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르담 건축여행] 폐허에 심은 상상의 씨앗 … 현대건축 성지가 되다
2024년 12월 04일(수) 09:00 가가
우주선 연상 시키는 ‘로테르담 중앙역’
말발굽 닮은 주상복합 건물 ‘마켓홀’
각각 기울어진 모양의 ‘큐브 하우스’
보이만스 판뵈닝언 수장고형 미술관
복도 등 발길 닿는 모든 곳이 전시장
개성 넘치는 건축물 시선 강탈
건축 전공자 ‘가장 가고 싶은 도시’ 꼽아
말발굽 닮은 주상복합 건물 ‘마켓홀’
각각 기울어진 모양의 ‘큐브 하우스’
보이만스 판뵈닝언 수장고형 미술관
복도 등 발길 닿는 모든 곳이 전시장
개성 넘치는 건축물 시선 강탈
건축 전공자 ‘가장 가고 싶은 도시’ 꼽아
낯선 도시를 방문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 중의 하나가 건축물이다. 도시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단번에 보여주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제2의 도시 로테르담은 폐허에서 다시 태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0년 독일군의 폭격으로 도시 대부분은 파괴됐고, 로테르담 재건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통해 ‘새로운 도시’를 만들었다. 전 세계 건축가들이 참여한 개성 넘치는 건축물은 로테르담을 ‘건축의 도시’로 자리매김시켰다. 로테르담은 건축 관련 전공자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로 꼽힌다. 최근에는 테마 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건축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흥미로운 로테르담의 건축물들을 만나보자.
◇도시의 관문, 로테르담 중앙역
독일에서 벨기에를 거쳐 도착한 로테르담 중앙역(CENTRAL STATION)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새로운 도시에 입성한 여행객을 환영하는 도시의 랜드마크로 손색이 없었다. 유리로 마감된 플랫폼 천장과 따뜻한 느낌을 자아내는 목재로 마무리된 역사 입구가 눈길을 끈다.
역사를 빠져 나와 광장에서 바라본 모습은 흥미로웠다. 밴섬 크로웰 등의 설계로 2014년에 완공된 역사는 비대칭 건물로,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광장 정면에 섰을 때 가장 먼저 연상됐던 건 역동적인 느낌의 우주선이었다.
역 광장에는 2022년 설치된 4m 높이의 대형 청동 조각 작품 ‘Moments Contained’이 자리잡고 있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카리브해 출신 토마스 제이 프라이스의 작품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우뚝 서 있는 여성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또 중앙역부터 도심으로 이어지는 길에도 개성있는 디자인과 색감이 돋보이는 건물들이 즐비하다.
◇전시 공간의 혁신, 보이만스 판뵈닝언 미술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신개념 미술관이다. 흔히 만나는 흰색 전시공간 뿐 아니라 엘리베이터 주변, 복도 등 모든 곳이 전시장이다. 미술관에 발을 들이는 순간 ‘예술작품의 미로’ 속에 빠져든 듯한 기분이 들고, 기꺼이 그 독특한 세계에 오랫동안 머물고 싶어진다.
보이만스 판뵈닝언 미술관(Museum Boijmans Van Beuningen)은 컬렉터 프란스 보이만스와 다니엘 조지 판뵈닝언이 기증한 미술품을 기반으로 1849년 문을 열었다. 소장품이 15만점을 넘어가면서 관람객들에게 선보일 기회가 없어지자 미술관은 본관 리노베이션과 새로운 형태의 미술관을 고민했고 약 2억만 유료를 투입, 대규모 프로젝트를 단행했다.
2028년 1월 재개관 예정인 본관에 앞서 2021년 문을 연 ‘디폿(De Pot)’은 세계 최초로 일반 관람객이 들어가볼 수 있는 수장고형 미술관이다.
샐러드 볼처럼 생긴 건축물 설계는 네덜란드 건축가 비니마스의 MVRDV 사무소가 맡았다. 미술관은 거울처럼 도시 풍경을 그대로 비추는 외관부터 압도적이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공간 곳곳이 전시실이고 옥상에는 근사한 레스토랑이 자리잡고 있다. 자작나무들 사이로 난 산책로를 걸으며 로테르담의 도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이기도 하다.
건물 뿐 아니라 브뤼헐의 ‘바벨탑’을 비롯해 고흐, 모네, 쿠사마 야요이 등 시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소장품의 수준도 높다.
◇시장과 주거의 결합, 마켓홀
로테르담에서 놓쳐서는 안 될 또 하나의 명소는 마켓홀(Markthal)이다. 말발굽 모양의 독특한 아치형 건축물인 마켓홀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주거와 상업 시설이 결합된 복합 공간이다.
2004년 프로젝트를 시작해 10년 후 완공된 마켓홀은 도심공동화로 골머리를 앓던 시의 고민을 해소시켰고,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로테르담 최고의 인기 스폿으로 자리잡았다.
축구장 3개 크기에 달하는 공간은 압도적이다. 창문이 있는 외부는 12층 규모의 아파트이며 10층 높이의 천장이 있는 돔 스타일의 내부에는 시장과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을 만날 수 있는 식당이 들어서 있다.
마켓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천장에 그려진 대형 벽화다. 화사한 색감의 꽃과 나무, 물고기 등 다양한 캐릭터들은 시장의 활기찬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제작은 ‘토이스토리’ 등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픽사’가 맡았다. 거대한 벽화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낮과 밤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인상적이다.
마켓홀 역시 MVRDV 사무소가 설계했다. MVRDV는 광주 폴리 중 서석초등학교 앞에 설치된 ‘아이 러브 스쿨’을 설계하기도 했다.
◇ 상식을 깨는 집, 큐브 하우스
마켓홀이 자리잡은 블락역은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으로 다양한 건축물이 모여있다. 큐브 하우스(Cube House)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가장 자극하는 건물이다.
건축가 피트 블롬이 설계한 건물은 이름 그대로 ‘큐브’를 연상시킨다. 마치 동화속에나 등장할 것 같은 외관만으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1984년 완성된 큐브 하우스는 총 38개의 큐브와 2개의 ‘슈퍼 큐브’로 구성돼 있다. 각 큐브는 거실과 주방, 침실과 욕실, 전망 공간 등 세 개 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의 큐브는 45도 기울어져 있다.
큐브 중 한곳을 개조해 내부를 볼 수 있는 박물관으로 꾸며놓았고, 티켓을 구입하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건물을 보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이 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나’하는 점인데, 큐브 내부는 생각보다 안정감이 있었다.
그밖에 1996년 건축가 아드리안 거우즈의 설계로 재개장한 샤우부르그 광장(Schouwburgplein)은 크레인을 닮은 가로등이 인상적인 독특한 감각의 이벤트 공간이자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으며 15세기 로테르담 출신의 철학자 데지데리우스 에라스무스의 이름을 딴 ‘에라스무스 다리’(Erasmusbrug)도 도시의 대표 아이콘이다.
또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KPN 타워’와 바로 이웃한 렘 쿨하우스의 작품 ‘더 로테르담’ 등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을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글·사진=로테르담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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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만스 판뵈닝언 미술관 ‘디폿(De Pot)’의 전시 모습. |
독일에서 벨기에를 거쳐 도착한 로테르담 중앙역(CENTRAL STATION)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새로운 도시에 입성한 여행객을 환영하는 도시의 랜드마크로 손색이 없었다. 유리로 마감된 플랫폼 천장과 따뜻한 느낌을 자아내는 목재로 마무리된 역사 입구가 눈길을 끈다.
또 중앙역부터 도심으로 이어지는 길에도 개성있는 디자인과 색감이 돋보이는 건물들이 즐비하다.
◇전시 공간의 혁신, 보이만스 판뵈닝언 미술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신개념 미술관이다. 흔히 만나는 흰색 전시공간 뿐 아니라 엘리베이터 주변, 복도 등 모든 곳이 전시장이다. 미술관에 발을 들이는 순간 ‘예술작품의 미로’ 속에 빠져든 듯한 기분이 들고, 기꺼이 그 독특한 세계에 오랫동안 머물고 싶어진다.
보이만스 판뵈닝언 미술관(Museum Boijmans Van Beuningen)은 컬렉터 프란스 보이만스와 다니엘 조지 판뵈닝언이 기증한 미술품을 기반으로 1849년 문을 열었다. 소장품이 15만점을 넘어가면서 관람객들에게 선보일 기회가 없어지자 미술관은 본관 리노베이션과 새로운 형태의 미술관을 고민했고 약 2억만 유료를 투입, 대규모 프로젝트를 단행했다.
2028년 1월 재개관 예정인 본관에 앞서 2021년 문을 연 ‘디폿(De Pot)’은 세계 최초로 일반 관람객이 들어가볼 수 있는 수장고형 미술관이다.
샐러드 볼처럼 생긴 건축물 설계는 네덜란드 건축가 비니마스의 MVRDV 사무소가 맡았다. 미술관은 거울처럼 도시 풍경을 그대로 비추는 외관부터 압도적이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공간 곳곳이 전시실이고 옥상에는 근사한 레스토랑이 자리잡고 있다. 자작나무들 사이로 난 산책로를 걸으며 로테르담의 도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이기도 하다.
건물 뿐 아니라 브뤼헐의 ‘바벨탑’을 비롯해 고흐, 모네, 쿠사마 야요이 등 시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소장품의 수준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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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학적인 설계가 인상적인 큐브하우스. |
로테르담에서 놓쳐서는 안 될 또 하나의 명소는 마켓홀(Markthal)이다. 말발굽 모양의 독특한 아치형 건축물인 마켓홀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주거와 상업 시설이 결합된 복합 공간이다.
2004년 프로젝트를 시작해 10년 후 완공된 마켓홀은 도심공동화로 골머리를 앓던 시의 고민을 해소시켰고,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로테르담 최고의 인기 스폿으로 자리잡았다.
축구장 3개 크기에 달하는 공간은 압도적이다. 창문이 있는 외부는 12층 규모의 아파트이며 10층 높이의 천장이 있는 돔 스타일의 내부에는 시장과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을 만날 수 있는 식당이 들어서 있다.
마켓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천장에 그려진 대형 벽화다. 화사한 색감의 꽃과 나무, 물고기 등 다양한 캐릭터들은 시장의 활기찬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제작은 ‘토이스토리’ 등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픽사’가 맡았다. 거대한 벽화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낮과 밤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인상적이다.
마켓홀 역시 MVRDV 사무소가 설계했다. MVRDV는 광주 폴리 중 서석초등학교 앞에 설치된 ‘아이 러브 스쿨’을 설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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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르담의 관문 로테르담 중앙역, |
마켓홀이 자리잡은 블락역은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으로 다양한 건축물이 모여있다. 큐브 하우스(Cube House)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가장 자극하는 건물이다.
건축가 피트 블롬이 설계한 건물은 이름 그대로 ‘큐브’를 연상시킨다. 마치 동화속에나 등장할 것 같은 외관만으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1984년 완성된 큐브 하우스는 총 38개의 큐브와 2개의 ‘슈퍼 큐브’로 구성돼 있다. 각 큐브는 거실과 주방, 침실과 욕실, 전망 공간 등 세 개 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의 큐브는 45도 기울어져 있다.
큐브 중 한곳을 개조해 내부를 볼 수 있는 박물관으로 꾸며놓았고, 티켓을 구입하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건물을 보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이 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나’하는 점인데, 큐브 내부는 생각보다 안정감이 있었다.
그밖에 1996년 건축가 아드리안 거우즈의 설계로 재개장한 샤우부르그 광장(Schouwburgplein)은 크레인을 닮은 가로등이 인상적인 독특한 감각의 이벤트 공간이자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으며 15세기 로테르담 출신의 철학자 데지데리우스 에라스무스의 이름을 딴 ‘에라스무스 다리’(Erasmusbrug)도 도시의 대표 아이콘이다.
또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KPN 타워’와 바로 이웃한 렘 쿨하우스의 작품 ‘더 로테르담’ 등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을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글·사진=로테르담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