛戍令·지역 경비와 시설물 보호 등을 위해 군에 내리는 명령) 선포와 비상계엄 선포를 상정해 단계별 조치 사항을 수록했다.

비상계엄 선포시 중요시설 및 집회 예상지역 방호부대 편성과 운용과 계엄법 위반자 사법처리 방안, 보도매체 및 SNS통제 방안도 담겨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국회에 의한 계엄해제 시도시 조치사항’이라는 부분이다.

이 문건에는 국회는 여소야대 정국으로 의결 정족수 충족 시 계엄 해제가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계엄 유지를 위해서 국회를 장악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회의원 총 299명 중 진보상향 의원이 160여명, 보수성향 의원이 130여명으로 계엄을 선포해도 국호가 임시회를 소집해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을 해제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현재 국회 상황과 유사하다. 현재 국회는 총 300명의 재적의원 중 국민의힘 의원이 108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1명 등으로 전형적인 여소야대다.

문건에는 계엄해제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2가지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당·정 협의를 통해 국회 의원을 설득하는 등 ‘계엄 해제 건’ 직권 상정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여당을 통해서 계엄의 필요성 및 최단 기간내 해제를 약속해 다른 국회의원들이 계엄해제 의결에 참여하지 않도록 유도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 방법이 불가능하면 해제요구 안이 직권 상정 되는 것을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봤다.

두 번째 방법은 국회의원을 현행범으로 사법처리해 의결 정족수 미달을 유도하는 방안이다.

집회·시위 금지 및 반정부 정치 활동 금지 포고령을 선포하고 위반시 구속 수사 등 엄중 조치한 다는 것이다. 불법시위 참석 및 반정부 정치활동 의원을 집중 검거해 사법 처리 한다는 것이다.

해당 문건에서는 검토의견으로 첫 번째 방안을 제시했지만, 윤 대통령은 두 번째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밤 계엄령을 선포하고 포고령 1조에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했고 국회에 계엄군을 진입시켰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계엄군이 국회 본회의장을 봉쇄하기 위해 진입했지만, 결의안 통과를 막지 목했다. 이를 두고 치밀하지 못한 계엄 선포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와 불편한 기류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국민의힘 의원 18명이 계엄해제 의결에 찬성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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