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지자체가 탄소중립을 위해 시행하는 일회용품 저감정책이 겉돌고 있다.

26일 광주 5개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 2월 광주 5개 구청장 협의회에서는 서구청장이 ‘다회용 컵 제작 기준 표준안’을 건의했지만 반년째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서울에서 처음 시행된 ‘서울형 다회용 컵’을 벤치마킹해 이른바 ‘광주형 다회용 컵’을 제작하자는 것이었다.

다회용 컵 이용자들이 광주 어느 지역에서나 용기를 반납할 수 있어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5개 구청장 모두 만장일치로 안건을 상정했지만, 예산부족 등의 이유 때문에 제작되지 않고 있다.

광주시 광산구는 지난 2021년 선도적으로 다회용 컵 제작 및 사용에 나섰고 광주시와 동구는 2022년부터, 서구와 남구는 2023년 다회용 컵 제작·사용을 시작했다.

북구를 제외한 타 지자체는 다회용기를 제작해 각 공공청사 인근 카페에 협약을 맺고 다회용 컵 사용을 권장해왔다.

하지만 동구의 경우 지난해 2만 5522개의 다회용 컵이 사용됐으나 올해 상반기 사용량은 3593개에 그쳤다.

서구 역시 지난해 9000개에서 올해 3000개, 광산구도 지난해 3만 6129개에서 올해 상반기 1만 4887개로 점차 사용량이 감소하고 있다. 남구의 경우 지난해 8월 시작해 현재까지 1년간 6047개를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북구는 자체 다회용 컵을 제작하지는 않고 지난 2019년부터 자체 행사시 스테인리스 컵을 사용하고 있지만 6년여간 사용 개수는 동구의 상반기 사용량과 비슷한 3742개에 그쳤다. 반면 광주시 다회용 컵 사용은 증가세(2022년 3만3440개→2023년 4만 4141개)다.

다회용 컵 사용이 감소하고 있는 이유로는 사용처가 제한돼 있고 반납시에도 구청 인근 일부 카페에만 국한됐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지자체마다 다회용 컵의 규격이 모두 다르고 자치구별 회수기에서 호환이 불가능해 관할 지역에서만 반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시 동구는 인근 카페 10곳, 서구 16곳, 남구 10곳, 광산구 15곳과 협약을 맺고 다회용 컵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회용 컵은 매장 내 이용 컵과 별도로 일회용품 대용 개념으로, 카페 밖으로 들고나갈 수 있으며 이용 후에는 정해진 회수기에 넣으면 된다.

다회용 컵을 취급하는 업체는 서구청에서 3.4㎞ 떨어진 동천동의 한 카페를 제외하면 모두 공공청사 인근 500ｍ로 한정됐다.

다회용 컵 회수기 역시 동구(구청 2곳, KT 1곳, 서남동 행정복지센터 1곳)를 제외하면 모두 공공청사 내부 한곳씩만 설치돼 있었다.

지자체들은 예산부족으로 다회용 컵 범위 확대와 표준 다회용 컵 제작의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다회용 컵 제작시 친환경 소재를 고려해야 하는 탓에 컵 1개당 3500원~4000원의 비용이 들고 회수기 구매 비용은 수천만원에 달해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광주시는 트라이탄 소재로 회의·행사 시에는 390㎖, 카페에서는 470㎖ 컵을 사용했고, 동구는 트라이탄 소재(384㎖), 서구는 PP 재질(젖병 소재·473㎖, 621㎖), 남구는 트라이탄 소재(475㎖, 591㎖), 광산구는 에코젠 소재(510㎖, 635㎖)로 만들어져 있다.

지자체들은 광주시에 다회용컵 확대와 표준 다회용컵 제작을 위해서 광주시가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광주시는 “표준 다회용컵 제작이 긍정적인 취지여서 적극 검토했으나 자치구별 사용하고 있는 다회용 컵이 이미 있어 모두 소진한 뒤에야 가능할 것 같다”는 입장이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다회용기의 수를 늘리고 사용 대상을 확대해 반납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며, 카페 등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법과 조례가 필요하다”며 “다회용컵 사용시 대여료를 받는 것도 수거율을 높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