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인사이드] 사고로 묻힐 뻔한 지적장애학생 익사사건
2024년 04월 23일(화) 20:05
CCTV 정밀 분석 등 통해 목포 익사사건 진실 드러나
게임 패자 만들어 강제 바다 입수…살인 혐의 등 3명 기소

/클립아트코리아

자칫 지인의 장난으로 인한 사고로 묻힐 뻔한 중증 장애학생 익사사건의 진실이 드러났다.

지난 2월 중증 지적 장애를 가진 특수학교 학생 A(18)군은 목포 북항선착장에서 바다에 빠져 숨졌다.

현장에는 같은 동네에 사는 지인 B(20)씨, C(16)군, D(여·14)양이 함께 있었다.

B(20)씨는 목포해경 조사에서 “‘바다입수 내기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진 A군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우발적으로 밀었다”고 진술했다.

현장에는 이들 외에 다른 목격자가 없었고 유일한 목격자인 C군과 D양의 진술이 일치했다.

결국 목포해경은 B씨만을 중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진실은 달랐다. 광주지검 목포지청이 범행장면을 찍은 CCTV장면을 확보해 조사한 결과 이들의 진술은 허위였다.

목포지청은 이 CCTV영상 화질을 개선하고 정밀분석했다. 또 A군이 이전에 동일하게 당한 또다른 사건 기록도 확인하고 현장에 있던 이들의 휴대전화 포렌식까지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중증 지적장애가 있는 A군이 동일한 패턴으로 가위바위보를 하는 습관을 포착했다. 규칙적으로 가위,바위,보를 순서대로 되풀이 하는 방식이다.

B씨 등은 이를 이용해 바다입수 내기 게임에서 A군을 패자로 만들었다.

검찰은 또 B씨와 C군이 선착장 부잔교 끝에서 도망하지 못하게 A군을 둘러싸고 입수를 강요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겁에 질린 A군을 바다에 빠뜨리기 위해 몸을 여러 차례 당기거나 밀쳤다. C양은 A군이 부잔교 끝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휴대전화로 범행 과정을 촬영하기도 했다.

검찰은 수영을 하지 못하는 A군이 바다에 빠지면 숨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게 살인 혐의가 있다고 봤다. 범행 현장의 바다 수심이 4m에 달하고 2월의 밤바다는 수온이 매우 낮고 수면 아래 10㎝ 도 육안으로 분간하기 어려운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B씨와 C군를 살인혐의로 구속 기소했고, C양을 살인 방조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피고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피해자 유족의 보호·지원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목포=박영길 기자 ky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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