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요? 내가요? 왜요? - 심상돈 동아병원 원장
2024년 08월 21일(수) 00:00
‘이걸요? 내가요? 왜요?’는 MZ의 ‘3요’라고 불린다. 우리 사회의 여러 조직 안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세대의 머리를 쥐어뜯게 만들고 있는 요즘 세대, MZ세대의 3종 세트 화법이다. 이 일을 왜? 내가 해야 하나요? 나 말고 다른 사람도 많은데 꼭 내가 해야 하나요? 라고 맑고 푸른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것 같은 느낌은 나만의 것은 아닐 듯하다.

‘이걸요?’라는 질문은 본인이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대한 분명한 소신으로 원래의 주어진 일 이상의 추가 업무는 불공정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제가요?’는 일을 하기 싫어서라기보다는 ‘내가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실수하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을 반영하며 ‘왜요?’는 일의 성과가 개인과 조직 차원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 문제는 추가적인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점, 일을 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점과 어떤 혜택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명확히 알려주고 당사자들이 그 일의 결과가 개인과 조직에 미치는 긍적적인 영향을 충분히 이해하고 인정할 때 해결된다고 한다. 요즘 세대는 기존 세대들과 달리 시키면 무조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납득’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난 2월 의과대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고 전공의들이 병원을 나간 지 6개월이 지났다. 지금의 의료환경과 조건에서 일을 할 사람이 없어 무너진 지역의료, 필수의료 공백이라는 현재 ‘사실’을 10년 후 의사가 부족하다는 확실한 근거도 없는 미래 ‘추측’으로만 판단해 현재의 의료 환경과 조건에는 손도 대지 않고 학생 수만 늘려 해결하려고 하는 정책에 파업이 아닌 휴학과 사직을 선택하였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온전히 그들만의 미래는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힘겹게 준비해 왔던, 그리고 지금도 미래를 준비중인 학생들과 전공의들에게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전공의 사직은 2주 전 현실화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언론 기사, 토론회 그리고 국회 청문회 등을 통해 과학적으로 미래를 계산하지 못하고 합리적으로 현실을 통제하지 못한 정부 의대정원 확충 정책의 문제점이 다 알려졌지만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 학생과 전공의들 또한 정부의 그 어떤 정책적 대안에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의 2학기 등록이 시작되었지만 복귀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올해 의사국가고시는 의학과 4학년 재학생 3015명의 5.3%인 159명이 응시하였고 하반기 전공의 추가 모집도 모집 대상 7645명의 1.4%인 104명만 지원하였다.

전체 의사의 6%에 불과한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후 마비되어 가는 대학병원의 모습이 현재의 의료환경과 조건이고, 이는 우리나라 의료가 지금까지 의사들의 불공정한 희생과 헌신으로 유지되어 왔는지를 확인시켰다. 대학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불편이 장기화되고는 있지만 지금의 대학병원 진료 형태가 OECD 통계와 비슷한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뜨거운 여름, 의사 사회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는 있지만 학생들과 전공의를 우월감에 사로잡힌 특권층으로, 비정상적인 악마로 만드는 이분법적 범주화는 그만두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의료라는 ‘보편적 가치’를 고민하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MZ세대, 그 스펙트럼 중 하나인 예비 의료인의 행보를 사회적 상호관용으로 인정했으면 한다.

미래는 속도가 아니고 방향이라고 한다. 속도는 이미 포기한지 오래되었고 어설프게 속도만 내다 이도 저도 안될 수 있으니 그나마 방향이라도 잘 잡아보자는 의미일 수도 있다.

지역의료 필수의료. 이걸요? 내가요? 왜요? 라고 묻는 우리의 MZ세대 예비 의료인들에게 거짓 없는 설명과 이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근본적인 정책의 변화가 없다면 우리나라 의료는 속도도, 방향도 없이 그냥 이대로 주저앉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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