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버리, 몰입하는 글쓰기 -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김보은 옮김
2023년 11월 05일(일) 10:00
SF 문학의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는 생전에 ‘글쓰기는 생존’이라고 이야기했다. 열두 살 때부터 매일 1000단어씩 글을 썼고,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침대에서 달려나와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들을 모조리 써 내려갔다.

‘화씨 451’, ‘화성 연대기’, ‘민들레 와인’ 등으로 국내에서 잘 알려진 레이 브래드버리의 독창적인 글쓰기를 엿볼 수 있는 ‘브래드버리, 몰입하는 글쓰기’가 출간됐다. 저자가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써내려간 글쓰기에 관한 에세이들을 한 권으로 엮었다. 수많은 작품의 원천이 되는 우물은 어디서 왔는지, 작품의 창작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가 책 속에 담겼다.

‘화씨 451, 동전 넣고 쓴 소설’(1982) 편에서는 작품의 탄생 배경이 드러난다. 1950년 봄, 10센트로 30분 동안 타자기를 빌려 쓸 수 있는 UCLA 도서관 지하 타이핑 룸을 찾았고 9일만에 9달러 80센트를 지출하면서 나중에 ‘화씨 451’(황금가지, 2009)이 된 ‘방화수’의 첫 번째 초고를 완성했다.

그로부터 32년이 지난 어느 날 소설 속 모든 인물들을 불러내 말을 걸었다. 그들은 새로운 장면들을 썼고 알려지지 않은 자신들의 영혼과 꿈의 색다른 면들을 드러냈다. 그 결과물은 2막까지 연극이 되어 무대에서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소설은 이전 내용 그대로 두었다고 전했다.

“나는 젊은 작가가 쓴 글은 그게 누구든 함부로 고치고 싶지 않다. 특히나 그 젊은 작가가 한때의 나 자신이라면 더욱. 몬태그, 비티, 밀드레드, 파버, 클라리세는 30분마다 10센트씩 넣어가며 처음 썼던 30년 전과 똑같이 일어나고, 움직이고, 등장하고, 퇴장했다.” <비아북·1만6800원>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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