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에 바란다 - 최권일 정치총괄본부장
2024년 05월 29일(수) 00:00
얼마전 어디서 많이 봐왔던 TV 뉴스에 시선을 뺏겼다. 대만 입법원(국회)에서 ‘5대 국회 개혁’ 법안을 놓고 여야 의원들 간 난투극이 벌어진 것이다. 옛날 한국 국회를 방불케하는 몸싸움과 난투극이었다. 그야말로 ‘동물 국회’로 불릴만 했다. 한 의원이 법안 서류를 들고 줄행랑치는 모습은 마치 예능 프로그램을 연상시켰다. 이 장면은 외신을 타고 전 세계의 뉴스거리가 됐다. 현재 대만은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다. 대만의 제1야당이 제2야당 등과 연합해 법안 처리를 강행하려다 여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벌어진 일이다.

우리나라도 제21대 국회가 이제 막을 내리고 제22대 국회가 시작된다. 21대 국회는 막판까지 ‘채상병 특검법안 재의결’ 을 놓고 여야 간 힘 겨루기만 하다 막을 내렸다. 22대 국회의원들의 임기는 5월 30일부터 시작돼 2028년 5월 29일까지다. 첫 본회의는 다음달 5일 열린다.



◇‘여소야대’에 기대와 우려 교차

지난달 치러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254곳 가운데 161곳에서 승리했다. 여기에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합당을 마무리하면서 171석을 차지한 원내 1당이 됐다. 조국혁신당은 지지율 ‘돌풍’에 힘입어 비례대표 12석을 확보했다. 또 진보당(3석), 새로운미래(1석), 새진보연합(1명), 사회민주당(1명) 등 범야권을 모두 합치면 191석이다. 개헌 저지선을 간신히 넘긴 국민의힘과는 정반대의 성적표다. 국민의힘은 지역구 90석, 비례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18석을 확보해 108석에 그쳤다.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지켜냈다. 총 300석 중 범야권이 191석을 차지하면서 22대 국회는 역대급 ‘여소야대’ 구도가 됐다.

이 때문에 22대 국회도 여야 간 협치보다는 또 다시 팽팽한 대립각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만 입법원처럼 ‘동물 국회’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새롭게 시작되는 국회는 초선 비중이 많다는 점에서 앞선 21대 국회와는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그동안 용산 대통령실만 쳐다봤던 국민의힘도 이번 총선 패배를 거울 삼아 대통령 눈치만 보는 것이 아닌, 여당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원내 1당을 차지한 민주당도 최근 국회의장 선거 결과가 보여주었듯 ‘명심’(明心·이재명 대표의 의중) 경쟁에서 벗어나 당내 자유로운 의사 개진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22대 국회는 정쟁에서 벗어나 민생부터 챙겨야 한다. 정당의 목표는 정권을 잡는 것이 우선인 터라 우리 정치권은 주도권을 잡기 위해 끊임없는 정쟁을 벌이면서 국민들을 피곤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는 사회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하는 행위인 만큼 사회구성원들인 국민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여야 모두 22대 국회에서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이유다.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면 선거에서 반드시 심판을 받는다는 진리는 이번 총선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따라서 여당도 이제는 대통령과 정부의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가감없이 질책하며 민생 우선의 정책에 ‘올인’해야 한다. 원내 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도 총선 승리에 취해 자만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의석수에서는 이겼지만 정당별 지역구 득표율로만 따지면 5.48%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서다.



◇정쟁(政爭) 벗어나 ‘국민 속으로’

수도권에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곳이 많았는데 서울에서 적게는 0.8%에서 1.6%포인트 차이로 민주당이 간신히 승리한 선거구가 20여개에 이른다. 앞선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8.45%포인트 차이로 대승을 거뒀었다. 이를 감안하면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특히 대선에서 당락을 가를 수도권 표심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22대 국회에서 국민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야 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생전에 “어떤 행태로든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은 ‘국민과 함께’라는 엄숙한 원칙을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 정치는 국민을 무시하고선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의미로 국민에게 배우고 국민과 같이 가라는 가르침이다. 정부나 여야 할것 없이 국민으로부터 고립된 뜀박질은 실패를 향한 돌진과 다름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저출산에 지방소멸 위기,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이른바 ‘3고 현상’에 따른 민생경제 침체 등은 정치권에서 풀어야 할 당면 과제다. 내일 임기를 시작하는 선량(選良)들이 가슴에 새겼으면 하는 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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