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 ‘아파트’ 신드롬으로 본 광주 아파트 삶의 명암
2024년 10월 31일(목) 20:45 가가
갇혀 사나, 같이 사나 … 당신의 삶은 어떤가요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걸그룹 블랙핑크 로제가 팝스타 브루노 마스(Bruno Mars)와 듀엣으로 부른 ‘APT.’(아파트)가 글로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로제는 술자리 게임 ‘아파트’에서 착안해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전 세계인들이 일명 콩글리시(한국식 영어)인 ‘아파트’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 신드롬을 계기로 광주 아파트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광주 아파트에 열광하는 이유
광주 주택 10곳 중 8곳 ‘아파트’
인근에 상권·편의시설 형성되고
분양가 급등에 투자 가치 높아
광주는 아파트 주택 비율이 81.7%에 달하는 대표적인 아파트 도시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세종시에 이어 두번째로 아파트 비율이 높다.
통계청의 2023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를 보면 광주주택 56만 1000호 중 아파트는 45만7000호로 전체 주택중 80% 이상을 차지했다.
단독주택은 7만800호, 연립주택은 1만 1000호, 다세대주택은 9000호, 비주거용 주택은 6000호 순이다. 이에 반면 전남은 단독주택 비율(47.9%)이 전국 17개 지자체중 가장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기준 광주에서는 59단지 2만 8697세대의 아파트가 시공중에 있다.
지역민이 아파트에 열광하는 데는 편리성과 투자가치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편리성은 공동주택 단지가 조성되는 탓에 상권이 인근에 형성돼 편의시설이 이용이 편리하고 가구당 일정 비율의 주차공간이 마련돼 차량이 필수적인 현대인의 삶에 최적화가 돼 있다는 것이다.
또 아파트 중심의 대중교통 망이 형성되고 행정력도 아파트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보안 시설 등이 갖춰져 안전한 치안이 보장된다는 점도 있다.
관리비만 내면 기본적인 집 관리를 관리사무소가 해주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보다 더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투자가치가 높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아파트는 부동산으로 경제적 자산이자 이익을 만들어 낼수 있는 수단이 된 것이다.
당장 광주아파트 분양가는 올해 1월 기준 3년새 30%나 올랐다. 지난 2020년 11월 기준 3.3㎡(1평)당 1235만원이었던 광주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올해 1월 1633만원까지 급등한 것이다.
결국 아파트 가격 상승은 아파트는 일종의 환산가치와 투자가치가 높은 투자종목이 됐다. 아파트 투자에 따른 자산증식의 가치가 높다는 점에서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광주지역 아파트 노후화 심각…미래세대에게 전가되는 경제적 부담
10채 중 2채 30년 이상 노후
고장 잦고 화재에도 취약
철거 비용 등 미래세대에 전가
광주지역 30년 이상된 노후 아파트는 올해 8월 기준 총 9만 8080세대로 전체 세대수(42만 2600세대)의 23%에 달한다.
구별로는 동구 1만 8688세대(32단지), 서구 1만 8581세대(45단지), 남구 2만 4700세대(67단지), 북구 3만 7863세대(100단지), 광산구 4만 6455세대(119단지)다.
아파트는 많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 산다는 점에서 안전과 직결된다. 노후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와 같은 안전장치가 설치되지 않아도 법적제재를 받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스프링클러는 광주지역 아파트 1200개 단지 중 39.6%에 달하는 460개 단지에 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아파트 시설 노후화로 발생하는 정전 피해도 지난해 광주·전남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의원실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9~2024년 8월)간 전국 정전 현황’을 보면 광주·전남은 지난해 158건의 정전이 발생했다. 연도별로 2019년 74건, 2020년 68건, 2021년 72건, 2022년 95건, 2023년 158건, 2024년 8월 말 기준 68건이다.
전국적으로 정전 발생수는 늘고 있다. 2019년 641건에서 2020년 649건, 2021년 735건, 2022년 933건, 2023년 1045건으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인구 수가 더 많은 서울과 인천에서는 33건, 51건에 그쳤지만 광주·전남은 전국 최고치인 158건을 기록해 심각성이 드러난다. 특히 정전의 원인으로 아파트 변압기 노후화도 함께 꼽히고 있다는 점에서 변압기 교체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노후화된 아파트는 언젠가는 철거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결국 아파트 철거와 재개발에 드는 경제적 비용은 모두 미래세대에게 전가되는 꼴이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 천편일률 고층 아파트 난립에 외면당하는 무등산 조망권
아파트 단지 셋 중 한 곳은 고층
비죽비죽 솟은 시멘트 구조물에
무등산 조망권’ 사라진 지 오래
광주 도심 아파트 단지 중 셋 중 한 곳은 20층 이상 고층 건축물을 포함한 고층 아파트다.
31일 광주시에 따르면 2024년 8월 기준 사용중인 아파트는 총 1240단지, 세대 수 42만 2600세대로 이 중 20층 이상 고층 건축물을 포함한 아파트는 동구 24곳, 서구 67곳, 남구 72곳, 북구 130곳, 광산구 84곳 등 377단지다. 전체의 30.4%에 해당한다.
시공 중인 아파트도 고층 투성이다. 동구 3곳, 서구 14곳, 남구 8곳, 북구 14곳, 광산구 4곳 등 총 43단지의 시공중인 아파트가 20층 이상 건축물을 포함하고 있다. 심지어 북구에서 현재 시공중인 아파트 14곳 전체가 20층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광주는 무등산 조망권을 잃은지 오래다. 지난 수십년간 20층을 훌쩍 넘기는 고층 아파트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광주 어디서나 무등산을 볼 수 있었던 옛 풍경을 잃고 있는 것이다.
결국 광주시에서는 도시 경관을 고려하지 않은 고층 아파트와 관련한 논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비죽비죽 솟은 시멘트 구조물이 주변 시야를 가려 ‘무등산 조망권’을 해치고, 비슷비슷한 디자인으로 도배하다시피 한 ‘성냥갑 아파트’가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2022년 1월 39층 높이의 초고층 아파트인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가 시공 중 붕괴하면서 고층 아파트가 미관뿐 아니라 안전성도 해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파트의 층수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광주시는 앞서 지난 2021년 7월 무분별한 고층아파트 난립을 억제하고 전국 최고 수준의 아파트 비중과 무등산 조망권 침해 등 부작용을 막겠다며 준주거지역과 상업지역에서는 최대 40층까지 건축물 높이를 제한하고 제3종·2종 일반주거지역은 최대 30층까지로 제한했다.
하지만 제도 시행 후 아파트 부지별 입지여건이 천차만별인데도 층수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등 지적을 받자, 광주시는 지난해 5월 일률적인 층수 제한을 백지화했다.
대신 지역·권역별 특성에 맞춰 차등적으로 높이를 관리하고 창의적인 건축디자인을 구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초고층 아파트 난립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이웃 공동체 사라지고 주민 갈등은 계속
층간소음·간접흡연 등 ‘감정의 골’
폭력·살인 등 범죄로 이어지기도
공동체 의식 사라진 삭막한 공간
여러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아파트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거주민간 갈등은 ‘아파트 공화국’의 오랜 숙제다.
층간소음, 간접흡연, 복도 적치물 등 주민간 갈등이 폭력, 살인 등 범죄로까지 번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분쟁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최근 5년간 광주지역 층간소음 상담 건수(온라인·콜센터)는 2020년 879건, 2021년 915건, 2022년 917건, 2023년 871건, 2024년 9월까지 528건이 접수됐다.
갈등이 지속돼 층간소음 전문가가 직접 현장에 방문하거나 소음을 측정한 건수도 2020년 350건, 2021년 279건, 2022년 252건, 2023년 238건, 2024년 9월까지 117건에 달한다.
사소한 다툼이 범죄로 이어지도 한다. 지난 7월에는 광주시 북구에서 50대 남성 A씨가 17차례에 걸쳐 아랫집에 쓰레기를 놓아두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7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아래층에 거주하는 이웃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층간소음 관련 항의를 받으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지역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추워지니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 같다. 냄새 때문에 스트레스다”, “옆집이 복도를 창고처럼 쓴다. 자전거에 오토바이, 쓰레기까지 복도에 놔두는데 어떻게 해야하나”, “새벽까지 개가 짖는데 견주는 뭐하고 있나”는 등의 하소연이 매일같이 올라오고 있다.
최근에는 광주시 서구의 한 아파트 입주민이 경비원에게 택배 문제를 항의하며 욕설을 내뱉는 등 갑질을 해 논란이 됐다. 주민들은 엘리베이터에 “지금까지 깨끗하고 편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이웃인 경비 아저씨들 덕분이다. 입주민이라해서 절대 갑이 아니다”고 적힌 종이를 붙이기도 했다.
지자체도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이웃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갈등의 골 줄이기는 난제가 되고 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걸그룹 블랙핑크 로제가 팝스타 브루노 마스(Bruno Mars)와 듀엣으로 부른 ‘APT.’(아파트)가 글로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로제는 술자리 게임 ‘아파트’에서 착안해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전 세계인들이 일명 콩글리시(한국식 영어)인 ‘아파트’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 신드롬을 계기로 광주 아파트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광주 주택 10곳 중 8곳 ‘아파트’
인근에 상권·편의시설 형성되고
분양가 급등에 투자 가치 높아
광주는 아파트 주택 비율이 81.7%에 달하는 대표적인 아파트 도시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세종시에 이어 두번째로 아파트 비율이 높다.
통계청의 2023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를 보면 광주주택 56만 1000호 중 아파트는 45만7000호로 전체 주택중 80% 이상을 차지했다.
지역민이 아파트에 열광하는 데는 편리성과 투자가치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편리성은 공동주택 단지가 조성되는 탓에 상권이 인근에 형성돼 편의시설이 이용이 편리하고 가구당 일정 비율의 주차공간이 마련돼 차량이 필수적인 현대인의 삶에 최적화가 돼 있다는 것이다.
또 아파트 중심의 대중교통 망이 형성되고 행정력도 아파트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보안 시설 등이 갖춰져 안전한 치안이 보장된다는 점도 있다.
관리비만 내면 기본적인 집 관리를 관리사무소가 해주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보다 더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투자가치가 높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아파트는 부동산으로 경제적 자산이자 이익을 만들어 낼수 있는 수단이 된 것이다.
당장 광주아파트 분양가는 올해 1월 기준 3년새 30%나 올랐다. 지난 2020년 11월 기준 3.3㎡(1평)당 1235만원이었던 광주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올해 1월 1633만원까지 급등한 것이다.
결국 아파트 가격 상승은 아파트는 일종의 환산가치와 투자가치가 높은 투자종목이 됐다. 아파트 투자에 따른 자산증식의 가치가 높다는 점에서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광주지역 아파트 노후화 심각…미래세대에게 전가되는 경제적 부담
10채 중 2채 30년 이상 노후
고장 잦고 화재에도 취약
철거 비용 등 미래세대에 전가
광주지역 30년 이상된 노후 아파트는 올해 8월 기준 총 9만 8080세대로 전체 세대수(42만 2600세대)의 23%에 달한다.
구별로는 동구 1만 8688세대(32단지), 서구 1만 8581세대(45단지), 남구 2만 4700세대(67단지), 북구 3만 7863세대(100단지), 광산구 4만 6455세대(119단지)다.
아파트는 많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 산다는 점에서 안전과 직결된다. 노후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와 같은 안전장치가 설치되지 않아도 법적제재를 받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스프링클러는 광주지역 아파트 1200개 단지 중 39.6%에 달하는 460개 단지에 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아파트 시설 노후화로 발생하는 정전 피해도 지난해 광주·전남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의원실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9~2024년 8월)간 전국 정전 현황’을 보면 광주·전남은 지난해 158건의 정전이 발생했다. 연도별로 2019년 74건, 2020년 68건, 2021년 72건, 2022년 95건, 2023년 158건, 2024년 8월 말 기준 68건이다.
전국적으로 정전 발생수는 늘고 있다. 2019년 641건에서 2020년 649건, 2021년 735건, 2022년 933건, 2023년 1045건으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인구 수가 더 많은 서울과 인천에서는 33건, 51건에 그쳤지만 광주·전남은 전국 최고치인 158건을 기록해 심각성이 드러난다. 특히 정전의 원인으로 아파트 변압기 노후화도 함께 꼽히고 있다는 점에서 변압기 교체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노후화된 아파트는 언젠가는 철거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결국 아파트 철거와 재개발에 드는 경제적 비용은 모두 미래세대에게 전가되는 꼴이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 천편일률 고층 아파트 난립에 외면당하는 무등산 조망권
아파트 단지 셋 중 한 곳은 고층
비죽비죽 솟은 시멘트 구조물에
무등산 조망권’ 사라진 지 오래
광주 도심 아파트 단지 중 셋 중 한 곳은 20층 이상 고층 건축물을 포함한 고층 아파트다.
31일 광주시에 따르면 2024년 8월 기준 사용중인 아파트는 총 1240단지, 세대 수 42만 2600세대로 이 중 20층 이상 고층 건축물을 포함한 아파트는 동구 24곳, 서구 67곳, 남구 72곳, 북구 130곳, 광산구 84곳 등 377단지다. 전체의 30.4%에 해당한다.
시공 중인 아파트도 고층 투성이다. 동구 3곳, 서구 14곳, 남구 8곳, 북구 14곳, 광산구 4곳 등 총 43단지의 시공중인 아파트가 20층 이상 건축물을 포함하고 있다. 심지어 북구에서 현재 시공중인 아파트 14곳 전체가 20층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광주는 무등산 조망권을 잃은지 오래다. 지난 수십년간 20층을 훌쩍 넘기는 고층 아파트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광주 어디서나 무등산을 볼 수 있었던 옛 풍경을 잃고 있는 것이다.
결국 광주시에서는 도시 경관을 고려하지 않은 고층 아파트와 관련한 논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비죽비죽 솟은 시멘트 구조물이 주변 시야를 가려 ‘무등산 조망권’을 해치고, 비슷비슷한 디자인으로 도배하다시피 한 ‘성냥갑 아파트’가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2022년 1월 39층 높이의 초고층 아파트인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가 시공 중 붕괴하면서 고층 아파트가 미관뿐 아니라 안전성도 해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파트의 층수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광주시는 앞서 지난 2021년 7월 무분별한 고층아파트 난립을 억제하고 전국 최고 수준의 아파트 비중과 무등산 조망권 침해 등 부작용을 막겠다며 준주거지역과 상업지역에서는 최대 40층까지 건축물 높이를 제한하고 제3종·2종 일반주거지역은 최대 30층까지로 제한했다.
하지만 제도 시행 후 아파트 부지별 입지여건이 천차만별인데도 층수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등 지적을 받자, 광주시는 지난해 5월 일률적인 층수 제한을 백지화했다.
대신 지역·권역별 특성에 맞춰 차등적으로 높이를 관리하고 창의적인 건축디자인을 구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초고층 아파트 난립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이웃 공동체 사라지고 주민 갈등은 계속
층간소음·간접흡연 등 ‘감정의 골’
폭력·살인 등 범죄로 이어지기도
공동체 의식 사라진 삭막한 공간
여러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아파트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거주민간 갈등은 ‘아파트 공화국’의 오랜 숙제다.
층간소음, 간접흡연, 복도 적치물 등 주민간 갈등이 폭력, 살인 등 범죄로까지 번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분쟁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최근 5년간 광주지역 층간소음 상담 건수(온라인·콜센터)는 2020년 879건, 2021년 915건, 2022년 917건, 2023년 871건, 2024년 9월까지 528건이 접수됐다.
갈등이 지속돼 층간소음 전문가가 직접 현장에 방문하거나 소음을 측정한 건수도 2020년 350건, 2021년 279건, 2022년 252건, 2023년 238건, 2024년 9월까지 117건에 달한다.
사소한 다툼이 범죄로 이어지도 한다. 지난 7월에는 광주시 북구에서 50대 남성 A씨가 17차례에 걸쳐 아랫집에 쓰레기를 놓아두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7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아래층에 거주하는 이웃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층간소음 관련 항의를 받으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지역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추워지니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 같다. 냄새 때문에 스트레스다”, “옆집이 복도를 창고처럼 쓴다. 자전거에 오토바이, 쓰레기까지 복도에 놔두는데 어떻게 해야하나”, “새벽까지 개가 짖는데 견주는 뭐하고 있나”는 등의 하소연이 매일같이 올라오고 있다.
최근에는 광주시 서구의 한 아파트 입주민이 경비원에게 택배 문제를 항의하며 욕설을 내뱉는 등 갑질을 해 논란이 됐다. 주민들은 엘리베이터에 “지금까지 깨끗하고 편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이웃인 경비 아저씨들 덕분이다. 입주민이라해서 절대 갑이 아니다”고 적힌 종이를 붙이기도 했다.
지자체도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이웃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갈등의 골 줄이기는 난제가 되고 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