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의 ‘섬’ 광주 도시미래- 박홍근 건축사
2024년 10월 30일(수) 00:00
고려 태조 ‘왕건’이 만들었다는 ‘훈요10조’ 중 제8조에 ‘차령산맥 이남의 공주강(금강) 밖의 사람들을 쓰지 말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 건국 역사와 그 내용이 알려진 시점을 볼 때 당리당략에 따라 조작되었을 것이란 평에 무게를 두고 싶다. 현재, 동시대 사람들이 함께 겪고 있는 ‘사건’도 각기 다른 해석으로 평가·기록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지금의 ‘사실’도 향후 어떻게 역사로 기록될까 궁금해진다.

다시 차령산맥을 생각해 본다. 서울과 수도권이 팽창되면서 ‘대서울권’이란 말을 한다. 대서울권은 차령산맥 이북인 천안·아산까지 내려왔다. 서울과 경기도의 경제·산업·문화·인구 등의 낙수효과가 차령산맥을 넘는 것을 힘들어하고 있다. 일부 넘치는 효과는 청주와 세종, 대전지역으로 흡수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충청권과 노령산맥 넘어 광주·전남권 사이에서 별도 생존 전략을 세우고 있다.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 ‘신(神)’이 창조한 산맥과 강은 지역을 나누고, 경제·문화·사회 등 삶의 방식을 다르게 만들었다. 요즘은 인간이 만든 교통수단의 발전으로 신이 산맥과 강으로 나눈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교통망에 따라 삶의 경계가 바뀐다. 도로는 선으로, 산업은 면으로 지역을 연결한다. 행정구역상의 경계보다는 교통망과 산업에 따른 생활 권역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예전엔 광주·전남의 교통 중심지였다. 지금은 광주만의 교통 종점이다. 전남 서부는 서해안고속도로와 고속철도, 동부는 순천완주고속도로와 고속철도로 서울과 수도권으로 연결되고 있다. 경제·문화·의료·쇼핑·교육 등 모든 영역에서 수도권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광주는 수도권의 변방, 지역에서도 섬이 되어가고 있다. 전남 동부권을 끌어당기는 영남 남부권과도 경쟁하기 버거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광주도시미래전략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치·경제·문화·사회·교육·교통·경관 등등과 이를 만들어 가는 행정력·정치력·기획력·실천력 등에서 뒤쳐진 형국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고 자포자기할 수 없다. 조선시대처럼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만 외치고 있을 수도 없다. 변해야 한다. 그것도 혁명적으로 사람이 변해야 한다.

첫째는 정치가·선출직 공무원, 잘 뽑자. 다음 선거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비전제시와 실행과 그 결과물을 만들 사람을 모시자. 지역 활동 인재도 키워야 한다. 이곳 DNA를 가지고 다른 지역에서 왕성히 활동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이곳에서 활동하는 전국적인 인물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도록 함께 성장해야 한다.

둘째는 시민, 깨어있고 행동하자. 정책으로 경쟁할 ‘반반의 정치’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비판·비난 대신에 대안 제시와 참여하고 실천해야 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惡)의 편이다’란 말을 기억해야겠다. 깨어있는 시민이 많아야 지도자, 대표자들이 말과 행동을 주의 깊게 한다.

셋째, 전문가, 배워서 ‘남’도 주자. 캠퍼스와 본인 업무에만 머물지 말고, 지역 난제를 해결할 방향 제시, 동력 지원, 지식 공유, 현실 참여 등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업(業)의 본질은 전공 내용만 잘하는 것이 아니다. 지식을 공유하며, 인접 분야도 배우고,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것도 포함된다.

한반도 지도를 보길 권해 본다. 산맥, 강, 교통망, 산업단지 등이 표현된 지도면 더 좋다. 경기도가 포함된 ‘대서울권’, 대전·세종이 있는 ‘중부권’, 부산이 중심인 ‘영남 동남권’은 날로 커지고 있다. 전남 서부권과 동부권의 소지역성, 광주의 지리적 위치를 보자. 어떠한가. 육지의 섬처럼 보인다.

30년 후 광주 인구는 110만 명대가 될 거라는 예측도 있다. 인구감소는 정해진 미래다. 이대로 있으면 그럭저럭한 변방 도시가 된다. 의식개혁, 행동변혁, 결과혁신을 통한 차별화된 도시경쟁력을 가지면 일자리와 청년이 모여드는 도시가 될 것이다. 광주도시미래에 대한 치열한 궁리와 함께,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도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호남인의 기질, 무등산의 정기, 남도인의 저력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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