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실패- 송기동 예향부장
2024년 11월 26일(화) 00:00 가가
“시험장에서의 득실은 바둑과 같을지니/ 한 번 실패한들 어찌 크게 이길 날 없으리/ 항아가 계수나무 다 나눠주었다 걱정 마오/ 자네에게 줄 가지 내년에 어찌 빠지리.”
고려시대 대문장가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1168~1241)가 지은 ‘낙방한 고생(高生)을 위로하다’라는 시이다. 강민경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가 펴낸 ‘이규보 선생님 고려시대는 살 만했습니까’(푸른역사)를 읽다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요즘이 입시와 취업시즌이기 때문일 것이다. 옛날에는 과거에 급제함을 ‘계수나무의 가지를 꺾는다’(折桂)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저자는 3, 4구에 대해 “올해는 달에 사는 항아가 널 건너뛰었지만, 내년에 계지(桂枝)를 꺾어서 너에게 줄거야! 그러니까 포기하지마, 정도가 될 것이다”라고 풀이한다.
이규보 역시 9세에 문장을 지어 신동이라 불렸지만 16~21세까지 과거시험에 거듭 낙방했다. 22살 때 1차 시험(국자감시)에 장원으로 붙었으나, 이듬해 최종시험(예부시)에 턱걸이로 붙었다. 그리고 8년 동안 관직을 받지 못하다 32살에 지방관 벼슬을 얻었으나 1년4개월만에 면직되고 말았다. 800여 년이 흐른 현재, 우리가 기억하는 이규보는 관료가 아니라 고려시대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담은 시들과 자유분방한 문인의 모습이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실패연구소’가 최근 설립 3주년을 맞았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는 과감한 도전정신 함양’이라는 연구소 설립 취지가 이채롭다. 토마스 에디슨의 백열전구 발명처럼 무(無) 상태에서 출발하는 연구·개발에서 ‘실패’란 필수불가결한 요소일 것이다.
흔히 ‘청춘=도전’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요즘 청년세대는 입시와 취업 등 청운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수없는 실패를 맛보곤 한다. 고려시대나 지금이나 청춘의 ‘실패’는 결코 실패가 아니다. 넘어졌다 해도 다시 일어서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를 이뤄가기 위해서는 많은 관문을 스스로 통과해야 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시험에 지치고, 취업에서 실패해 낙담에 빠진 청춘세대를 응원한다. “괜찮아! 다음 기회가 또 찾아올 거야!”
/song@kwangju.co.kr
고려시대 대문장가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1168~1241)가 지은 ‘낙방한 고생(高生)을 위로하다’라는 시이다. 강민경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가 펴낸 ‘이규보 선생님 고려시대는 살 만했습니까’(푸른역사)를 읽다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요즘이 입시와 취업시즌이기 때문일 것이다. 옛날에는 과거에 급제함을 ‘계수나무의 가지를 꺾는다’(折桂)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저자는 3, 4구에 대해 “올해는 달에 사는 항아가 널 건너뛰었지만, 내년에 계지(桂枝)를 꺾어서 너에게 줄거야! 그러니까 포기하지마, 정도가 될 것이다”라고 풀이한다.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