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동 붕괴 참사’ 후유증에 운다
2024년 06월 09일(일) 20:40
피해자·유가족 대부분 우울증·환청 등 ‘정신적 고통’ 여전해
19명 중 11명 ‘극단적 선택’ 생각도…참사 3주기 추모식 엄수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붕괴참사 3주기를 맞아 9일 동구청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유족들이 헌화,묵념하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

‘광주 학동 붕괴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 19명 중 11명(57.8%)이 최근 1년 새 극단적 선택을 고민할 만큼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참사피해자연대(이하 연대)는 광주 학동 붕괴 참사 3주기인 9일 광주시 동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학동참사 피해자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연대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세월호 참사 등 전국의 참사 피해자들이 모여 설립한 단체다.

연대는 지난 5월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학동 참사 부상자 7명, 유가족 12명을 대상으로 신체적 건강·심리적 상태·사회적 관계 등 변화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부상자 전원이 재난 이후 ‘신체적 건강이 나빠졌다’고 답했으며, ‘매우 나빠졌다’는 응답은 85.7%에 달했다.

부상자 전원이 재난 이후 신경계 질환(만성 두통 등)이 발병했으며 우울증 진단을 받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불안증(85.7%), 불면증(71.4%)을 진단받은 부상자도 다수였으며 전체 7명 중 3명은 환청과 망상까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상자 7명 중 4명(57.1%)은 최근 1년 내에 심각하게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유가족의 경우 전체 12명 중 11명(91.7%)이 재난 이후 ‘건강이 나빠졌다’고 밝혔으며 소화불량(4명), 두통(5명), 고혈압(2명), 부정맥(1명) 등이 발병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울증(8명), 불안증(7명), 불면증(5명), 환청·망상(3명) 등 정신적 질환이 발병하기도 했다.

유가족 12명 중 7명(58.3%)이 최근 1년 내 심각하게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적 있으며, 이 중 3명은 실제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연대는 “지난 3년 동안 피해자들의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 필요성을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과 광주시에 요구해 왔으나 구체화 된 적이 없었다”며 “참사 유가족과 부상자부터 관련 공무원, 수습에 참여했던 경찰, 소방대원까지 피해 현황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구체적인 치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대는 또 “학동 참사 당시 사고 버스를 영구보존해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참사를 기억, 추모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광주시 동구청에서는 광주학동참사유가족협의회 주최로 학동 참사 3주기 추모식이 엄수됐다.

2021년 6월 9일 광주시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공사현장에서는 철거 중인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져 54번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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