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캠프를 가다] KIA 유승철, 봄날은 온다
2024년 11월 20일(수) 00:00
캠프 투수조장 “미국 야구 아카데미 다녀온 뒤 장·단점 파악”
“커브서 직구 답 찾고 자신감 얻어…안정감 주는 투수 될 것”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불펜 피칭을 하는 KIA 유승철.

‘내생에 봄날은 간다’를 부르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던 유승철이 새로운 봄날을 준비하고 있다.

순천효천고 출신의 유승철은 지난 2017년 1차 지명선수로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첫해 마운드에서 팬들을 만나지 못했지만 그는 이해 겨울 ‘우승 잔치’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6000명의 팬을 초청해 진행한 ‘V11’기념 팬페스타 행사에서 ‘루키’ 유승철은 화려한 퍼포먼스로 ‘내생에 봄날은 간다’를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6000명 앞에서 노래도 했는데,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게 아무렇지 않았다”면서 당시를 회상한 유승철. 자신 있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7년이 지나 KIA가 12번째 우승을 이룬 올 시즌에도 유승철은 한국시리즈 무대는 밟지 못했다.

팀에서도 손에 꼽는 위력적인 직구를 가지고 있지만 마음과 다른 제구로 결과를 얻지 못했고, 자신감을 잃으면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2023시즌 단 1경기 출장에 그쳤던 유승철은 올 시즌에도 5경기 5이닝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 5경기가 유승철에게는 큰 힘이 됐다. 시즌 중반 김기훈과 미국 트레드 애슬레틱을 찾아 자신의 장단점을 확인한 유승철은 새로운 변화도 시도했고, 가능성을 찾았다.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서 가능성의 씨앗을 싹트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캠프 투수조장인 유승철은 “올 시즌 못 했지만 작년보다 희망적인 부분은 있다. 작년에는 뭐 하나 보여준 것 없이 시즌이 끝나고 캠프 들어왔는데, 올해는 마지막에 몇 경기 던지면서 ‘통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다”며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는 들지 못했지만 1군 다녀온 뒤 운동할 때 내가 어떤 부분을 더 다듬으면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절박함으로 기회를 살린 유승철은 커브에서 직구 답을 찾았다.

유승철은 “계속 경기를 안 나고 있다가 팀 우승이 확정됐다. 한 것도 없는데 팀에 있으니까 다음 경기 나가면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올라갔다”며 “기훈이가 먼저 1군에 와있어서 물어봤다. ‘가운데를 보고 전력으로 던졌다’는 말이 머릿속에 남아서 불펜에서부터 그런 마인드로 했는데 되게 좋았다. 초구 던지면서 ‘됐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 “수치상으로 봤을 때 직구가 좋다고 생각은 했지만 변화구가 하나 정도 있어야 더 효과가 좋아진다고 생각했다. 변화구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에 직구는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커브를 던지면서 직구가 좋아졌다. 나는 타자가 아닌 나랑 싸움을 많이 했는데 커브가 하나가 있다는 자체가 심리적으로 편해졌다”고 이야기했다.

기존과는 다른 부분에서 변화를 시도한 게 통했다.

유승철은 “커브를 던지는 데 계속 높게 갔다. 릴리스 포인트를 더 위로 던져봤는데 더 낮게 갔다. 그러다가 ‘직구보다 뒤에서 던져볼까’했는데 직구 높이에서 뚝 떨어지는 커브가 됐다. 직구도 이런 느낌으로 던져볼까 했는데 2018년처럼 낮게 깔려가는 직구가 느껴졌다. 그러면서 밸런스와 감을 찾았다”며 “변화를 투구폼에서만 찾으려고 했다. 릴리스에서 찾으려고는 안 했는데 여기에서 답을 찾았다. 커브에서 직구를 찾았다. 내가 변화를 한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 알았다”고 말했다.

빠르고 강한 직구를 가지고 있는 유승철은 가장 느린 변화구인 커브로 자신의 위력을 더했다.

유승철은 “슬라이더가 나쁘지는 않았는데 피치터널이 직구와 슬라이더랑 완벽하게 안 되니까, 커브가 내 피치터널과 어울리는 구종이라고는 생각했다. 본격적으로 던지니까 좋아진 것 같다. 결과가 나와서 긍정적으로 내년을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필승조 장현식이 FA로 팀을 떠나면서 우완 강속구 투수 유승철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유승철은 이를 의식하지 않고 선배로서 역할을 하고, 안정감을 더할 계획이다.

유승철은 “후배들이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애들이 잘해서 부담은 없다. 후배들이 보고 있으니까 더 솔선수범하려 한다”며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최대한 의식하지 않고 더 집중해서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보셨을 때 더 안정감 있는 투수가 되려고 한다. 피칭 2번 정도 남았는데 와인드업할 때 바로 나가다 보니까 한번 힘을 잡아줄 수 있는 동작을 만들려고 한다. 나만의 리듬을 찾으면 좋을 것 같다. 커브도 정교하게 던지려고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글·사진=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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