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은 우리시대, 우리 모두의 스승이기도 하지요”
2024년 03월 06일(수) 11:40
보성 출신 정찬주 소설가 산문집 ‘마지막 스승 법정스님’ 펴내

정찬주 소설가

“나에게 법정스님이 왜 마지막 법정스님이시냐 하면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내가 샘터사에 입사한 뒤 스님을 뵀습니다. 스님의 원고 편집 담당자였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인연을 맺은 지 6년만에 스님으로부터 계첩과 법명을 받고 재가제자가 되었습니다.”

보성 출신 정찬주 소설가에게 법정스님은 마지막 스승이다. 정 작가에게는 세 명의 스승이 있다. 첫 번째는 사춘기 방황을 멈추게 해주신 자신의 아버지, 두 번째 스승은 대학시절 고결한 문학정신을 일깨워주신 동국대 홍기삼 전 총장이다. 그리고 세 번째 스승이자 마지막 스승이 바로 법정스님이다.

정 작가가 이번에 산문집 ‘마지막 스승 법정스님’(여백)을 펴냈다.

그는 산문집을 발간하게 된 계기에 대해 “스님과의 개인적인 인연과 사연을 가능한 모두 모아야겠다는 필요를 느껴서 발간하게 됐다”며 “책으로 묶어두지 않으면 기억에 한계가 있어 부지불식간에 잊어버릴 것 같아서였다”고 밝혔다.

물론 작가는 법정스님은 자신의 마지막 스승이기에 앞서 “우리시대, 우리 모두의 스승이기도 하다”고 전제한다.

책에 실린 원고는 신문사나 잡지사 청탁을 받고 썼던 글들과 절판되다시피 한 책에서 가져온 글들도 있다.

‘맑고 향기로운 스님’이라는 제목이 붙은 1부에서는 스님의 엽서와 편지, 유묵에 붙인 긴 사연들로 채워져 있다. 이번 책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글들로 “스님을 그리워하는 이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싶다”는 뜻에서 수록하게 됐다.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은 제2부 ‘마지막 스승 법정스님’이다. 특히 1장 ‘불일암은 법정스님’은 불일함과 연관된 추억, 사연들로 이루어져 있다. 정 작가는 “불일암은 법정스님께서 가장 치열하게 정진했던 공간이고, 푸른 산빛 같은 자연주의적 칼럼을 활발하게 발표해 어둔 세상을 맑혔던 곳”이라고 회고한다.

2부 2장은 아난다의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라는 뜻의 여시아문(如是我聞) 같은 목격담의 글이다. 정 작가에 따르면 자신이 듣고 보았던 스님의 말씀과 당시 실제상황을 복기했다.

3부 ‘법정스님처럼’은 작가가 산방인 이불재에서 경험하는 사계의 글을 모았다. 정 작가는 “지나간 삶의 자취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단층처럼 켜켜이 쌓이는 게 아닐까 싶다”며 “가만히 들여다보니 나를 성장하게 한 경험들이 제법 있다. 독자들에게도 삶에 도움을 주는 훈수가 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저자는 산문집을 발간하게 된 근본적인 계기는 “누군가의 지친 영혼에게 다가가서 문을 두드리듯 노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라며 “법정스님의 가르침 한줌이 신산한 삶으로 힘겨운 독자들에게 위로와 응원이 된다면 나로서는 더 바랄 것이 없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 작가는 장편 ‘산은 산 물은 물’을 비롯해 ‘암자로 가는 길’ 등 1백여 권의 소설집과 산문집을 펴냈다. 동국문학상, 류주현문학상, 유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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