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적인 앨리스씨 - 황정은 지음
2023년 11월 11일(토) 09:00
십년 전 황정은이 ‘야만적인 앨리스씨’를 펴냈을 때, 그는 아직 젊은 작가였다. 두 권의 소설집과 첫 장편을 출간한 신예였다.

처음 작품이 발간됐을 때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한 채널에서 “훌륭한 소설들이 대개 그렇듯 ‘야만적인 앨리스씨’ 역시 그렇게 길게 메아리쳐 울리는 필사적인 질문 하나를 던지고 끝난다”고 언급했다. 이후 2018년 일본 출판사 가와데 쇼보신샤에서 출간된 번역본에 대해 “독자의 일상을 흔드는 무서운 소설이다”라는 평이 따랐다.

이번에 황정은 작가의 ‘야만적인 앨리스씨’가 개정판으로 나왔다. ‘고모리’에 사는 10대 소년 앨리시어는 소중한 무언가를 잃은 뒤 여장 부랑자가 돼 사거리에 서 있다. 그는 무엇을 잃었고 왜 잃게 된 것일까.

빠져나가기 위해 네 발로 발버둥을 쳐도 사방이 막힌 탓에 다시 안으로 떨어지고 마는 공간이다. 앨리시어 형제는 어머니의 폭력을 고스란히 당하며 살고 있다. 아버지의 방관과 어머니의 폭력에 노출된 상황에 놓여 있다. 앨리시어 형제는 아버지의 전처가 낳은 형과 누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데….

황 작가는 “나는 어떤 꿈을 반복해 꾼다. 캄캄한 방에 불을 켜려고 애쓰는 꿈이다. 어두운 벽을 더듬어 스위치를 누르지만 불은 들어오지 않는다. 불을 켜려고 애쓰면서 나는 이게 꿈이고 죽음이고 기억이라고 생각한다”며 “꿈이라고 말하면 덜 두려울 것이고 그래야 거기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았다. 앨리스씨 이야기도 그래서 썼다”고 말한다. <문학동네·1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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