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3색 오페라 갈라콘서트] 사랑·이별…애절한 감성에 물들다
2024년 05월 01일(수) 20:20
광주오페라단 창단 42주년 공연
모차르트·푸치니·베르디 12곡
해설 곁들여 입문자도 쉽게 감상
관객들 스토리에 몰입하며 심취

광주오페라단이 지난 30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3색 오페라 갈라콘서트’를 펼쳤다. ‘피가로의 결혼’ 출연진의 모습. <광주오페라단 제공>

“너는 곧 떠나지, 자아도취에 빠진 아도니스여……. 사랑에 빠진 귀여운 나비여”(‘더 이상 날지 못하리’ 중에서)

객석 뒤편에 앉아 바리톤의 목소리에 심취한 관객들을 바라본다. 이날 공연이 오페라 세 편의 하이라이트 열두 곡을 만나는 ‘갈라 콘서트’였기 때문인지, 관객들은 편안한 모습으로 공연에 몰입하는 듯 하다.

지난 30일 저녁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펼쳐진 광주오페라단(예술감독 김기준) 창단 42주년 ‘광주오페라단의 3色 오페라 갈라 콘서트’ 공연장. 현장은 오페라 음악의 거장 모차르트, 푸치니, 베르디의 오페라곡 하이라이트 즐기려는 ‘클래식 입문자’부터 ‘클래식 애호가’까지 다양한 관객들로 북적였다.

연주는 클랑 심포니 오케스트라, 총감독은 김기준이 맡았다.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한 뒤 광주예고, 호신대 등에 출강 중인 김병무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주목받았다.

공연의 막을 연 ‘피가로의 결혼’ 중 ‘다섯자, 열자’는 사랑에 빠진 남녀의 모습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결혼을 앞둔 수잔나와 피가로가 신혼 방에 들어가 가구를 어디에 둘지 고민하는 노래로 소프라노 이지현·바리톤 박성훈이 각각 수잔나와 피가로 역을 맡았다.

두 사람은 천(베일)을 쥐고 가벼운 연기를 곁들여 노래했다. 귀족들의 악습을 풍자하는 ‘치정 멜로극’이라는 특징에도 불구, 이 오페라 넘버만큼은 부드러운 분위기와 위트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이어 ‘더 이상 날지 못하리’, ‘산들바람에 띄우는’, ‘좋은 시절은 어디로 갔나’와 ‘늦지 않게 오세요’ 등이 울려 퍼졌다. ‘피가로의 결혼’을 처음 접하거나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이를 위해 해설을 곁들인 점은 갈라 콘서트 다운 구성이었다. 영주가 농노의 딸에 대한 처녀성을 취하는 악습 ‘초야권’을 모티브로 한 대목이 울려 퍼지자 장중은 일순 엄숙해지기도 했다.

이어지는 푸치니의 오페라곡 ‘나비 부인’은 공연장 분위기를 일본 게이샤들이 즐비한 연회장처럼 반전시켰다.

“오리엔탈리즘의 정수를 담았다”는 평가 등을 받는 이 작품은 일본에 거주했던 미국인 선교사 존 루서 롱이 쓴 동명의 장편소설을 바탕으로 주세페 자코사·루이지 일리카가 대본을 썼다. 이에 앞서 롱의 소설은 피에르 로티의 ‘국화 부인’에서 모티브를 얻었으니, 사실 연쇄된 작품들을 나란히 이해해야 ‘나비 부인’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것.

그럼에도 공연은 핵심이 되는 넘버 세 편으로 ‘나비 부인’을 잘 담아냈다. 김선희 소프라노의 화려한 솔로곡 ‘어느 개인 날’로 시작해 테너 김정규의 ‘안녕, 꽃이 핀 피난처여’,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날 사랑해 주세요’ 순서로 레퍼토리를 구성했다.

전막의 감동에 비견할 수는 없지만, 모나드(핵심)가 되는 오페라 넘버들을 적절히 편성해 일본 나가사키에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초초상’의 비극을 고스란히 전했다.

이와 맞물려 광주오페라단은 지난 2020년 오페라 ‘나비부인’ 전막 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지난 공연에서 게이샤 풍 분장과 세트 구성 등에 심혈을 기울였던 모습에 비해, 이번 갈라 콘서트는 규모를 줄이면서 소리의 전달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광주오페라단은 오는 8월 말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나비부인’ 전막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대미는 ‘춘희’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 삽입됐던 네 개의 넘버들이 장식했다. 비장미가 도드라진 이 작품은 ‘파리 사교계의 꽃’이라고 불리며 화려한 삶을 살지만, 이면에는 폐병의 고통을 갖고 있던 ‘비올레타’를 조명한다. 그녀를 보고 젊은 귀족 알프레도가 사랑에 빠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소프라노 박수연은 ‘아! 그이인가’에서 절절한 감성을, 테너 김백호는 ‘그녀를 떠나선 내 맘에 행복 없네’를 통해 절박한 사랑을 희원하는 남자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 이 밖에도 ‘프로방스의 바다와 육지’는 바리톤 김치영이, ‘파리를 떠나서’는 소프라노 박수연과 테너 김백호가 함께 들려줬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