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와 자전거- 김진구 광주교육시민협치진흥원장
2024년 11월 05일(화) 21:30 가가
아쉬움과 스산함이 묻어있는 시월의 마지막 밤이 지나면 나는 내의를 입었다. 대체로 이듬해 이월 말쯤 벗으니 넉 달이다. 덜덜 떠는 것보다 몸이 좀 무겁더라도 두툼하게 입는 편이다. 그런데 올해는 내의 대신 장대비를 맞았다. 몇 년 후가 아니라 지금 이상 기후가 인간을 조여오고 있다.
기후 위기, 탄소중립, 생태전환, 재생에너지 등 환경 관련 단어를 접할 때마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만 속마음은 부끄럽다. 상황인식과 실천의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직접 담은 식판인데도 잔반 있는 날이 많다. 식판을 엎어 잔반을 털 때마다 다음 끼니에는 먹을 만큼 담아야지 하면서도 안 된다. 그런데 한 가지는 그럴듯한 것이 있다. 손수건을 챙기는 일이다. 이것도 휴지를 덜 쓰기 위해 챙긴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습관이 된 것인데 결과적으로 친환경적인 습관이 되었다.
광주 중·고등학생들과 빙하의 나라와 자전거 나라에 다녀왔다. 광주시교육청의 ‘광주학생 글로벌 리더 세계 한 바퀴’ 프로그램인 생태전환 글로벌 리더 국제교류이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도시를 위한 정책을 배우고, 지열발전소와 환경 관련 기관을 방문했다. 해가 저 건너에 이마 높이로 뜨다가 지는 아이슬란드와 600만 인구보다 자전거가 더 많은 덴마크다.
노벨상 한강의 소식은 이 북극 나라에도 이미 도착해 있었다. 한강의 고향 광주이기에 ‘소년이 온다’ 책을 방문 학교에 전달했으며, 코펜하겐 광장에서는 5·18민주화운동 플래시몹과 K-팝 공연을 했다. 며칠 일정으로 다녀와서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말하기가 그렇지만 ‘우리도 했으면’ 하는 몇 가지 정책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왔다.
덴마크는 자전거 나라였다. 승용차의 배기량에 따라 큰 폭의 누진세로 소형차를 유도하고, 신호등은 자전거 우선. 겨우 2차선인 시내 중심도로도 공원화할 예정이란다. 가능한 자동차는 불편하게, 자전거는 편리하게 하는 느낌이었다. 빠른 속도로 줄지어 내달리는 출근길 자전거 행렬은 시민들이 정부를 믿고 한마음으로 정책을 받아들이는 모습 같았다.
또 하나 우리와 비교된 곳은 코펜하겐 해변에 세워진 코펜힐 쓰레기 소각장이자 열병합발전소였다. 거대한 세 개의 기둥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소각 연기로 모두가 싫어할 혐오시설인데 스키 슬로프와 카페 공간까지 꾸며 시민들은 물론 외국인까지 찾아오도록 만들었다. 이런 편의시설 때문이 아니라 공해시설이 아니라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코펜하겐의 쓰레기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쓰레기도 돈을 받고 가져와서, 그 쓰레기로 전기를 만들어 다시 되판다는 설명이었다. 우리나라 지자체 단체장들도 많이 다녀갔단다.
발트해와 북해를 누비던 바이킹이 천여 년 전 아이슬란드에 상륙한 이래 아직도 40만 명이 되지 않은 인구. 이곳 속담에 나무 세 그루만 있어도 숲이라 부른다는 이끼의 나라, 아스팔트와 주변 흙이 구별되지 않는 화산재의 검은 나라다. 용암과 빙하로 물불이 공존하는 아이슬란드는 혹독한 추위로 1인당 전기소비량은 세계 1위이지만 전기료 걱정 없고, 생산도 완전 무공해였다. 우리가 찾아간 헬리셰이디지열발전소 등 7개 지열발전과 수력발전으로 모두 재생에너지였다.
삼백 만 년 전부터 눈이 응축되어 두꺼운 얼음층이 된 빙하. 영화 ‘인터스텔라’의 촬영 현장인 600m 높이의 스카프타펠 빙하 위를 걸었다. 지구온난화의 현장이다. 일주일에 5m씩 움직이는 스카프타펠 빙하는 계속 녹아내려 바로 밑에 요쿨살론 빙하 호수를 넓고 깊게 만들고 있었다. 이곳에서 유빙으로 머물다가 얼음조각이 되어 북대서양으로 흘러갔다. 이렇게 빙하는 녹고 있으며, 저 아래 코펜하겐의 해수면은 높아지고 있었다.
“200년 뒤 아이슬란드의 빙하는 모두 녹아 없어진다고 한다. 해수면이 높아져 코펜하겐이 물에 잠기게 된다는 위기감 때문인지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국가 정책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모습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다녀온 고등학생의 소감 글 일부이다. 이번에 생태전환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 함께 한 학생들은 앞으로 각 학교의 탄소중립 홍보대사가 되고, 광주시교육청의 환경실천단이 되고, 광주시의 환경지킴이가 될 것이다.
이번 겨울부터는 더 두꺼운 내의를 구해서 입겠다. 그래서 집이든 사무실이든 난방 온도를 몇도 더 낮춰볼 생각이다. 빙하와 자전거를 생각하면서.
덴마크는 자전거 나라였다. 승용차의 배기량에 따라 큰 폭의 누진세로 소형차를 유도하고, 신호등은 자전거 우선. 겨우 2차선인 시내 중심도로도 공원화할 예정이란다. 가능한 자동차는 불편하게, 자전거는 편리하게 하는 느낌이었다. 빠른 속도로 줄지어 내달리는 출근길 자전거 행렬은 시민들이 정부를 믿고 한마음으로 정책을 받아들이는 모습 같았다.
또 하나 우리와 비교된 곳은 코펜하겐 해변에 세워진 코펜힐 쓰레기 소각장이자 열병합발전소였다. 거대한 세 개의 기둥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소각 연기로 모두가 싫어할 혐오시설인데 스키 슬로프와 카페 공간까지 꾸며 시민들은 물론 외국인까지 찾아오도록 만들었다. 이런 편의시설 때문이 아니라 공해시설이 아니라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코펜하겐의 쓰레기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쓰레기도 돈을 받고 가져와서, 그 쓰레기로 전기를 만들어 다시 되판다는 설명이었다. 우리나라 지자체 단체장들도 많이 다녀갔단다.
발트해와 북해를 누비던 바이킹이 천여 년 전 아이슬란드에 상륙한 이래 아직도 40만 명이 되지 않은 인구. 이곳 속담에 나무 세 그루만 있어도 숲이라 부른다는 이끼의 나라, 아스팔트와 주변 흙이 구별되지 않는 화산재의 검은 나라다. 용암과 빙하로 물불이 공존하는 아이슬란드는 혹독한 추위로 1인당 전기소비량은 세계 1위이지만 전기료 걱정 없고, 생산도 완전 무공해였다. 우리가 찾아간 헬리셰이디지열발전소 등 7개 지열발전과 수력발전으로 모두 재생에너지였다.
삼백 만 년 전부터 눈이 응축되어 두꺼운 얼음층이 된 빙하. 영화 ‘인터스텔라’의 촬영 현장인 600m 높이의 스카프타펠 빙하 위를 걸었다. 지구온난화의 현장이다. 일주일에 5m씩 움직이는 스카프타펠 빙하는 계속 녹아내려 바로 밑에 요쿨살론 빙하 호수를 넓고 깊게 만들고 있었다. 이곳에서 유빙으로 머물다가 얼음조각이 되어 북대서양으로 흘러갔다. 이렇게 빙하는 녹고 있으며, 저 아래 코펜하겐의 해수면은 높아지고 있었다.
“200년 뒤 아이슬란드의 빙하는 모두 녹아 없어진다고 한다. 해수면이 높아져 코펜하겐이 물에 잠기게 된다는 위기감 때문인지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국가 정책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모습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다녀온 고등학생의 소감 글 일부이다. 이번에 생태전환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 함께 한 학생들은 앞으로 각 학교의 탄소중립 홍보대사가 되고, 광주시교육청의 환경실천단이 되고, 광주시의 환경지킴이가 될 것이다.
이번 겨울부터는 더 두꺼운 내의를 구해서 입겠다. 그래서 집이든 사무실이든 난방 온도를 몇도 더 낮춰볼 생각이다. 빙하와 자전거를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