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과 후광 김대중- 박석무 다산학자·우석대 석좌교수
2024년 09월 09일(월) 00:00 가가
금년은 다산 탄생 262주년이고 후광 탄생 100주년의 해이다. 지난해부터 후광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기 시작했다. 독일의 브란트 총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만델라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은 세계적인 정치지도자라는 의미로, 세 분의 업적과 정치철학을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며칠 전에는 ‘격랑의 한반도,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탄생 100주년 포럼이 성황을 이루었다. 세 분은 여러 면에서 공통점이 많은 정치 지도자였다. 망명-투옥 등의 온갖 시련을 거쳐 독재 권력과의 싸움에서 목숨을 걸고 투쟁하여 끝내는 집권하는 위업을 이룩한 지도자들이었다. 이들은 집권하여 온 인류에게 평화를 선사하는 탁월한 업적을 이룩해 세 분 모두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하였다.
정약용은 조선왕조 시대의 학자요 관료였다. 실학을 집대성한 세계적인 학자로 500여 권의 저서를 남긴 우리 민족 스승의 한 분이었다. 김대중이 ‘빨갱이’라는 누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고난을 겪었듯이 다산 정약용 또한 ‘천주학쟁이’라는 누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18년의 모진 귀양살이를 했던 비운의 학자였다. 다산이야 10년의 관료 생활로 자신의 정치철학을 현실에서 실천할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후광은 죽음을 무릅쓴 고난을 뚫고 승리하여 개혁정치를 실현할 기회를 만날 수 있었다.
며칠 전 100주년 포럼에서 대통령 김대중의 업적을 정리한 내용을 들으면서 정약용과 많은 공통점을 기억하게 되었다.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대전제 아래 반독재 투쟁에 직접 몸을 던져 행동으로 양심을 지켜낸 점, ‘정의는 승리하고 역사는 발전한다’라는 후광의 신념은 다산의 철학과 크게 근접하고 있다. 동양의 유교는 성선설(性善說)에서 모든 논리가 출발한다. 그러나 주자는 착한 성품은 이(理)다 라고 하여 성리학을 체계화하였다. 여기에 거대한 반대를 한 사람이 다산이었다. 성(性)은 이가 아니고 ‘기호(嗜好)’라는 독창적 학설을 세워 성기호(性嗜好)설을 주장하기에 이른다. 착하려는 경향의 성품을 행동으로 옮겨야만 정의가 실현되고 역사가 발전한다고 믿고, 성+행(性+行)이 덕(德)이라는 공식을 정리하기에 도달했다. 행동하는 양심이라야 정의가 승리하고 역사가 발전한다는 후광의 철학은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다.
이(理)라는 관념의 세계에서 기호(嗜好)라는 경험의 세계로 변혁한 다산,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던 후광의 철학, 끝내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하는 대업을 이룩하였다. 나는 젊은 시절 이래로 행동하는 양심이 던져주는 충격을 잊지 못하고, 착한 성품을 행동으로 옮겨야만 참다운 덕을 이룩할 수 있다는 다산의 주장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다산의 실학사상에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논리가 핵심이다. 후광은 휘호를 쓸 때마다 ‘실사구시’가 가장 자주 쓰던 글귀였다. 역시 다산과 후광은 통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나라가 온통 썩고 병들어 그대로 두면 반드시 망한다고 나라를 통째로 개혁하자던 개혁가 다산, 유신체제를 무너뜨리지 않으면 영구적인 독재가 지속된다고 죽음을 무릅쓰고 싸웠던 후광, 그들은 분명히 백성들을 위해 행동했던 뛰어난 애국자들이다.
IT강국의 실현,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지방자치 구현, 복지는 인권이라면서 기초생활 보장제의 도입, 의료보험, 연금개혁의 기초 확립,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추진, 남녀평등을 위한 여성부 신설, 화해와 협력의 통합정치 등 셀 수 없이 많은 개혁 정책을 실현했으니, 저술로만 남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다산 정치철학의 근간들이 후광에 이르러 들꽃처럼 만발하였다. 후광은 철저한 평화주의자였다. 어떤 경우도 무력 사용이나 전쟁은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남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평화적으로 교류하면서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라는 후광의 외교정책이 얼마나 옳은 이론인가. 전쟁의 위험이 없던 다산시대에는 없던 이론이었다.
100주년 포럼의 결론이 나왔다. 대한민국의 길은 김대중 정신에 있다고 했다. 평화 프로세스를 복원하여 절대로 전쟁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50년대의 북진통일같은 호전적 외교 노선을 당장 바꿔야 한다.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 같은 오늘의 권력, 김대중 정신으로 돌아가자.
IT강국의 실현,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지방자치 구현, 복지는 인권이라면서 기초생활 보장제의 도입, 의료보험, 연금개혁의 기초 확립,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추진, 남녀평등을 위한 여성부 신설, 화해와 협력의 통합정치 등 셀 수 없이 많은 개혁 정책을 실현했으니, 저술로만 남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다산 정치철학의 근간들이 후광에 이르러 들꽃처럼 만발하였다. 후광은 철저한 평화주의자였다. 어떤 경우도 무력 사용이나 전쟁은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남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평화적으로 교류하면서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라는 후광의 외교정책이 얼마나 옳은 이론인가. 전쟁의 위험이 없던 다산시대에는 없던 이론이었다.
100주년 포럼의 결론이 나왔다. 대한민국의 길은 김대중 정신에 있다고 했다. 평화 프로세스를 복원하여 절대로 전쟁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50년대의 북진통일같은 호전적 외교 노선을 당장 바꿔야 한다.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 같은 오늘의 권력, 김대중 정신으로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