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으로 번진 유흥업소-보도방 갈등
2024년 06월 09일(일) 20:25
유흥업소 접객원 직접 고용에 보도방 업주 성매매 근절 시위
중재 나선 50대 “그 나이에 보도질하냐” 면박에 흉기 휘둘러
광주광산경찰, 살인 혐의 구속

광산경찰서 전경.

광주시 유흥가 한복판에서 속칭 ‘보도방’(유흥업소 접객원 알선) 업주간 칼부림이 일어나 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집회에 대비해 경찰 3명이 배치돼 있었지만, 범행을 막지 못해 경찰이 제역할을 못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주광산경찰은 9일 보도방 업주 A(58)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A씨는 지난 7일 오후 7시 30분께 광주시 광산구 월계동의 한 유흥업소 앞에서 흉기를 휘둘러 다른 보도방 업주 B(44)씨를 숨지게 하고 같은 업종의 C(46)씨를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와 C씨는 이날 오후 8시로 예정된 집회를 준비하다 A씨에게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방을 운영하던 이들이 경찰에 신고한 집회는 ‘성매매 근절’이었다.

유흥가의 전언에 따르면 이들이 집회를 열게된 계기에는 보도방과 유흥업소간의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광주시 월계동 유흥가에서 접객원 수요가 급증했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보도방 업주들이 이 틈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올리고 접객원 공급도 마음대로 하자, 유흥업소가 이들을 통하지 않고 접객원을 ‘직접 고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맞서 최근 보도방 업체 운영에 나선 B·C씨가 경찰에 집회를 신고하고 ‘범법행위하는 첨단 보도 및 (번영회협회)보도 해체하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성매매 근절 시위에 나섰다. 유흥업소를 견제하기 위한 성격의 집회였다.

사건이 발생한 7일은 시위 3회차였다. 시위 1회차에는 유흥업소 업주가 “영업에 방해된다”며 시위에 사용된 마이크를 뺏는 소동이 있었지만 2회차에 소동은 없었다.

첨단 일대에서 오랫동안 보도방을 운영했던 A씨는 이날 양측을 중재하러 나섰다.

A씨는 마트에서 흉기를 사들고 시위 현장을 찾았다. B·C씨와 유흥업소를 중재하려는 A씨는 “잘 해보자”는 식으로 이들을 타일렀지만 B·C씨는 되레 “그 나이에 보도질하냐”며 면박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화가난 A씨는 B씨와 C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현장은 비명과 도망치는 시민들로 혼비백산이 됐다.

A씨는 경찰에서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와 B·C씨 간의 이권 다툼이 있었는 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A씨의 정확한 범행동기를 조사중이다.

사건 현장에는 집회 현장을 관리·감독하기 위해 광주광산경찰 경비과 소속 경찰 3명이 미리 배치 돼 있었지만 칼부림은 막지 못했다.

집회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건,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대상자들이 경호 대상도 아닐뿐더러 경찰관들이 집회 시위 현장에 나가 있는 이유는 불법집회 등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돌발 행동을 미처 막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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