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이자 피고인, 같은 날 3개 재판…재판부 해법은?
2024년 07월 25일(목) 20:25
‘사건브로커’ 관련 코인사기 형사재판 증인 신문 이례적 불참
다른 사건 증인 출석…재판부 “피해자 신속 재판 요구해 결정”

/클립아트코리아

광주지법 302호에서 지난 24일 오후에 진행된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없이 증인신문이 펼쳐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해당 피고인 A(45)씨는 광주지법 102호실에서 열린 형사재판 증인석에 앉아 있었다. 재판부가 신속한 재판을 위해 A씨가 연루된 형사재판 2건에 증인으로 출석 요청됐음에도 재판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 고위직들과 친분을 내세운 사건 브로커 성모씨에게 십수억원을 전달하고 수사를 무마해 달라고 요청한 A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302호 재판정에서는 A씨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의 증인신문이 열렸다.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고수익과 원금을 보장 해 줄것 처럼 28억원을 편취당했다고 A씨를 고소한 피해자들이 증인으로 나선 것이다.

피고인이 증인 신문 내용을 듣고 반대신문을 해야만 방어권을 행사 할수 있지만 법정에는 A씨의 변호인 2명만이 앉아 있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형사재판과 같은 시간 2건의 형사재판의 증인출석을 요청 받았다.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와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로 각 기소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수사팀장과 광주경찰청 일선 수사과장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에서 A씨를 증인으로 부른 것이다. A씨의 청탁을 받은 사건브로커인 성씨가 검·경 인맥을 모두 동원해 A씨에게 수사편의를 봐주고 수사정보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날도 A씨는 자신의 재판이 아닌 다른 재판에 증인으로 앉아서 증언을 했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없이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경우는 법적 예외사항으로 규정돼 있다.

형사소송법상 일단 증인이 피고인 앞에서 충분한 진술을 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재판장은 그 피고인을 퇴정하게 하고 증인신문을 할 수 있다.

다만 피고인을 퇴정시킨 경우에 증인신문이 종료되면 재판장은 피고인을 입정시켜서 법원사무관 등으로 하여금 진술의 요지를 알려줘야 한다.

피고인을 퇴정시킨 경우에도 방어권 보장을 위한 반대신문의 기회를 박탈할 수 없다. 변호인이 있는 경우에는 변호인으로 하여금 반대신문을 하도록 해야한다.

또 다른 경우는 ‘공판기일 외 증인신문’로 증인신문이 예정된 공판기일에 증인은 출석했으나 피고인이 불출석한 경우다.

A씨는 두 경우 모두 해당하지 않지만 재판부는 는 고심 끝에 이날 재판을 ‘공판기일 외 증인신문’으로 정했다.

A씨 없이 진행된 증인신문 과정을 서면으로 기록한 조서를 통해 증거조사 하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A씨의 피해자들의 신속한 재판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재판부의 입장이다.

피해자들의 피해회복과 신속한 재판을 위해 재판부는 A씨가 증인으로 출석한 다른 형사재판과 같은 기일 재판을 진행한 것이다.

다만 이날 A씨는 102호 법정에서 증언이 길어져 결국 다른 형사재판의 증인으로 서지는 못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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