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역사가 주경철의 역사 산책 - 주경철 지음
2024년 02월 17일(토) 10:00
문화와 예술로 들여다본 ‘역사 밖 역사’ 이야기
평생을 사료와 논문에 둘러싸여 있는 역사학자도 일주일에 한번쯤은 ‘다른’ 세계를 탐색하고 싶다. 주경철 서울대 역사학부 교수는 풍요로운 문학과 예술을 곁에 두고 싶어한다. 그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흔적들을 천착하여 인간과 사회의 큰 흐름을 짚어보는 동시에 그 내밀한 속사정을 읽으려 하는 점”에서 역사와 문학은 서로 상통한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히스토리(history) 역시 스토리(story)의 일종”인 셈이다.

주 교수가 펴낸 ‘일요일의 역사가 주경철의 역사 산책’은 역사적 사건, 인물, 문학, 예술 작품 등을 텍스트 삼아 인간과 사회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지난 2007년 발간된 ‘일요일의 역사가’의 개정 증보판으로 4편의 글을 추가해 모두 15편의 역사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책에는 삶과 죽음을 관조하는 인류 최초의 서사시 ‘길가메시’, 일본 근대화의 숨은 영웅 나카하마 만지로, 행복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꿈꿨던 19세기 사회주의를 상반된 시선으로 바라본 작가 벨러미와 모리스, 그리고 20세기 현대사회를 변화시킨 상상력의 혁명 ‘68운동’을 다룬 글이 새롭게 실렸다.

‘대항해 시대’, ‘문명과 바다’ 등을 통해 탁월한 스토리텔러의 면모를 보여온 저자의 장기는 이번 책에서도 여전히 발휘된다. 그는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바카이’, 멕시코의 성화 ‘과달루페의 성모’,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 등을 통해 제국주의의 횡포와 인간의 악행을 들여다보고,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정체성을 이야기한다.

‘계몽주의 시대 사랑의 철학자’였던 카사노바(1725~1798)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다. 1960년에 가서야 완벽본으로 출간된 그의 자서전 ‘내 삶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호색한’ 이미지를 넘어 카사노바가 문필가, 모험가, 지식인, 궁정인, 여행가, 노름꾼으로 당대의 사회 질서를 조롱하고 그것을 뒤흔든 계몽주의 시대의 자유인이었음을 보여준다.

인간의 광기가 어디까지 이를 수 있는 지 묻게 만드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제작된 3편의 영화를 통해 풀어나간다. 감동적이고 휴머니즘을 이야기하지만 ‘역사적 성찰’을 불러 일으키지 못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 홀로코스트 관련자들의 9시간30분에 이르는 인터뷰를 엮은 클로드 란츠만 감독의 ‘쇼아’, “홀로코스트는 단지 유대인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인류 보편의 문제”임을 직시한 알랭 레네 감독의 ‘밤과 안개’다.

그는 또 프랑스 ‘68 혁명’을 “비록 새로운 질서를 당장 창출해내지는 못했으나 꽉 막히고 억압적이고 퇴행적인 기성세대에 균열을 낸 사건”으로 규정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요구한 68 운동 이후 일상 생활은 더 이상 이전과 같지 않게 됐고, ‘상상력의 혁명’은 결국 세상을 바꾸었다”고 말한다. <현대문학·1만88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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