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필과 함께하는 영화산책] ‘탈주’
2024년 05월 30일(목) 12:00
<13>7월 3일 전국 극장가 개봉...최근 1차 예고편 공개
추격전 서스펜스...한반도 현실 다룬 ‘K-콘텐츠’ 눈길

10년 만기 제대를 앞둔 북한군 중사 ‘규남(이제훈 분·오른쪽)’은 미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는 북한을 벗어나기 위해 철책 너머로 ‘탈주’를 준비한다. 탈주병 조사를 위해 부대로 온 보위부 소좌 ‘현상(구교환)’이 규남을 압박하는 장면.

추격전을 생각하면 다양한 작품들이 머릿속을 질주한다. 최근 개봉한 ‘매드맥스:퓨리오사’부터 “4885”라는 대사로 각인된 ‘추격자’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스릴을 선사해 온 영화들이 뇌리를 스친다.

스콧 루딘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도 논외로 둘 수 없다. 추격자와 도망자로 은유화된 신세대와 기성세대는 돈가방을 놓고 쫓고 쫓기며 사막을 횡행한다. K-웨폰 ‘활’의 위의(威儀)를 보여준 ‘최종병기 활’은 또 어떤가. 화려한 볼거리부터 메시지까지 ‘추격전’은 서스펜스 이상의 무언가를 토대로 극장가를 활주해 왔다.

오는 7월 1일 개봉하는 이종필 감독의 추격전 ‘탈주’는 하반기 기대작 중에서도 단연 ‘맨 앞’에 둘 만 하다. 추격전이라는 요소에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을 접목, K-콘텐츠의 ‘오래된 가능성’을 담지하기 때문이다.

‘탈주’는 최전방 군부대에서 10년 복무기간을 마치기 위해 도주하는 북한병사 임규남(이제훈 분)의 심리, 행적을 초점화한다. 동료 병사 동혁(홍사빈)이 갑작스럽게 탈주하면서 원래 탈북 계획은 틀어지게 되고, 규남 또한 목숨을 걸고 철책을 넘는다. 이를 쫓는 보위부 소좌 리현상 역에는 ‘D.P.’ 체포조에서 열연했던 구교환 배우가 출연해 특유의 ‘군모그래피(군인+필모그래피)’를 계속 써 내려간다.

공도 위에 설치된 “인민의 자유와 행복을 위하여”라는 붉은 글씨 선전물에도 불구하고 규남은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 남한행을 감행했다. 촌스러운 타이포그래피에는 ‘자유’, ‘행복’ 등 온갖 긍정어가 담겨 있지만 관객들에게는 이질적으로 다가올 뿐이다. 한국어(조선어)지만 생전 처음 마주하는 이누이트어라도 읽는 것처럼,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규남과 현상이 오가는 공도에 설치되어 있는 북한 사상 선전물 “인민의 자유와 행복을 위하여”.


주연 배우 이제훈과 구교환이 호흡을 맞추게 된 데 얽힌 비화도 흥미롭다. ‘제42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신인 감독상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이제훈은 같이 연기하고 싶은 배우로 구교환을 꼽았다.

최근 공개된 런칭·1차 공식 예고편을 보면 우거진 수풀, 진흙탕, 광막한 고속도로를 넘나드는 탈영병들의 모습이 실감 나게 담겨 있다. 탈영병들은 맨 몸이지만 전천후 악조건을 뚫고 ‘남한행’을 강행한다.

추격전 장르에서 상징적인 멜 깁슨 작 ‘아포칼립토’ 속 ‘재규어의 발’은 영화 ‘탈주’에서 인민의 흙먼지 군홧발로 변했다. 예고편 속 규남과 동혁은 긴 터널을 건너고 절벽에서 추락하는 등 고행을 겪으며 속도감 있는 시퀀스를 펼쳐 보인다.

극중 북한군이 임규남에게 “남한으로 가실 거지요”라고 물으며 긴장감을 연출하는 장면. 그는 규남에게 “나도 데려가 주십시오”라고 부탁하며 멱살을 잡힌다.
영화 속 규남 일행이 꿈꾼 것은 단순히 남쪽의 유토피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남쪽이라고 다 지상낙원일 것 같아”라는 예고편 속 현상의 물음에 대한 답도 정해져 있는 셈이다. 탈주자들은 그저 불합리한 차꼬와 수갑을 풀고 이남으로 향하고 싶을 뿐이다. 질곡 너머로의 탈주를 선언하는 순간, 한편으로 그 성패는 중요치 않으리라.

국군 지휘차랑 레토나에 상응하는 북한군의 UAZ-49가 공중으로 떠오르며 선전물을 박살 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차량은 날아오르며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라는 긴 문구 중 유독 ‘행복’이라는 글자를 산산조각 낸다. 북한에는 본질적 의미의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고, 불분명한 미래가 기다리더라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이야 말로 인간이 둥지를 틀 터전이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보위부 소좌 ‘현상’ 역을 맡은 구교환 배우.
예고편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는 “너 탈주할 박력 있는 종자 아니잖아”. 그러나 적어도 작품 속에는 불합리한 현실 밖으로 ‘탈주’할 ‘박력 없는 종자’란 없는 모양이다.

‘규남’ 일행의 탈주 동기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작품이 클리셰의 사슬을 끊고 글로벌 작품으로 ‘선전’할 수 있을지는 공식 개봉 후 지켜볼 문제다. 단순 이데올로기 투쟁기나 전근대적 액션 활극, 탈주극으로만 치닫는다면 영화는 전근대적 민족사 작품의 또 다른 버전일 뿐이다. 규남 일행이 자유를 찾아 나서는 내적 동기 등이 설득력있게 담겨야만 ‘탈주’는 ‘K-추격전/탈주극’이라는 수식어를 자신만의 것으로 전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규남이 스나이퍼 건을 쥔 리현상 앞에서 묵묵히 자유를 향해 걸음 하는 예고편 마지막 씬은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짧은 장면이지만 자유를 찾아 나서는 한 인간을 통해 한반도 분단의 현실을 핍진하게 투사한 장면이다. 자유를 꿈꾸는 규남 일행은 붉은 인공기와 오각성의 공포로 점철된 ‘장벽’을 넘어설 수 있을까./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