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의 정치에서 대통합의 정치로 - 최권일 정치총괄본부장
2024년 01월 10일(수) 00:00
‘김대중 정신’에서 해법 찾아야
진영과 팬덤 정치가 갈등 원인
제1야당의 대표가 백주에 흉기로 피습을 당했다. 자칫 목숨을 잃을 뻔한 테러 사건이었다. 유력 정치인들의 피습 사건은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커터칼’ 피습을 받았고, 2022년 3·9 대선을 앞두고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둔기로 머리를 가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과거엔 정치인에 대한 피습이 달걀이나 물세례 정도의 ‘정치적 퍼포먼스’였다면, 최근에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흉기와 둔기 등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이는 최근 여야 정치권의 극단적인 진영 대결이 낳은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영과 팬덤 정치가 갈등 원인

진영 대 진영은 물론 진영 내부에서도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상대 진영을 적으로 규정하는 정치권의 풍토가 테러라는 극단의 형태로 표출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와 증오의 언어가 난무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를 각종 언론이나 유튜버들이 쉽고 빠르게 확산시키면서 정치적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이제 상대 진영을 향한 증오가 언어폭력을 넘어 물리적 폭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피습 이후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게시판에는 양 극단으로 갈려 진영 대립이 격화되기도 했다. 극우 성향 유튜버들은 ‘자작극’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이 대표 지지층은 여권 인사들과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폭언과 욕설을 퍼부었다.

한국 정치의 진영 간 대립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고, 이에 따른 팬덤정치도 극에 달하는 등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가 혐오 정치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의 심화, 민주주의 위협 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치권 내부에서조차 우려할 정도로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극단의 갈등과 혐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형국이다.

진영 간 대립과 팬덤정치 등 극단의 정치는 정치권이 만들어 낸 부산물이다. 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사회에 번져 있는 진영 대립 구도에 편승,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며 자신들의 지지층 결집만 노리는 정치 풍토가 고착한 결과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라면 국민을 여성과 남성으로, 젊은 층과 노년 층으로 갈라치기 하는 등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권이 만들어 낸 폐해다.

또한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팬덤정치’도 극단적인 증오 정치의 한 축이 되어가고 있다. 팬덤정치는 민심이나 상식에 의한 정치 행위가 아닌 극성 지지자들의 의견과 이해관계가 반영되는 정치 행위를 뜻한다. 극우와 극좌 등 정치의 극단화를 불러올 수 있는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정치평론가들도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 대해 “강성 발언을 한 뒤 소수의 핵심 지지층을 얻으며 성장하는 것이 정치권의 룰이 되어가고 있다”라고 평가하고 있을 정도다. 거대 정당인 여야가 팬덤정치에 빠지면서 당내 다양한 의견이 줄어들면서 민주적 정당이 아닌 눈치만 보는 1인 체제의 정당이 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따라서 극단의 정치로 인한 증오의 정치와 팬덤정치가 가져오는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자정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야가 공멸의 길을 갈 수 있다. 극단적 팬덤정치에 기대는 정치인과 정당은 중도와 부동층의 이탈을 가속하고, 타협과 공존의 민주적인 가치가 상실돼 국민의 정치 혐오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신’에서 해법 찾아야

지금이라도 여야를 막론하고 자기만 옳다는 진영 논리와 팬덤정치에서 벗어나 상대를 파트너로 인정하는 대화와 타협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국민통합 정부를 만들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 야당 대표를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지금이야말로 영수회담을 통해 극단의 정치를 상생 정치로 변화시켜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러한 증오와 혐오의 정치가 난무한 가운데 ‘대통합’의 정치를 실현한 고 김대중 대통령을 떠올리게 된다.

마침 지난 6일이 김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증오에 기반한 정치 보복의 금지와 대통합의 정치 실현’을 위한 ‘화해 통합론’을 강조해왔다.

모진 고난과 핍박의 세월을 보냈지만 복수가 아닌 용서의 덕목을 행동으로 옮겼고, 이를 통해 정쟁의 싸움터였던 한국 정치를 21세기형 상생 윤리의 구현장으로 바꾸는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한국 정치의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을 볼 때 김 전 대통령의 대통합 정치는 지금의 정치인들이 꼭 배워야 할 교훈이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