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전시가 ‘명품 비엔날레’ 만든다
2024년 06월 12일(수) 20:20
창설 30주년 광주비엔날레, 베니스비엔날레서 길을 찾다 (상)
매회 시대 관통 이슈 다뤄…올 주제 ‘이방인은 어디에나 있다’
티켓부스 티켓 구입 장사진…관광·경제 엄청난 시너지 효과
퀄리티 높은 작품·깊이 있는 담론 성찰하는 플랫폼 제공해야
베니스=박진현 문화선임기자

12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해를 거듭할 수록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람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방인은 어디에나 있다’(Foreingers Everywhere)라는 주제로 개막한 베니스 비엔날레는 본전시장인 지아르디니 공원과 옛 조선소를 개조한 아르세날레에서 7개월 동안 펼쳐진다. 브라질 작가그룹 마쿠(MAHKU)의 작품으로 외관을 장식한 지아르디니 전시관. /박진현 문화선임 기자 jhpark@kwangju.co.kr

제15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이 8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광주비엔날레가 창설된 지 30년이 되는 뜻 깊은 해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속의 비엔날레로 거듭나야 할 기로에 섰다. 하지만 160만 명을 동원한 제1회 대회(1995년) 이후 매회 관람객이 줄어 들면서 예전의 위상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제 미술계를 주도하는 담론과 비엔날레 재단을 이끈 수장의 전문성 부재, 전 세계 관람객들을 끌어 들이는 차별화된 전시의 부족,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 홍보 마케팅 등이 빚어낸 총체적인 원인이 있다.

반면, 올해로 129주년을 맞은 베니스 비엔날레는 해가 갈수록 글로벌 관람객들을 끌어 들이며 오버 투어리즘의 일환으로 관광세를 별도 부과하는 등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물론 베니스와 광주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베니스 효과’(Vennis Effect)를 창출하며 ‘명품 비엔날레’로 우뚝 선 베니스 비엔날레는 30돌을 맞은 광주비엔날레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베니스 아르세날레 역에서 가장 먼저 방문객들을 맞은 건 베니스 비엔날레의 티켓부스였다. 붉은 색 바탕에 ‘Biennale Arte 2024’라는 흰색 글자가 쓰인 4개의 부스에는 다양한 인종의 관람객들이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본 전시장인 광주비엔날레관에서 판매하는 풍경에 익숙해서인지 행사장과는 거리가 먼 선착장의 비엔날레 부스는 기자의 눈에 낯설게 보였다. 성인기준 입장료 30유로(4만5000원), 65세 이상 20유로, 26세 이하 학생기준 16로의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티켓은 불티나게 팔렸다.

지난 2022년 열린 제59회의 티켓 판매는 총 80만 장(베니스비엔날레 조직위 발표)으로 코로나19로 주춤했던 2019년에 비해 35%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회 티켓판매로만 10억 원 이상의 수익을 벌어 들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이들 관람객이 베니스에 머물며 지출하는 숙박비와 식비,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산 마르코 대성당, 두칼레 궁전 등 지역 명소의 입장료 등을 감안하면 베니스 비엔날레의 시너지 효과는 엄청나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100여 년 동안 글로벌 미술축제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전시’의 힘이 크다. 세계 최고의 비엔날레 답게 매회 퀄리티 높은 작품과 깊이 있는 담론으로 현대미술의 지존(至尊)으로 불린다. 매회 환경, 젠더, 포스트 휴머니즘 등 세계와 시대를 관통하는 이슈들을 통해 인류의 삶과 현대사회에서 미술의 역할 등 근본적인 문제들을 성찰하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이후 본 궤도에 진입한 올해 대회의 주제는 ‘이방인은 어디에나 있다’(Foreigners Everywhere)이다. 베니스 비엔날레 최초의 남미 출신 예술감독인 아드리아노 페드로사가 이민자, 성 소수자, 난민 등 88개국 331명 비주류 작가들의 눈으로 서구 주류(Global North) 서사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남반구(Global South)의 미술을 집중 조명해 개막 이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 주제전과 국가관 전시가 열리고 있는 카스텔로 내 자르디니 공원과 옛 조선소, 무기공장 등을 개조한 아르세날레에는 역동적인 동시대 미술의 향연이 펼쳐졌다. 최고 영예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뉴질랜드 마오리족 여성 작가들로 구성된 마타호 컬렉티브의 ‘타카파우’와 국가관 황금사자상 작인 호주관의 ‘친족과 친척’(Kith and Kin) 등에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 2022년에 이어 두번째로 베니스 비엔날레 를 찾은 벨린다 굿맨(Belinda Goodman·영국 뉴햄프셔)은 “최근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난민이나 소수자의 문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다룬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면서 “베니스 비엔날레는 메인 전시장이 도보로 둘러 볼 수 있는 공원에 밀집돼 있어 편리한데다 조선소와 무기공장이었던 건물을 활용한 점이 인상적이다”고 말했다.

베니스 비엔날레 개막식에 참석한 전시기획자 김찬동(홍익대 미술대학원 초빙교수)씨는 “올해 주제인 ‘이방인은 어디에나 있다’는 근래 국제 비엔날레의 트렌드로 떠오른 식민, 토착민, 이주, 페미니즘 등 비서구적, 비주류 아웃사이더들의 영역과 궤를 같이한다”면서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는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해 한국미술이 새로운 문화적 가치와 매력을 발산할 수 있도록 국제적 담론의 흐름과 이를 뛰어넘는 대안적 담론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진현 문화선임 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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