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대학입시를 거론하는 이유 - 박상하 사회경제연구원장·전 나주대 교수
2024년 10월 23일(수) 00:00 가가
지난 11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미국이 4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내린 이후 유럽, 영국, 캐나다 등 많은 나라들도 인하하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 언론이나 구두개입을 통해 예상했던 일들이다. 그런데 금리인하 시점을 놓고 고심하던 이창용 총재는 갑자기 대학의 지역별 비례 선발제를 주장하였다. 한은 총재의 말이 논란이 된 것은 8월에 발간된 37쪽 짜리 이슈 노트로부터 시작되었다. 왜 한국은행이 고유 업무도 아닌 대학입시를 들고 나온 것인지 반향을 불러 왔다.
보고서의 내용은 이미 알려진 것이고 국민 모두가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들이다. 서울 강남 3구 일반고 졸업생은 4%인데 서울대 진학생 비중은 12%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서울 상위권대학 진학률 차이를 가져오는 요인의 75%는 부모의 경제력이고, 학생의 잠재력은 2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방에 숨어있는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서라도 지역비례 선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수도권 인구집중과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서라도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자기 일이나 잘 하시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반면 응원하는 목소리도 많다. 국가의 주요 기관장이 자기 분야가 아닌 내용을 주장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확고한 철학이 없으면 어려운 현실이다. 더구나 현 정권 인사들의 생각과 반대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지방이 죽어가는 현실 속에서 수도권 메가시티를 주장하고 정치적인 계산에만 몰두하는 기회주의적인 정책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수도권 집값을 잡으려면 강남학생에 대입 상한선을 두어야 한다는 것에서부터 강남 학부모에게 행복한가라는 질문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위헌이라느니 강남 역차별까지 등장했다. 이 총재 입장에서는 금리인하로 자칫 집값 폭등을 우려한 계산된 발언일 수도 있다. 한국인에게 부동산은 신화에 가깝다. 요즘 지방에 사는 부자들이 서울에 똘똘한 한 채를 위해 몰려간다는 것도 알려진 사실이다. 성장 지상주의와 성장 중독증에 빠진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과감하게 파헤치고 있다.
가계부채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한국의 가계부채 수준은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매우 높은 편이다. 가계부채 비율이 2021년 기준 GDP 대비 103.6%로, 선진국 평균 75%를 크게 상회하고 있어서다. 한은 총재는 사람들이 서울을 떠나도록 하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과도한 입시경쟁과 교육 탓에 집값이 오르고 대출이 증가해 불평등이 심해지고 지방은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동안 누적되어 방치해 둔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폭발적으로 들춰내고 있다.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무슨 얘긴들 못하겠는가.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조용한 절간이 너무 시끄럽다는 불만도 있다고 한다. 이 총재는 대학의 지역별 비례 선발제를 주장하기 전에도 농산물 가격과도 대립한 바 있다. 올 3월에 금값이 된 사과, 대파 등 농산물 가격 폭등을 두고 농림수산식품부와도 부딪히는 모양새였다. 또한 한국은행 창립 기념식에서도 영역을 가리지 않고 역할을 강조했다. 저출생과 고령화, 지역 불균형과 수도권 집중, 연금 고갈과 노인 빈곤, 교육 문제 등 통화 정책의 테두리 안에만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이다.
취임할 때부터 이런 포부와 역할을 주장했다고 하니 진정성 있게 보는 게 맞지만 우려하는 시선이 많은 것은 그동안 정부 관료들이 자기 역할을 충분히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면 다른 나라는 어떤가를 보면 분명할 것 같다. 미국 연준이나 IMF 그리고 유럽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들의 보고서와 연구는 자기 분야가 아니지만 국가경제와 연결되는 내용들이 차고 넘친다.
한국의 관료는 정부조직법상 정해진 범위 안에서 자기 일만 해야 한다는 것인가. 시대적인 착각이다. 금리인하는 집값과 부동산투기로 직결되는 사안인데 남의 일에 간섭 말라는 것은 맞지 않다. 그렇다면 건교부는 집값을 교육부는 대입을 잘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지금은 부처 간 치열하게 정책을 논의하고 현안을 두고 융복합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시대이다. 올해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지적했듯이 제도는 포용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되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가계부채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한국의 가계부채 수준은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매우 높은 편이다. 가계부채 비율이 2021년 기준 GDP 대비 103.6%로, 선진국 평균 75%를 크게 상회하고 있어서다. 한은 총재는 사람들이 서울을 떠나도록 하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과도한 입시경쟁과 교육 탓에 집값이 오르고 대출이 증가해 불평등이 심해지고 지방은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동안 누적되어 방치해 둔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폭발적으로 들춰내고 있다.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무슨 얘긴들 못하겠는가.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조용한 절간이 너무 시끄럽다는 불만도 있다고 한다. 이 총재는 대학의 지역별 비례 선발제를 주장하기 전에도 농산물 가격과도 대립한 바 있다. 올 3월에 금값이 된 사과, 대파 등 농산물 가격 폭등을 두고 농림수산식품부와도 부딪히는 모양새였다. 또한 한국은행 창립 기념식에서도 영역을 가리지 않고 역할을 강조했다. 저출생과 고령화, 지역 불균형과 수도권 집중, 연금 고갈과 노인 빈곤, 교육 문제 등 통화 정책의 테두리 안에만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이다.
취임할 때부터 이런 포부와 역할을 주장했다고 하니 진정성 있게 보는 게 맞지만 우려하는 시선이 많은 것은 그동안 정부 관료들이 자기 역할을 충분히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면 다른 나라는 어떤가를 보면 분명할 것 같다. 미국 연준이나 IMF 그리고 유럽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들의 보고서와 연구는 자기 분야가 아니지만 국가경제와 연결되는 내용들이 차고 넘친다.
한국의 관료는 정부조직법상 정해진 범위 안에서 자기 일만 해야 한다는 것인가. 시대적인 착각이다. 금리인하는 집값과 부동산투기로 직결되는 사안인데 남의 일에 간섭 말라는 것은 맞지 않다. 그렇다면 건교부는 집값을 교육부는 대입을 잘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지금은 부처 간 치열하게 정책을 논의하고 현안을 두고 융복합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시대이다. 올해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지적했듯이 제도는 포용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되새겨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