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고압직류송전 건설 ‘착착’…글로벌 에너지 리더 ‘성큼’
2024년 09월 13일(금) 00:00
반도체 등 대규모 국가 산업 증가 따라
고전압 직류 송전방식 필요성 부상
HVDC 국산화 통한 비용 절감 효과
해남~수도권 해저 전력 고속도로 건설
‘송전탑 건설’로 인한 주민 반발 해소
호남권 잔여 전력 수도권 공급 효율↑
직류 전환 쉬워 다양한 산업 활용 가능

고덕 HVDC 변환소 내부에 설치된 직류-교류 전환장치 밸브.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라 오는 2036년까지 15년에 걸쳐 안정적인 전력계통 구축을 목표로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한전은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고압직류송전(HVDC)기술 국산화를 통한 비용절감 및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직류의 도입 배경…HVDC 기술의 필요성=한전은 미래 송·배전설비의 대부분을 직류 송전방식으로 교체하고 있다. 이는 교류 송전방식이 과거 국가 산업 및 가정에서의 활용에 적합하다는 판단 하에 확대 보급됐었지만, 점점 국가가 주도하는 에너지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들이 증가함에 따라 고전압 전력 전송이 원활한 직류 송전방식의 중요도가 높아졌다. 특히 그동안 대규모 전력을 송전탑을 통해 송전할 때 뿐만 아니라 지하, 바다 등의 전력 케이블을 통해 교류로 송전할 시 전력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소실되는 무효전력(Reactive Power)이 다수 발생해왔다.

한전은 향후 대규모 전력 송전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많은 양의 무효전력을 줄이고,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전력계통을 구축하기 위해 HVDC 건설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서해안 HVDC 건설사업이다. 서해안 HVDC 건설사업, 이른바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오는 2036년까지 우리나라 땅끝으로 불리는 전남 해남부터 수도권인 서인천까지를 연결하는 HVDC 설비를 서해 해저에 설치해 구축되는 전력 송전망으로, 최초로 송전망 건설사업에 민간이 참여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지상 송전탑 건설로 인한 주민들의 반발을 해소하고, 호남지역의 잔여 전력을 전력 수요가 많은 수도권까지 원활하게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HVDC의 경우 국가 주요 산업인 반도체가 등장하면서 그 활용도가 높아졌다. 전력용 반도체로 인해 높은 전압의 직류도 비교적 간편하게 용도에 따라 변환할 수 있게 돼 향후 다양한 산업에서 HVDC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전 전경


◇지구온난화 시대, 해상풍력에 적합한 HVDC=최근 폭염 등 이상기후가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 나라를 비롯한 지구촌 전체가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응 및 탄소 중립의 흐름 속에 신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RE100, 탄소 중립 정책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해상풍력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3면이 바다와 인접한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국가보다도 해상풍력에 대한 중요도가 높은 만큼, 해상풍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HVDC는 직류 시스템 단독으로 구성돼 운영되기보다는 교류 송전이 효과적이지 않은 장거리 송전 구간에서 주로 활용되는 만큼, 해상풍력 확대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다. 최근 해상풍력이 증가하면서 육지와 해상 간 장거리를 케이블로 송전해야 하는 전력량이 급증한 가운데, HVDC가 장거리 대용량 전력전달에 용이하다는 점에서다.

우리나라의 경우 내륙에서 100㎞가량 떨어진 제주도 육지의 전력을 전송할 필요성이 있는데, HVDC를 이용해 대규모 전력을 송전하면 전력회사는 전력 구입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이에 한전은 해상풍력의 확대를 위해 HVDC 기술 개발 및 확대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MMC 전압형 HVDC 및 세계적인 한전의 기술력=한전이 집중하는 HVDC 기술에도 다양한 갈래가 있다. 최근 직류를 수송하는 HVDC에서는 MMC(Modular Multi-level Converter) 전압형 HVDC 기술이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IGBT(Insulated Gate Bipolar Transistor) 반도체 소자를 이용해 교류를 신속하게 직류로 변환하고, 전기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정전이 발생해도 외부전력의 전송망 없이 전력망 일부를 자가 복구할 수 있는 ‘블랙스타트’ 등 다양한 장점을 갖춰 MMC 전압형 HVDC 기술이 전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또 MMC 전압형 HVDC 기술은 기기의 오작동 및 열화를 발생시키는 고조파 필터가 필요하지 않아 시설 설치를 위한 부지도 일반 전류형의 50~60% 수준에 불과해, 비교적 좁은 부지에서 많은 신재생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해상풍력에도 효율적으로 활용된다.

고덕 HVDC 변환소 전경.


◇한전, ㈜효성과 함께 MMC 전압형 HVDC로 기존 HVDC시장에 도전=한전의 부설 연구소 전력연구원은 지난 20여년간 HVDC 기술 관련 연구를 지속해왔다. 기존 HVDC 시장을 전세계적으로 SIEMENS와 GE, Hitachi가 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전과 ㈜효성은 함께 연구과제 형식으로 사업을 추진해 양주시에 200㎽급 BTB(Back To Back) MMC 전압형 HVDC 설치를 완료하고, 지난 3월 실계통에 투입해 1년간의 시험운전을 통해 검증에 나섰다.

이번 사업에서 한전은 계통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설비의 기술규격 제시, 설계 검증, 변환소 설계 및 구축, 시스템 성능 평가, 계통 연계 시험 등의 역할을 수행했다. 한전은 이번 시스템 설치 후 HVDC 운전 전략을 수립해 정상상태 및 비상상태 최적운전 조건을 도출하기도 했다.

협력 제작사인 ㈜효성은 변환설비 설계를 제작하고, 컨버터(밸브)·리액터·변압기 등 변환설비의 설계 검증, 성능시험을 통해 변환설비의 국산화, 제어기 성능시험을 통한 정격용량 등 성능보증조건을 달성했다.

한전은 이번 사업을 통해 MMC 전압형 HVDC 기술이 실현 및 국산화될 경우 인근 AC선로 과부하 해소 및 고장전류 감소, 전압 불안정 해소 등의 전력계통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그동안 해외 제조사를 통해 HVDC를 도입해 왔던 만큼, 정전 등 비상 상황 또는 유지·보수가 필요할 때 적기 대응이 어려웠지만 기술 국산화를 통해 수입 대체 및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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