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벽을 쌓는 한국 교육- 송민석 수필가·전 대학 입학사정관
2024년 08월 27일(화) 21:30 가가
서울 강남의 아파트값이 폭등한 원인 중 하나는 고액 학원가가 밀집돼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녀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과외를 시키지 않으면 내 아이만 손해라는 강박관념이 학부모를 심리적, 경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한국인을 괴롭히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과잉 경쟁이 아닐까 싶다. 남을 의식하는 비교 의식과 과잉 경쟁으로 인해 사회적 스트레스가 쌓여 간다. 사람들은 모바일과 소셜미디어를 달고 살면서 비교문화에 노출되어 있다. 값비싼 장식품과 명품 사진들을 올리고, 대놓고 남들에게 자기 자랑을 하는 것이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닌 세상이다.
11월 수능이 끝나고 나면 입시학원의 수능 배치표 한 장에 서울대 의대부터 지방 전문대학까지 전국의 모든 대학과 학과가 한 줄로 세워진다.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온라인 강의로 명성을 크게 얻던 일타강사들이 선망의 대상이 돼 요즘은 자산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반복해서 치르면 점수가 오르게 되어있다. 돈을 들여 스펙을 쌓고 컨설팅을 받으면 수시 합격 가능성은 그만큼 올라간다. 사교육과 입시경쟁은 동전의 앞뒤처럼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 부의 편중에 따른 양극화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부의 대물림이 학력의 대물림을 가져오고 있다.
학생의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서 성적이 결정되고 세습되어 공정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사교육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작금의 현실은 너도나도 모두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남을 믿지 못하니 나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죄수의 딜레마’ 같은 상황이다. 모든 사람이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다. 사교육업체들은 이러한 불안을 마케팅 재료로 활용한다. 개미지옥처럼 알면서도 빠져드는 것이 사교육의 선행학습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의대 진학반까지 생겨나는 등 의대 진학 열풍이 교육계를 휩쓸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은 초등학교 2학년부터 다닐 수 있는 의대 준비반을 운영한다고 한다. 선행학습은 엄청난 사교육비 증가와 학년별 수준에 맞는 발달을 저해하는 만국 병이다. “한국인은 자신을 다른 사회 구성원과 끊임없이 비교해 남을 이기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라는 게 행복 학자들의 지적이다.
덴마크나 핀란드가 행복한 나라 1위인 것은 모두 부자여서가 아니다. 경쟁보다 협동을 가치 있게 생각하고, 나의 존재성이 남과 비교되지 않으며, 실패하고 조금 못살아도 그 자체가 의미 있는 도전으로 평가받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도서관과 학교 방문을 통해 10일 동안 북유럽 여행 중에 느낀 소회의 일부다.
우리 사회는 우수한 학생이 되려면 모든 과목에서 잘해 총점이 남보다 1점이라도 앞서야 한다. 몇몇 과목을 아무리 뛰어나게 잘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21세기 현대 미술의 대가 ‘피카소’는 그림에는 어릴 때부터 특출난 재능을 보였지만 초등학교 시절까지도 읽기나 쓰기는 물론 덧셈·뺄셈까지도 서툴렀다고 한다. 그러나 스페인에는 그림 재능만으로도 입학할 수 있는 미술학교가 있었기에 ‘피카소’의 천재성은 그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지진아 취급을 받아 낙오자로 일생을 마쳤을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기업은 세계의 눈높이에 맞는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21세기는 국경을 초월한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국가라는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학생들의 진로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수능 중심의 입시제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평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세계와 벽을 쌓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대학수학능력시험 한판으로 인생이 결정된다고 믿는 어리석음을 청소년들에게 강요할 것인가.
한국인을 괴롭히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과잉 경쟁이 아닐까 싶다. 남을 의식하는 비교 의식과 과잉 경쟁으로 인해 사회적 스트레스가 쌓여 간다. 사람들은 모바일과 소셜미디어를 달고 살면서 비교문화에 노출되어 있다. 값비싼 장식품과 명품 사진들을 올리고, 대놓고 남들에게 자기 자랑을 하는 것이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닌 세상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의대 진학반까지 생겨나는 등 의대 진학 열풍이 교육계를 휩쓸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은 초등학교 2학년부터 다닐 수 있는 의대 준비반을 운영한다고 한다. 선행학습은 엄청난 사교육비 증가와 학년별 수준에 맞는 발달을 저해하는 만국 병이다. “한국인은 자신을 다른 사회 구성원과 끊임없이 비교해 남을 이기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라는 게 행복 학자들의 지적이다.
덴마크나 핀란드가 행복한 나라 1위인 것은 모두 부자여서가 아니다. 경쟁보다 협동을 가치 있게 생각하고, 나의 존재성이 남과 비교되지 않으며, 실패하고 조금 못살아도 그 자체가 의미 있는 도전으로 평가받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도서관과 학교 방문을 통해 10일 동안 북유럽 여행 중에 느낀 소회의 일부다.
우리 사회는 우수한 학생이 되려면 모든 과목에서 잘해 총점이 남보다 1점이라도 앞서야 한다. 몇몇 과목을 아무리 뛰어나게 잘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21세기 현대 미술의 대가 ‘피카소’는 그림에는 어릴 때부터 특출난 재능을 보였지만 초등학교 시절까지도 읽기나 쓰기는 물론 덧셈·뺄셈까지도 서툴렀다고 한다. 그러나 스페인에는 그림 재능만으로도 입학할 수 있는 미술학교가 있었기에 ‘피카소’의 천재성은 그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지진아 취급을 받아 낙오자로 일생을 마쳤을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기업은 세계의 눈높이에 맞는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21세기는 국경을 초월한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국가라는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학생들의 진로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수능 중심의 입시제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평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세계와 벽을 쌓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대학수학능력시험 한판으로 인생이 결정된다고 믿는 어리석음을 청소년들에게 강요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