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건축학 개론 - 박진현 문화·예향담당국장
2024년 01월 16일(화) 22:00 가가
건축, 랜드마크 넘어 도시 브랜드로
서울의 아이콘 된 ‘LG아트센터’
서울의 아이콘 된 ‘LG아트센터’
“이게 뭐라고 ‘멍때리며’ 계속 보고 있네.”
며칠 전, X(옛 트위터)에서 화제가 된 사진과 글이 눈에 띄었다. 호기심에 사진을 클릭하자 파란 물 위에 수백여 개의 백자 접시가 부딪치며 딸각 거리는 소리를 내는 영상이었다. 분명 어느 전시회에서 관람객이 찍어 올린 것 같은데, ‘출처’에 대한 정보가 없어 아쉬웠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며칠 전, 취재차 방문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문제의 ‘사진’을 발견했다. ACC 문화창조원 복합전시2관에 설치된 프랑스 작가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주노의 ‘클리나멘’이었다. 미술의 언어로 아시아의 건축과 사회를 들여다본 기획전 ‘이음 지음’(1월8일~7월21일)의 출품작이다. 원형의 푸른 수조에서 180개의 백자그릇이 빚어내는 경쾌한 화음은 관람객들을 ‘물멍’에 빠지게 했다.
지난달 중순,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위치한 LG아트센터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목격했다. 20년의 역삼동 시대를 접고 지난 2022년 10월 이곳으로 이전한 LG아트센터는 한낮인데도 건물 곳곳을 둘러보는 인파로 붐볐다.
그도 그럴것이 일본 출신의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지하 3층, 지상 4층(부지 3000평)의 건물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명품’이었다. ‘튜브’, ‘스텝 아트리움’, ‘게이트아크’라는 3가지 콘셉트로 디자인된 건축물은 예술과 자연,인간이 어우러진 ‘꿈의 무대’였다.
여기에는 지난 2016년 고(故)구본무 LG그룹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국민 문화향유를 위해 서울시에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기획된 공연장은 설계단계부터 완공까지 무려 6년이 걸렸다. 당시 LG그룹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LA 월트디즈니콘서트홀처럼 도시를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을 짓기 위해 다양한 설계안을 검토한 후 국제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안도 다다오에게 총 2556억 원의 빅프로젝트를 의뢰했다.
새해벽두부터 광주 문화예술계가 때아닌 건축물 논쟁으로 뜨겁다. 지난해 말 광주시가 국제공모를 통해 선정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설계작’이 비엔날레의 가치를 담는 참신성과 실험성이 부족해 재공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 것이다.
지역 원로미술인과 광주민예총, 광주민미협 등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설계 공모 기간이 턱없이 짧고 외국의 유명건축가 참여를 제한하는 등 졸속으로 추진됐다”며 “시일이 걸리더라도 세계적 명성을 갖춘 건축가들을 지명공모해 설계를 맡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통의 풍경 그리고 문화적 상상체’라는 주제로 선정된 국내 건축사무소(4곳 컨소시움)의 설계안이 랜드마크는 고사하고 예술성과도 거리가 먼 ‘평범한’ 건물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건축설계공모 운영지침 등에 따라 공모했다”면서 “지명공모에 소요될 예산이 부족하고 절차상 문제도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논란은 문화광주의 건축물에 대한 편협된 시각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유명 건축가 초청 공모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1182억 원이 투입되는 새 전시관 설계공모를 자유경쟁으로 ‘오픈’한 점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근시안적인 행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설계공모의 위상을 담보하는 심사위원 리스트에 권위있는 거장들이 포함되지 않아 ‘무늬만 국제공모’라는 지적이다.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가 적임자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문화도시들은 도시를 상징하는 건축물을 짓기 위해 기획단계에서부터 건축물의 정체성과 콘셉트에 맞는 명망있는 건축가들을 모시는 데 공을 들인다.
실제로 서울시는 오는 2028년 개관을 목표로 1260억 원을 들여 서초구 옛 국군정보사령부에 국내 최초 미술관형 수장고를 건립하면서 건물의 ‘브랜드 효과’를 높이기 위해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을 대거 초청했다. ‘1도(島) 1뮤지엄’을 지향하고 있는 신안군은 ‘영혼의 건축가’로 불리는 마리오 보타에게 자은도에 들어서는 ‘인피니또 뮤지움’(Infinito museum, 예산 150억 원)을 맡겼고, 부산시는 남구 용호동 이기대를 예술의 낙원으로 꾸미기 위해 프리츠커 수상자인 세지마 가즈요를 영입했다.
그런 점에서 광주에는 아직 선택지가 몇 개 남아 있다. 얼마전 타당성조사에 들어간 ‘오페라하우스’에서부터 옛 신양파크호텔에 조성하는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관광·문화·예술·쇼핑 등의 복합문화단지를 표방한 옛 일신·전남방직 부지 등이 그 예다.
모름지기 아름다운 건축물은 도시의 아이콘이자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문화자산이다. 더욱이 건물은 한번 짓고 나면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거시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번 ‘비엔날레 전시관’처럼 당장의 ‘예산난’ 등에 갇혀 사고의 구태를 벗지 못한다면 또 하나의 색깔없는 건축물을 찍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미술관, 공연장 등은 대중의 삶과 밀접한 공공재이다. 창의적인 건축물은 시민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무형의 가치가 훨씬 크다. 지금이야 말로 지역의 미래를 그리는, 담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며칠 전, X(옛 트위터)에서 화제가 된 사진과 글이 눈에 띄었다. 호기심에 사진을 클릭하자 파란 물 위에 수백여 개의 백자 접시가 부딪치며 딸각 거리는 소리를 내는 영상이었다. 분명 어느 전시회에서 관람객이 찍어 올린 것 같은데, ‘출처’에 대한 정보가 없어 아쉬웠다.
그도 그럴것이 일본 출신의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지하 3층, 지상 4층(부지 3000평)의 건물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명품’이었다. ‘튜브’, ‘스텝 아트리움’, ‘게이트아크’라는 3가지 콘셉트로 디자인된 건축물은 예술과 자연,인간이 어우러진 ‘꿈의 무대’였다.
새해벽두부터 광주 문화예술계가 때아닌 건축물 논쟁으로 뜨겁다. 지난해 말 광주시가 국제공모를 통해 선정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설계작’이 비엔날레의 가치를 담는 참신성과 실험성이 부족해 재공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 것이다.
지역 원로미술인과 광주민예총, 광주민미협 등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설계 공모 기간이 턱없이 짧고 외국의 유명건축가 참여를 제한하는 등 졸속으로 추진됐다”며 “시일이 걸리더라도 세계적 명성을 갖춘 건축가들을 지명공모해 설계를 맡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통의 풍경 그리고 문화적 상상체’라는 주제로 선정된 국내 건축사무소(4곳 컨소시움)의 설계안이 랜드마크는 고사하고 예술성과도 거리가 먼 ‘평범한’ 건물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건축설계공모 운영지침 등에 따라 공모했다”면서 “지명공모에 소요될 예산이 부족하고 절차상 문제도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논란은 문화광주의 건축물에 대한 편협된 시각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유명 건축가 초청 공모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1182억 원이 투입되는 새 전시관 설계공모를 자유경쟁으로 ‘오픈’한 점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근시안적인 행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설계공모의 위상을 담보하는 심사위원 리스트에 권위있는 거장들이 포함되지 않아 ‘무늬만 국제공모’라는 지적이다.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가 적임자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문화도시들은 도시를 상징하는 건축물을 짓기 위해 기획단계에서부터 건축물의 정체성과 콘셉트에 맞는 명망있는 건축가들을 모시는 데 공을 들인다.
실제로 서울시는 오는 2028년 개관을 목표로 1260억 원을 들여 서초구 옛 국군정보사령부에 국내 최초 미술관형 수장고를 건립하면서 건물의 ‘브랜드 효과’를 높이기 위해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을 대거 초청했다. ‘1도(島) 1뮤지엄’을 지향하고 있는 신안군은 ‘영혼의 건축가’로 불리는 마리오 보타에게 자은도에 들어서는 ‘인피니또 뮤지움’(Infinito museum, 예산 150억 원)을 맡겼고, 부산시는 남구 용호동 이기대를 예술의 낙원으로 꾸미기 위해 프리츠커 수상자인 세지마 가즈요를 영입했다.
그런 점에서 광주에는 아직 선택지가 몇 개 남아 있다. 얼마전 타당성조사에 들어간 ‘오페라하우스’에서부터 옛 신양파크호텔에 조성하는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관광·문화·예술·쇼핑 등의 복합문화단지를 표방한 옛 일신·전남방직 부지 등이 그 예다.
모름지기 아름다운 건축물은 도시의 아이콘이자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문화자산이다. 더욱이 건물은 한번 짓고 나면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거시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번 ‘비엔날레 전시관’처럼 당장의 ‘예산난’ 등에 갇혀 사고의 구태를 벗지 못한다면 또 하나의 색깔없는 건축물을 찍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미술관, 공연장 등은 대중의 삶과 밀접한 공공재이다. 창의적인 건축물은 시민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무형의 가치가 훨씬 크다. 지금이야 말로 지역의 미래를 그리는, 담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